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의 진정한 장점을 어떻게 진료실 내로 끌어들일 것인가
소통을 중심으로 한 한의원 경영 (2)
급성기 단기치료와 장기관리를 모두 치료프로그램에 넣어야 한다
근대 이후의 서양의학은 인체는 기계이고 질병은 이 기계가 고장난 결과이며, 의사의 역할은 인체라는 기계를 수리하는 것을 의미해 왔다.
이 질병-치유관은 세계대전 이후 의학이 외상과 감염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원인을 제거함으로서 무질병상태의 인체로 복귀하는 것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즉 질병을 생물학적 기능의 장애로만 간주하기 때문에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치료한 것이 아니라 신체 특정 부위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몰두한 것이다.
이러한 진료철학이 극도로 발전하던 때가 바로 일제 강점기 전후 사회적·제도적 변혁기에 서양의학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한의학과 역할 경쟁을 하던 시기이며, 일제에 의해 서양의학이 강압적으로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한의학이 ‘서양의학적’으로, ‘질병을 제거하는 능력을 강조하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양의학은 어떠한가? 또, 한의학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변화의 과정이 있다 할 수 있나?
오히려 서양의학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환자 중심의 진료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의료의 비인간화’를 극복하고자 노력을 강화하게 된다. 초기의 환자 중심이란 ‘환자들이 기다리고, 돌아다니며, 물어보고, 번거로운 일의 개혁’을 의미했다고 스스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러한 노력은 현대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반영하는 건강관의 전환과 그에 따른 진료관의 재정립을 의미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1)유머 등을 이용한 공감, 2)의사-환자의 소통을 의미하는 힘의 나눔, 3)환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질병의 의미에 대하여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것, 4)우선순위가 설정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의료의 실천, 환자 스스로 변화를 위하여 실천하도록 하는 동기유발 상담, 5)방문이나 전화 등을 이용하여 가정 내에서의 실천을 돕는 가정 방문 진료를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즉 환자 중심 의료는 사용자 편의성 증대를 기반으로 환자에 대한 존중감, 소통, 질병 예방의 관리, 환자, 더 나아가서는 가족 중심 관리라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결국 현대사회의 변화된 건강관의 개념에 보다 다가서기 위한 서양의학의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 한방의료기관이 상기한 변화의 요소들, 즉 급성기 단기치료에 국한된 진료철학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의 건강 증진, 예방, 가족 중심 치료의 동기유발 등을 적극적으로 ‘치료프로그램 내로’ 포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養生과 未病을 활용하여 재진율을 높이고 의료인-환자 관계를 강화하자
‘養生’이 天地自然의 陰陽법칙에 따라 인간의 삶을 조화시키도록 하는 노력을 기술한 측면이 강조된 치유방법이자 치유철학이라면, ‘辨證論治’는 陰陽불균형 상태의 인체를 들여다보고 陰陽불균형의 상태를 분석하고, 그 원인이 어디에서 유래하였는지를 파악함으로서 陰陽의 적절한 균형상태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강조된 한의학 고유의 치유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질병의 원인, 즉 陰陽의 부조화나 불균형 상태를 균형 상태에 이르게끔 치료도구를 활용하고 일상생활 관리를 살핌으로서 치유와 건강에 도달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구체화함으로서 인간 개체의 특성과 환경에 걸맞게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은 태생적으로 인간 중심의 진료철학을 내재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治未病 개념의 강화는 정체되어있던 한의학의 진료철학상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겠다. ‘未病’은 일본에서 ‘未病’의 측정과 계량화를 목표로 연구하여 2003년 국제 노인병학회에서 공식적으로 ‘mibyou’라고 인정하였고, 교과서와 인정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2006년 중국 정부에서도 의료제도의 개혁 과정에서 ‘治未病’ 이론을 중심으로 예방의학 체계를 1차 의료제도에 적용하고자함으로서 한·중·일 3국에서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다. 이 ‘治未病’은 첫째,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로 이 시점의 ‘治未病’은 養生을 통한 건강 관리 및 질병의 예방을, 둘째, 이미 발병한 상태이거나 잠재적 발병 위험요소를 포함한 단계로 이 시기의 ‘治未病’은 조기치료의 의미로, 셋째, 질병의 발전과정에서 ‘治未病’은 병세의 악화를 막거나 합병증과 같은 질병 양상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여기에 질병과 증상이 모두 치유되고 난 상태, 더 광범위하게는 질병과 증상이 없는 상태에도, 환자의 삶의 흐름, 절기, 노동, 직업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건강이라고 하는 陰陽의 항상성이 유지되지 않을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관리 예방하는 것이 양생의 개념을 포괄한 진일보한 ‘治未病’의 개념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 중심의 한의진료철학이란, 환자가 병들어서 한의사 앞에 와 있지만, 과거 환자의 건강한 상태를 상상하고 이미지화하여서 질병에 초점을 가지는 것뿐이 아니라, 건강의 3가지 다른 모습으로 건강상태, 질병상태 및 치유상태로 인체를 바라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건강-질병-치유-건강 상태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죽을 때까지 반복될 이 전체 삶의 과정을 관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시기 질병을 치유하면 다시는 그 질병에 안 걸리게 된다는 접근도 아니며, 질병을 빠르게 치유한다는 단기적 개념도 한의학의 진료철학으로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질병으로 와 있더라도 질병을 제외하고 그 사람의 生老病死 전체를 바라보고 辨證論治해야만 한의학 본연의 인간 중심, 생로병사를 관통하는 辨證論治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원에서 ‘미병’과 ‘예방’을 강조하면 되는 것일까? ‘미병’과 ‘관리’를 강력한 치료도구로 만드는 구체적 기술은 다음 지면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