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 않은 길 3
한의원에서 탕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형은 과립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립제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간략하게 원장님들께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조 공정을 알게 되면 과립제를 사용하는데 좀 더 신뢰감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과립제는 복합엑스과립제와 혼합단미엑스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혼합단미엑스산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제품이고 복합엑스과립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처방 구성과 용량이 다르고, 제조 공정에서 혼합단미엑스산은 각각의 단미를 엑스산으로 만든 뒤 처방에 따라 혼합을 하는 것이고, 복합엑스과립은 처방을 추출하여 건조엑스나 연조엑스를 뽑아낸 뒤 과립을 성형합니다. 그래서 같은 평위산이라도 보험약과 비보험약은 형태도, 복용량도 다른 것입니다(엄밀히 얘기하면 보험약은 과립제가 아니고 산제입니다. 과립제라는 말이 한방가루약을 칭하는 것처럼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저도 둘 다 과립제라 부르겠습니다).
각종 한방제제의 기본 원료가 되는 엑스의 제조 공정은 추출전처리-추출-여과-농축-건조의 과정을 거칩니다. 원장님마다 탕전 방법이 다르고 노하우가 따로 있듯, 제약사들마다 각 과정에서의 세세한 방법은 모두 다릅니다.
추출 전처리에서 생약을 일정 크기 이하로 파쇄하는 곳도 있고, 받은 원료 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잡질 제거나 세척이 이루어집니다.
전처리 된 생약은 추출-전탕의 과정을 거치는데 생약을 물에 불린 후 추출하기도 합니다. 추출 방식은 비압력식을 선택한 업체와 압력식을 선택한 업체가 반반정도입니다. 추출 온도는 100도 전후이며 추출시간은 1~5시간 정도입니다. 정제수는 건재량의 4배수에서 12배수 정도를 사용합니다.
추출을 통해 얻어진 액제는 원심분리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안거치기도 하여 여과포를 통과시켜 여과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잡질이 제거됩니다. 업체에 따라서는 여과 과정이 전혀 없기도 합니다. 여과된 액제는 50~70도 사이의 온도로 4시간 정도 농축을 합니다.
농축된 액제를 간접건열식이나 전기 히터등으로 10시간 정도 건조하기도 하고 유동층 건조기를 통해 1시간 정도 또는 SPRAY DRYER를 통해 10초 이내로 건조합니다.
이렇게 얻어진 건조엑스나 연조엑스에 유당이나 전분 등의 부형제, 결합제, 붕해제를 혼합해 과립제나 산제로 성형하게 됩니다. 엑스의 점성이나 함습성에 따라 부형제의 비율은 달라지는데 엑스와 부형제 비율 1:1 정도가 보편적입니다. 1회 복용량이 3g인 평위산의 경우 1.5g은 평위산 농축 엑스이고 나머지 1.5g은 부형제, 그리고 극미량의 결합제와 붕해제가 포함된 것입니다. 부형제가 적게 들어가면 약이 성형이 되지 않고, 보관과정에서 쉽게 굳어져 변질이 생깁니다. 약의 효능은 엑스의 질에 좌우되지 부형제의 양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 이상으로 부형제를 넣는 것이 아니라면 부형제에 예민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제약사가 어떤 질의 약재를 사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로컬에서는 전탕 방법을 중시하는 원장님들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옹기를 이용해 약을 달이시는 분도 있고, 특별한 물을 구해 사용하시기도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약제를 미리 불리는지, 얼마나 오래 달이는지, 선전하는지 후하하는지에 따라 약성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배웠습니다. 과립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방법의 차이가 약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하루 세 번 먹는 약에서 하루 한번, 심지어 일주일에 한번만 먹어도 약효가 균일하게 지속이 되는 제품도 이미 출시가 되어 있습니다. 또한 추출의 방식도 단순 열수추출이 아닌 다양한 방법들이 점점 발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이 현재 과립제 생산에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제제 사용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더 좋은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 출시가 될 것입니다. 한방제제의 1차 소비자인 한의사분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많이 이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