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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종덕 원장

김종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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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과 ‘사상의학’의 만남



五常과 七絶을 지닌 孝의 상징

차갑고 수렴하는 기운을 중화



효도의 상징이기도 한 감나무는 오상(五常)과 칠절(七絶)을 지녔기 때문에 예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감잎에 글을 쓸 수 있으니 문(文),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무(武), 과일의 겉과 속이 다 같이 붉으니 충(忠), 치아가 불편한 노인도 먹을 수 있으니 효(孝), 나뭇잎이 다 떨어져도 과일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절(節) 등 5가지 법인 오상(五常)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나무껍질이 검으니 흑색, 잎이 푸르니 청색, 열매가 붉으니 적색, 꽃이 노란색이니 황색, 곶감에서 흰가루가 생기니 백색 등 5가지 색인 오색(五色)을 모두 갖춘 것으로 보아 감나무를 매우 좋게 평가했다.



또한 감나무는 첫째 나무가 오래 살며,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 셋째 새가 둥지를 짓지 않으며, 넷째 벌레가 없고, 다섯째 서리 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 일곱째 낙엽이 비대(肥大)하여 글씨를 쓸 수 있으므로 풍류를 즐길 수 있다고 하여 감나무의 칠절(七絶)을 이야기하였다.



즉, 감나무는 풍류와 운치를 즐기는데 매우 좋다고 인식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좋은 품성을 갖춘 감이 효도 이야기에 빠지면 이상하다. 추운 겨울 노인이 병이 들어 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는데, 효자가 어렵게 구한 홍시를 먹고 병이 즉시 치유되었다는 옛날 이야기가 민간에 많이 유포되어 있다.



감은 부드럽고 맛이 좋아 노인들이 먹기에 좋았기 때문에, 조상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려야 할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가는 과일이 되었다. 더구나 감은 씨가 6개이기 때문에 6방 관속을 의미하고, 오래 살기 때문에 자손이 많이 번창하고, 오래 이어지도록 하는 의미에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할 과일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감이 사상의학에서는 태양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왜 어떠한 근거로 이렇게 보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감은 수렴기운이 강하다. 봄이 되면 나무에 물이 올라가고 가을이 되면 물이 내려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따라서 같은 굵기의 나뭇가지를 봄에 꺾어 보면 잘 부러지지 않지만 가을에는 잘 부러지게 된다. 그런데 다른 나무에 비하여 수렴기운이 강한 감나무는 가을에 상대적으로 물이 더 잘 내려가기 때문에 감나무가지가 더 잘 꺾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감나무가지가 잘 부러지니 재질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상 감나무 자체의 재질은 매우 단단하여 예전에는 화살촉의 대용으로 사용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는 강하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수렴기운이 강하여 더 잘 부러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감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지 않는데, 날짐승들도 감나무가 단단하지만 탄력이 적어 잘 부러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감을 다 따지 않고 꼭대기에 있는 감을 까치밥으로 남겨두었다. 우리의 오랜 전통은 맛이 좋은 과일을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날짐승을 위해 몇 개를 남겨두어 보시하는 여유로움이다. 감나무 특성상 가지가 잘 부러지기 때문에 감나무에 올라갔다 가지가 부러져 추락하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가 ‘까치밥’에 포함된 것이다.



둘째, 감은 수렴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물감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감의 떫은맛은 tannin성분 때문인데, 옷에 물을 들일 때 주로 사용한다. 이는 수렴하여 흡착시키는 감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타닌성분이 들어있어 떫은맛은 있지만 발산작용이 있는 상수리나 도토리로 물을 들이면 금방 색이 빠지게 된다. 이는 수렴과 발산의 차이로 이해하여야 한다. 즉, 같은 타닌이라 하여도 수렴기운이 있는 감은 염색이 잘 되지만, 발산기운이 있는 상수리나 도토리는 염색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셋째, 감은 차가운 기운이 강하다. 「本草綱目」에 의하면 ‘감은 단맛이 있지만 차가우면서 떫은 기운이 있다. 땡감은 성질이 매우 냉하다. 이는 복통을 일으키게 된다’라고 하였다. 떫은맛이 있어 수렴시키는 작용이 있는 감에 대하여 「東醫寶鑑」에서는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윤심폐(潤心肺)작용과 위열(胃熱)을 눌러주는 작용이 있어 갈증을 없애고, 개위(開胃)작용을 하며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에 나타나는 주독(酒毒)을 풀어주고, 위장의 열을 압박하여 구건(口乾)을 그치게 하고 토혈(吐血)을 치료한다’라고 하여 감은 속을 튼튼하게 해주며 갈증을 없애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감의 효능이 1600년대까지는 널리 일반화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수광(李 光, 1563~1628)은 ‘홍시(紅 )가 설사에 좋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지 않고 있다. 남사(南斯)의 문모(文某)는 평생 신설증(腎泄症)을 앓았는데 감을 복용하였더니 좋은 효험이 있었다. 「本草蒙筌」에 감이 삽장(澁腸)하여 열리(熱痢)를 막아준다고 하였는데 역시 믿을만하다’라고 한 것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설사에 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듯하다.



넷째, 감은 흡취지기(吸聚之氣)가 부족하여 질병이 생기기 쉬운 태양인에게 더욱 좋은 식품이다. 「東武遺稿」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감은 심장과 폐장을 윤택하게 하고 갈증을 없애며 담(痰)을 삭이고, 장(腸)을 굳게 하여 이질과 설사를 멈추게 하는 태양인의 식품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감은 특별한 병이 없어도 입맛이 없고 뱃가죽이 얇아지면서 체중이 빠지는데 특별한 효력이 있다. 따라서 건식(乾食)으로 반위(反胃)를 치료할 때 감을 이용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食療纂要」에 ‘건식방(乾食方)은 오직 고두밥[乾飯], 떡, 건량(乾糧) 등만을 먹고 국이나 마실 것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 약도 원약(圓藥)만 사용한다. 저절로 반동(反動, 반위증상)하지 않게 되며 조리한지 10일 만에 기묘한 효과를 보게 된다.



3대에 걸쳐 반위(反胃)로 사망한 집안이 있었는데, 손자가 이 처방대로 하였더니 효과를 보았다’라고 하여 반위(反胃)를 치료하는 데에 건식방을 이용하고 있다. 「本草綱目」에서도 같은 내용을 인용하고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곶감[乾 餠]과 고두밥[乾飯]을 매일 먹어서 반위를 치료하였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食療纂要」의 건식방은 곶감을 포함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이는 태양인의 임상사례로 보인다.



다섯째, 탈삽하는 과정은 감의 수렴기운을 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과학에 의하면 감이 떫은 것은 수용성인 타닌(tannin)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이 타닌이 당분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고 불용성으로 되어 떫은맛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을 탈삽(脫澁)이라 한다.



탈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약 45℃의 따뜻한 물에 하루 정도 담그는 온탕탈삽법(溫湯脫澁法), 술을 분무기로 뿌리는 알코올탈삽법, 이산화탄소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는 가스탈삽법, 약 -20℃에 감을 장기간 냉동저장하는 동결탈삽법 등이 있다.



또한 에틸렌이 잘 발생되는 조생종 사과와 떫은 감을 같이 밀봉해도 탈삽이 된다. 탈삽되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할까? 감을 차가우면서 떫은맛이 있고 수렴하는 기운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여 태양인의 이질 설사, 반위(反胃), 장독하혈(臟毒下血) 등에 사용한다.



이러한 감을 따뜻한 물에 담가 인위적으로 온기(溫氣)를 줌으로서 감의 냉기를 없애 중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수렴기운이 있는 감에 비하여 술[알코올]은 발산하는 기운이 매우 강하다. 이에 수렴기운과 발산기운이 서로 중화되어 떫은맛을 없애는 기전으로 보인다.



탄소[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타면서 생긴 이산화탄소는 따뜻한 기운이 있다고 보았으며, 이 따뜻한 기운이 감의 떫은 성질을 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드라이아이스를 직접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는 이치와 같이 낮은 온도에 저장하는 냉동저장도 시간은 걸리지만 결과적으로 냉하고 수렴하는 기운을 중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따뜻한 성질이 있는 사과에서 발생된 에틸렌은 발산하는 기운이 강하여 감의 수렴하는 기운인 떫은맛을 제어한다.



이와 같이 감의 떫은맛을 없애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감의 차갑고 수렴하는 기운을 중화시키는 것으로 사상의학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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