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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4일 (화)

최 현 원장

최 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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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현대 의료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강력한 도구

소통을 중심으로 한 한의원 경영 (1)



한의학의 장점은 어떠한 이유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가



의료인은 고통이라는 추상적 실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이르게 된 원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의 배경이 된 질병을 인간과 고통 그 자체로부터 분리해서 생각하는 진료철학은 그동안 한국이라는 특수한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배경 하에서 경쟁적으로 공고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고통을 개인의 지각, 인식과 삶의 흐름 속에서 조망하고 이를 통해 치유의 과정을 동행하는 진료철학을 정립하지 못하고, 최종적으로는 한의학조차도 질병을 무질병 상태로 환원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진료철학만을 강조하게 된 것을 말한다. 물론, 치유과정에 養生의 의미를 결합해서 장기적으로 관리를 수행하는 한방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시대에 따라 철학적으로 그 배경을 재검토하고 재정립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하고, 이를 실제 의료기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치료/관리 프로그램 안에 포괄함으로서 해당 시대에 걸맞으면서도 한의학의 진정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은 현대시대 소비자들의 다종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한의학이 가진 ‘환자 관리’의 장점을 구현하는 현대적 방식의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해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는 노력하지 않았는가?

모든 의료인들이 그러하듯, 한의사들도 눈앞에 앉아있는 환자를 치유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심초사 부단한 노력을 해왔고, 심지어 진료실 밖에서 밤낮 없이 연구를 시행함으로서 모두가 한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현실은 ‘한의학이 부흥함에도 한의원은 잘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이러한 이유를 역사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현재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한의학과 한방의료기관으로 환자들, 의료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제시대 부터 조장된 서양의학-한의학의 ‘역할 경쟁’이 근원이다



일제 식민지 시기 동안 서양의학을 습득한 의사들이 배출되고, 도립의원 등의 서양의료기관이 성장하였지만, 의료 인력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지역간 편차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면 한의학의 역할은 도시를 제외하고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서양의학은 해당시기 말라리아, 매독, 기생충, 혈청요법, 외과적 처치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질환이었던 결핵, 신경쇠약, 소화기 질환 등에서는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고, 이에 반하여 한의학은 전체적·종합적 관찰에 능하고 질병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서 생동하는 인체의 생명력을 강화함으로서 건강을 증진하는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 후 이러한 임상과 실천을 통한 국민건강상의 기여와 달리, 정부의 입장은 한의학은 경험의학이고, 따라서 과학적 의학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며, 국민보건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은 결국 국민들의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점차적으로 조장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해방 직후의 의료체계상의 논란, 즉 한의학의 비과학성에 대한 편협한 사고와 비판은 한의사들로 하여금 ‘과학화’라는 화두에 매달리도록 만드는 주요한 시대적 압력이었다. 결국, 필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유발된 ‘서양의학적인 현대화’의 압박이 근대 이전의 도제식 교육 형태에서 대중적인 교육형태로 변화하며 전문직 의료인의 지위를 얻게 되고, 분업적인 진료형태를 갖추어가는 등 한의학 발전과정에서도 여전히 ‘피해의식’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통해 현대사회 한방의료기관의 진료철학까지도 강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즉 해방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의 과학화 논쟁과 서양의학과의 경쟁은 한의학의 건강-질병-치유관을 현대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누가 더 자연에 가까운가’, ‘누가 더 치료를 잘하는가’의 주제에 집중되어 왔으며, 해방 이후부터 한국 의료사(史)를 지배하는 화두가 되었고, 이것이 결국 근현대사에서 발전시키고 현대화해야 할 한의학의 진료철학을 발달시키는데 걸림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인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한의학이 살려야 할 장점이다



물론, 서양의학과의 역할 경쟁에서 한의학이 표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온 과정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역할 경쟁에서 한의학이 발전해온 성과는 앞으로도 더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한의학이 가지는 치료효과로서의 역할 검증과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의 전환이 과학화·현대화의 전체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는 변증과 치료에 관한 무수한 경험이 집적되어있고, 실제 임상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도구와 방법, 질병의 이해, 체질 분류의 다양성 등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의 삶 자체를 이해하고 생활 속의 건강을 추구하며, 필요한 경우 임상적으로 개입할 시점을 찾아내고, 앞으로의 건강상태를 예측하도록 하는 무수한 도구들이 한의학에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필자는 일제 강점기부터 근현대를 관통하는 한의학 수난의 역사에서 서양의학과의 비교에 열중한 나머지 한의학의 중요한 강점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서양의학과 대비하여 비교우위에 있는 ‘인생의 관리’라는 측면을 진료체계 내로 과감하게 포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자 인생의 체계적 관리’는 어떠한 현대적 요소와 결합되어 한의원의 운영에서 드러나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지면을 통해 좀더 자세히 서술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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