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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영우 원장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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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간호사 화이팅!

개원가 일기



‘법정(法定) 자격을 가지고 의사나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와 진료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 간호조무사에 대한 정의이다. 의료인의 지도감독 아래 보조업무를 열심히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한의원 운영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며, 때로는 얄밉기도 때로는 고맙기도 한 간호조무사들…, 원장 입장으로는 그리 단순한 의미의 존재만은 아닌듯 하다. 한의원을 개원하며 가장먼저 고심했던 점은 입지와 시설장비, 인테리어 같은 유형적인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어렵사리 개원을 마치고도 가장 큰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바로 ‘어떤 직원을 채용하여야 하는가?’라는 점이었다. 어찌보면 개원의 성패까지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이런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려주지는 않았다. 직원문제로 골머리 썩을 줄을 글공부시절 어찌 알았을까?



2년여간 잘 근무해온 간호조무사가 얼마 전 그만두었다. 이전개원도 같이 준비하며 병원이 자리잡기까지 수고도 많았고, 병원안팎 살림도 두루 잘 처리해준 고마운 직원이었는데, 예전부터 하고자 했던 일을 시작하려 한단다.



물론 처음에는 초보자라 실수도 많았지만, 2년간 교육을 잘 시켜 이제는 같이 근무하기에 제법 든든하다 여겨지던 어느 날, 조용히 사직서를 내민 것이다. 아쉬움이야 많지만,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는 말처럼 호기롭게 사직서를 받고, 졸지에 구인광고를 올리는 신세가 되었다. 좋은 사람이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조금은 설레임도 갖고, 또 요즘 경기도 안좋고 취업도 어렵다하니 아마도 수십명이 지원해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했었다.



허나 웬걸, 지원자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나마 딱히 맘이 가는 사람도 없었다. 외모나 학벌, 경력조차 불문하였음에도 지원자가 없으니 왠지 모를 조바심이 났다. 다른 병원에 비해 그다지 나쁜 조건은 아닌데 어찌 지원자들이 없을까? 일주일이 넘어도 형편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 결국 그 중 몇 명에게 연락을 하여 면접을 보았다.



그러나 면접을 보면서 더더욱 당혹스러워 졌다. 채용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았음에도, 같이 근무하기엔 어려운 사정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간혹 흡족한 마음에 채용을 하고나면, 얼마 안가 연락도 없이 잠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니, 골머리를 썩다 못해 애간장이 탈 지경이었다. 직원 복이 없나하고 낙심하던 중, 겨우 맘에 드는 지원자를 만나게 되어 드디어 채용할 수 있었다. 어렵게 구한 직원이라 그런지 밝고 명랑한 모습이 이쁘기까지 하였다.



업무를 교육시켜줄 다른 간호사도 있었지만, 내심 조심스러운 마음에 원장이 직접 하나하나 알려주기로 맘먹었다. 일이라고 해봐야, 청소와 접수 그리고 간단한 진료보조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리 과다한 업무량은 아니리라 여기며, 내친김에 약재실과 탕전실 관리도 지시하였다. 제법 잘 따라오는 듯하였고 행동도 민첩하여, 간혹 보이는 덤벙거리는 모습조차 초보의 실수라 여겼다. 좀 더 가르치면 좋은 직원이 될 것이라 기대도 하였다. ‘일이 힘들다고 하지 않을까?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저런 조바심 속에 보름쯤 지내왔다. 나름 업무가 익숙해진 눈치여서 적이 마음이 놓이니, 차츰 덤벙거리는 모습에 허둥대는 실수가 종종 눈에 들어왔다. 눈여겨 살펴보니 지적해야할 사항도 제법이었다. 몇일을 고민하다가 얼마 전에 업무에 좀더 집중해 달라는 쓴소리를 한마디 하였다.



그런데 우울한 표정으로 그동안 쌓아둔 어려움을 하소연하는게 아닌가? 오전에 출근하여 허겁지겁 청소와 진료 준비를 하면 어느새 환자 접수를 받아야 했고, 챠트 작성, 예진, 치료보조를 하면서도 수시로 있는 원장의 지시를 바로바로 처리해야 했었단다. 간혹 돌발적으로 생기는 원무와 약재실·탕전실 관리도 함께 하려면, 때때로 업무가 너무 많은 듯 느꼈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한의원 환경과 업무에 심적 부담도 적지 않았었고, 한의학에 관한 사전지식도 부족하여, 더더욱 힘들게 느껴졌었다고 한다. 들어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어느 정도 교육을 시킨다지만, 원장이 직접 가르치는 바라야 단순한 내용뿐이라, 숙달되기에는 어지간히 부족한 면도 있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의원 일이 힘겹게 느껴졌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있는 것일까?



한방의료의 거의 모든 업무는 의료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진단과 치료, 처방까지도 한의사가 직접 행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그리 많지 않은 환자조차도, 진료에 있어 물리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보조하는 간호사 입장에서도 모든 업무를 담당해야 하니, 보조원이 아니라 수행비서라고 해야 할 지경인 것이다. 원장 입장에서야 자신이 직접 진단과 시술을 하고 직원들은 단지 보조역할뿐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직원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 근무가 고되다 여기고 기피하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원장은 원장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힘겨운 상황이라면, 환자에게 어떻게 보다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겠는가? 의료인에게는 ‘의료기사 지도감독권’이란 것이 있다. 분명 한의사도 의료인인데, 어찌 우리에겐 지도감독권이 없는 것일까? 조금 더 분획화된 업무로 전문화된 인력과 함께 임상을 담당한다면, 의료기관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한방의료에 관한 기본소양을 갖춘 전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을 양성하는 과정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과도한 업무는 다른 직원과 나누기로 하였지만, 달리 뾰족한 해법도 없어서, 결국 우리 김간호사를 나는 직접 가르치려 한다. 환자 접수와 침구실 업무에 필요한 기초지식들, 약재이름이며 탕전실 관리법 등 그리고 때로는 한의학의 기초이론들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1~2년이 지난 후면 지금보다 훨씬 숙달된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다 혹 예전의 직원처럼 조용히 사직서를 내밀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아마도 그러면 나는, 또 다른 우리의 김간호사들과 다시금 이런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괜한 불안감이 앞선다. “김간호사! 미워서 야단친거 아니야~. 그만두지 말고 오래오래 근무해줘~. 알았지?” 김간호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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