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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신미숙 교수

신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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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能弘道, 非道弘人’

격조있는 한의학을 위한 한 사람의 힘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 “人能弘道, 非道弘人”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글에서 人에 한의사를, 道에 한의학을 대입해 보면, “한의사가 한의학의 경지를 넓혀가는 것이지, 한의학이 한의사의 경지를 넓혀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역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깊고 긴 불황을 겪고 있는 의료계, 그 중에서도 특히 한의계에는 한의학 자체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해져 있는것 같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한의학은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학문이고 한의학은 기존 현대의학이 치료할 수 없는 많은 질병들을 멋지게 고쳐낼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한의학은 전통문화의 일환의 측면에서도 반드시 가꾸고 보존해야 할 대상이다”라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한의학 찬양 일색의 낯간지러운 말들이 통(通)하는 듯했고 대부분의 국민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는 착각이 어느새 기정 사실로 굳어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혹은 이미 전공하여 업(業)을 삼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의학이 원래 그렇지 뭐~”,“한의학은 시대에 안 맞는 것 같아”, “학교에서 우리에게 한의학을 언제 제대로 가르쳐줬나?” 등의 푸념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학문 자체의 문제라는 비판은 어찌보면 어떤 잘못된 결론에 대해 내 탓보다 남 탓을 하는 것 같아서 이래저래 좀 멋쩍은 상황이라 위 논어의 글귀를 보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오늘날 한의계를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은 다름 아닌 한의학을 업으로 하고 있는 많은 한의사들 덕분인 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최근 MB정부에 들어서서 국가의 격조 즉 국격(國格)를 높이자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http://www.koreabrand.go.kr)가 설치되었고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위원장을 맡아서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각종 운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기치는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이다.



이런 위원회나 캠페인을 접할 때면 늘 두 가지의 생각이 동시에 드는데 한 가지는 과연 이러한 국가의 가치를 개선하는 일이 단시간의 호들갑스러운 캠페인 정도로 개선될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감과 또 하나는 우리나라의 가치가 얼마나 낮길래 저렇게 난리일까 하는 수치심이 그것이다. 과연, 내년까지 대한민국의 국격은 혹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는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 국격을 높이는데 포함되어 있는 법, 윤리, 정치, 문화, 시민의식, 문화예술 등의 각종 분야를 어떻게 조합해서 정책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를 책임자들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러한 국격을 조성하는 최소 단위가 바로 한 사람의 국민임을 고려할 때 어느 일정 단위의 단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야말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영향력 있는 인물 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하드웨어 전체를 흔들어 고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문 UN 총장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였고,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빛나는 연기를 통해 대한민국을 널리 홍보해 주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이변을 일으킨 선수(the list of biggest surprises)’ 1위에 선정된, 세계랭킹 110위에 불과했던 양용은 선수 또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국기가 그려진 골프백을 하늘로 번쩍 들어올려 그가 자랑스러운 한국사람임을 전 세계 골프팬들의 가슴 속에 분명히 각인을 시켜 주었다.

이렇듯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사회 구성요소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접근과 제대로 한방씩 터뜨려 주는 사회 구성인들의 개인기가 결합되어야만 조금이나마 위정자들이 꿈꾸었던 그 경지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이 된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려보자. 현재, 한의학의 격조 즉 한의학격(韓醫學格)는 어떠한가? 학격을 만들어내는 대학의 분위기, 학회의 분위기, 협회의 분위기, 그리고 연구를 하든 임상을 하든 다양한 근무처에 몸 담고 한의학이라고 하는 학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한의사 한사람 한사람의 분위기가 모두 이러한 학격을 만들어내는 최소 단위의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각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은 한의학을 제대로 교육하고 연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각 학회는 한의학의 기초와 임상 분야의 제대로 된 연구방향을 잡아 학회를 이끌고 학회지를 만들어내고 회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가? 협회는 개원가의 고충을 살펴서 각종 정책을 잘 만들고 실행단계에까지 이르는 과정과 절차를 잘 밟고 있는가? 이 많은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니오”에 기울어져 있다면 한의학격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우리의 학격은 미안하지만 ‘상당히 낮다’라는 데에 동의를 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의학계야말로 이러한 학격 높이기 운동에 적극 나서야만 하는 내외적인 이유와 필요성이 최고조에 도달해 있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빨간 불만 깜빡거리고 있는 한의계 개원가의 도로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선배 한의사들의 적자폭으로 인해 신규 개원의 대출규모가 제한을 받을 정도이니 대대적인 한의학격 높이기를 위해 한의사브랜드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할 형편이라는 말이다.



학격 높이기도 국격 높이기 캠페인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적으로 무엇을 보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필요한 법안을 제안하는 등, 큰 그림에서 하드웨어를 개선해 나가는 협회 차원의 노력이 그 기본 바탕을 이뤄야 할 것이 그 첫삽이다. 그리고 학회의 격조를 높이는 데도 양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아직 한의계의 한참 후배 입장에 서 있는 필자 입장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퍽 두렵고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민감한 선배님들이나 학회장님들은 이 글을 안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 정도이다.



학회의 격조란 뭘까? 한의계의 여러 학회나 연구회를 들여다보면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평균 4~5개로 지역별, 출신학교별, 학회대표의 정치력별로 갈갈이 찢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학회장들끼리는 서로를 비방하거나 폄하하며 본인의 학회만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이런 한의계의 학회들을 들여다볼 때마다 소수부족과 추장의 이미지가 늘 떠오르곤 한다. 한의계 자체가 한국의료계의 핵심키워드가 아닌 현실을 인정할 때 한의계는 오직 실력으로 그 가능성을 우리 내외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단체가 바로 학회인데, 그 학회가 각 분야에서 우리 내부에서도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외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를 상상해보자. 학회의 격조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대표성을 가진 대선배님들께서 용단을 내리시고 화통하게 통합을 제안하실 수 있기를 혹은 그것도 어렵다면 연합학회, 공개이사회를 통해 서로 불신의 벽을 허물고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감히 제안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人能弘道를 멋지게 해낼 수 있는 한의사들의 기획적인 양성 혹은 人能弘道하는 한의사들이 본인 스스로를 맘껏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한의사들간의 분위기 조성이 그것이다. 그럴 수 있으려면 가장 기본적으로 한의사 서로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동료 한의사에 대한 질문을 한두번쯤은 받았을 것이다. 개중에는 소위 말하는 스타한의사도 있을 것이고 잘나가는 동네한의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평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그 사람, 사기꾼이다”,“그 사람, 장사꾼이다”,“그 사람, 공부 제대로 안 했다”,“그 사람, 사이비다”,“그 원장, 의료사고 제대로 한 번 났었다” 등등 남의 약점 혹은 아픔을 교묘히 사람의 평가에 덧대어 말한 적은 없었던가? 그렇게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타인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가? 동료한의사들끼리 이렇게 평가하고 환자들에게 함부로 내뱉는 부정적인 평가들은 고스란히 한의사의 격조를 떨어뜨리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그 부정의 화살은 다시 내 얼굴에 오물로 쏟아질 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전문가다운 말과 행동의 격조를 갖춘 한의사로 바로 섰을 때, 그리고 그런 격조있는 한의사상이 일반인들의 인식에 확실히 심어져 있을 때 한의학격의 수직상승은 그리고 그 이후 따라올 온갖 열매들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순환구조 때문에라도 우리 모두는 한의계의 크고 작은 스타(STAR)가 되어야 한다. KAIST에 수백억의 재산을 기증하신 류근철 선생님처럼, 사시 2차에 당당히 합격하신 추진석 원장님처럼, 티테라피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운동을 펼치시는 이상재 원장님처럼 말이다. 나는 새로운 꿈을 꾸는 한의계의 스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낼 수 있을 것으로 그래서 한의계가 진정 격조있는 동네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한의계는 예비 스타의 가능성을 지닌 무궁무진한 인재들이 득실대는 곳이기 때문이다. 필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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