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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상룡 교수

이상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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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과 같다”



시인이자, 한의대학장이며, 분과학회장이라는 1인 3역의 이상룡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의신문에 아름다운 시를 배달하며 향기를 퍼트렸던 그가 이번에는 ‘경락경혈학회지’ 명칭을 ‘acupuncture’지로 바꿔 또 다른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그가 말하는 ‘한의학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시는 항간에 결혼 축시로 꽤나 애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좋은 시를 한의사 회원들에게 전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창작 활동은 계속 하고 있는지요.

예, 나이가 드니 예전같은 감수성은 좀 떨어지지만 나름 삶의 경륜이랄까, 느긋함이랄까 나이듬의 여유같은 게 있어서 좋습니다. 이젠 감상적인 글보다는 다소 철학적이랄까, 좀더 근원적인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집니다. 당연히 글도 그렇게 쓰여지더군요. 진료실 환경이란 게 좀 답답하잖아요. 아마 개업 3년차 정도만 되면 대부분 답답증을 느낄 겁니다. 그런 원장님들께 작은 창문 하나 내주고 싶었습니다. 생명, 사랑, 낭만, 진리, 기쁨 어쩌면 돈이 되지 않는 가치들이 더 소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잊고 살지요. 시란 게 결국 삶의 이야기이고 삶의 애환이 묻어있기에 진료행위나 시 창작이나 교육행위나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같은 길을 간다고 봅니다.



- 시와 한의학, 이질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나요.

언젠가 모 신문에서 한의학에 대한 칼럼을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타이틀을 걸었던 제목이 ‘한의학은 한편의 시를 읽는 거와 같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써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다분히 상징적이잖아요. 시어도 상징적 은유이지요. 또 제맥체상이나 경혈과 같은건 칠언절구의 일종의 기억하기 쉬운 노래이거든요. 내용도 상징적이구요.



-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한의학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한의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터득할 게 있다면 직관과 경험의 영역일 겁니다. 그래서 한의학을 공부하거나 이해하려는 사람은 상징주의적 미학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차피 한의학의 상징성과 모호성은 그만큼 많은 이론과 학설을 배양시켰으며 지금도 똑똑한 젊은이들을 헛갈리게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인문학이 위기를 맞으면서 한의대 입학생들이 예전보다 더 한의학에 입문하는 과정을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의 경우 과정철학, 시 창작, 서양문화사 이해 등을 한의대생들이 참여토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원시의학의 정형을 이끌어가고 있는 한의학의 인식방법론이 자연철학사상에 기대고 있어서 시와 무척 가까운 학문 영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 요즘 한의계가 어렵습니다. 학장과 학회장을 맡고 계신 입장에서 한마디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한의계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이 갈수록 어려워질 겁니다. 아마 후기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예술계에도 장르 구분이 무너졌거든요. 한마디로 무한경쟁 시대라는 거지요. 참 불행한 세대입니다. 돈이 돼야 의미가 있어지는 실용주의 때문에 인문학도 무너진 겁니다. 남는건 정신적 황폐화입니다. 아마도 우울증이 사망률 2위를 넘보는 것도 이러한 세태의 영향일 겁니다. 즉,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영역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이미 작동되고 있다고 봐야 겠지요.



- 그럼에도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한의학은 미래의학의 영감의 보고입니다. 바로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을 견인해가는 게 인류 문화사입니다. 너무 현실에 함몰되지 말고 근원적인 가치들에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삶이란 건 늘 불안정하거든요. 결국 한의계도 돌아보면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 없었다고 봐야지요. 미래도 그럴 겁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위기는 집행부의 순발력이나 유연성이 티핑 포인트(Tip ping Point)가 될 걸로 기대합니다.



- 학회지 명칭을 바꾸셨던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동안 학회지 명칭이 ‘경락경혈학회지’였습니다. 아마 대다수 학회지가 그렇게 불리울겁니다. 어쩌면 학회지 명칭이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이번에 학회지 명칭을 국제학술지 성격을 겨냥해서 ‘acupuncture’라고 명명한 겁니다. 그동안 학회지로서 폐쇄적이었고 잘 읽히지 않는 단점을 개선하여 우선 한의사들로부터 읽히는 학술지로 만들기 위해 기초 임상을 막론한 우수 치험 사례를 논문으로 실어서 근거중심의학의 기반 마련에 일조코자 합니다.



- ‘acupuncture’만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무엇보다 타 학문 영역과의 교류와 개방을 지향했습니다. 특히 개원가에서 우수한 임상사례를 접하신 원장님들이 까다로운 논문작성법이나 학회지의 높은 문턱으로 인해 발표를 못하고 매장시켜버린 예들이 많아서 이를 편집위원회에서 적극 지도하여 이번 기회에 많은 임상사례를 발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까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누군가 철학이란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는거라고 정의를 내렸더군요. 요즈음에야 나이가 들면서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 꽤 떠오르는걸 보니 이제야 철이 드는가 봅니다. 그래서 최근엔 종교철학과정도 밟아 봤습니다. 언젠가는 초월적 존재인 신에 대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엮어보고 싶습니다.





** 아름다운 동행 **



당신의 오른편은

언제나 나의 왼편이듯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한 세상 다 저물도록

하염없이 걷고 싶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좋고

눈비가 내려도 좋을

갈참나무 우거진 험한 숲길이어도



당신으로 하여금 꿈이 있고 힘이 솟는

또 하나의 세상이 있기에

또 하나의 길이 있기에



비록 우리 연약하여 둘이 걷지만 한 걸음으로

두 마음이지만 한 마음으로

모든 아픔 쓰다듬으며 그렇게도 살아 보겠습니다.



때로 별빛도 흐린 어둔 밤이거나

때로 흙먼지 휘날리는 좁은 길을 만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눈부시게

눈부시게



저 빈들에서 남모르게 뿌리를 내리는 들꽃처럼

들꽃의 아름다움처럼

처음 하늘이 열리던 그 날의 환희와 기쁨으로 살고 싶습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또 하나의 길이 시작되는

이렇게 좋은 날

당신의 오른편은 언제나 나의 왼편이듯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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