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터민이란 북한을 이탈하여 남한사회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을 말한다. 새터민들의 국내 유입은 최근 수년간 한해 2000명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지금은 1만5000명(2008년 12월 기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향후 10년간 새터민들이 남한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새터민들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 지녀
새터민에 대한 정부의 관점은 1990년 초반까지는 체제경쟁 차원에서 ‘귀순용사’로 우대해 왔고(국가보훈처 담당),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으로 탈북행렬이 이어지면서 ‘사회소외계층’의 일부로 취급했다(보건복지부 담당). 그러나 최근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가족을 동반하여 입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남·북한 사회통합의 시험대’로 인식하고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통일부 담당).
새터민들의 남한사회 정착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새터민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간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의 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의 본질에 대해 조명하고 그 대안을 갖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새터민들은 먼저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랫 동안 사회주의 습성에 젖어있었던 그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대해 편협한 사고와 경제개념의 부족으로 인한 재정관리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문직업인으로의 준비가 부족하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렇게 취약한 경제구조는 고실업률과 저소득으로 남한사회에서 상대적인 빈곤감에 시달리게 한다.
새터민들은 또한 ‘정서적인 불안정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탈북 및 도피 과정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상대를 잘 신뢰하지 못한다. 또한 불안정한 가족구조로 인한 외로움·소외감, 그리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구성원으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터민들은 ‘사회정체성의 혼란’가운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때로 남한사람도 북한사람도 아닌 마치 이방인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남한사회의 새터민에 대한 편협한 시각, 이념(사고)의 차이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체제 이탈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의 부족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새터민 정착은 통일지수의 리트머스 시험지
새터민들의 남한사회 정착은 남과 북의 ‘통일지수’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 우리는 독일통일의 교훈을 마음에 잘 새겨야 한다. 진정한 통일은 정치적·경제적인 통일을 넘어서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새터민들의 남한사회 정착은 통일의 시대에 진정한 통일로 나아가는 ‘통일연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남한사회는 새터민들의 정착에 대해 소극적이고 편협적인 자세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새터민의 정착과 지원에 대한 핵심적인 요소는 먼저 ‘지속적인 관심과 만남’에 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곳곳에 새터민들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갖고 만남을 시작한다면 그리고 작은 일부터 부담 없이 도움을 준다면 우리 모두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도움보다는 ‘실제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은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의 허구성에 속아왔다. 말보다는 작은 실천과 외적인 필요보다는 본질적인 필요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민간단체가 협력하는 일과 새터민지원센터 등 전문적인 지원단체가 세워져야 한다.
베푸는 자 아닌 배우는 자의 자세 필요
세 번째는 새터민들을 대할 때 ‘서로 동등한 관계, 즉 수평적인 관계’로 대해야 한다. 베푸는 자가 아닌 배우는 자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그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새터민들은 향후 통일의 주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들은 남과 북의 상반된 체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새터민의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근시안적인 관점이 아닌 10년, 20년 그 이후에 펼쳐질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예지하고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새터민정책은 계속 새롭게 변화되고 있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의 성공을 의미한다. 보다 효과적으로 새터민정책이 평화와 통일운동으로 승화되려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논리가 아닌 사회통합의 원리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새터민 정착 문제는 오히려 우리의 사회를 성숙하게 하고 하나 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확신한다. 새터민들이 남한사회의 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축복이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생각의 변화와 실천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