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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광현 한의사

이광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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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모두에게 벽을 쌓은 것은 아닌가

약자인 ‘환자’, 그들의 눈높이로 손을 잡을 수 있는가



해발 8000m가 넘는 설산 고봉들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정복하고자 하는 등산가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청정한 호수와 호수변을 분주하게 오가는 릭샤꾼들의 외침 소리.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나라가 떠오르는가? ‘히말라야의 왕국’, 네팔. 필자는 바로 그곳에 와 있다.



유럽에서 너무 동쪽으로 많이 날아왔는지 처음에는 잘 적응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의 공항 규모는 유럽 공항들의 격납고 정도의 수준이었고, 짐 찾는 곳을 안내하는 스크린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착륙 직전 보았던 구름을 허리에 두른 히말라야의 설산들의 모습은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랫동안 고대했던 인도비자를 얻은 후 나는 곧 시끄럽고 복잡한 카트만두의 거리와 이별을 고하고 ‘랑탕계곡’ 트레킹에 나섰다.



9일간의 트레킹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세수를 하고 나면 머리카락이 얼어붙는 12월 말의 추위는 항상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고개만 들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준 설산들과 추운 밤 항상 나의 위안이 되어 준 밀크티, 그리고 모두들 둘러앉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 주었던 산장의 따뜻했던 난롯가가 있었기에 그 시간은 또한 꿈과 같았다.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는 고요한 시간,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을 필자는 벌써 그리워하고 있다.



산은 필자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 가르침은 카트만두에서 버스를 타고 트래킹 시작점으로 이동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덜 진행된 까닭에 오랜 시간 동안 심한 비포장길을 달려야 했고,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이 지쳐버렸다. 그리고 4700m의 해발고도는 사람에 따라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필자에게는 너무 큰 숫자로 다가왔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말 그대로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산 지역에서는 항상 가볍게 먹고 무리하지 않고 움직여야 하는데, 조금 방심한 순간 그대로 고산병에 걸려버렸다. 무거운 음식은 다 토해내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파왔다. 거기에 감기까지 겹쳐 춥고 공기마저 희박한 그곳에서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예로부터 운동기술은 없지만 체력은 나름 자신 있다고 자만하고 있던 필자를 산은 그렇게 있는 힘껏 ‘눌러주었다’.



게다가, 산길은 왜 그리 사람을 농락하는지! ‘둔체’라는 곳에서 ‘똘루샤브루’라는 곳까지 ‘오르는’ 날, 수십 차례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반복해서 도착한 똘루샤브루는 둔체와 고도가 같았다. 왜 길은 모퉁이를 돌 때 항상 올라갔다가, 또 다시 내려가는지, 왜 길을 평탄하게 내지 않았는지 그 길을 만든 사람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생이 바로 그 같지 않나 싶다. 때로 내려갈 때는 목적지와 반대로 가는 것 같지만, 나는 착실히 목적지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지 않은가. 산을 오르며 짧은 시간 동안 꽤나 여러 가지를 생각했던 것 같다.







트레킹을 하면서는 물론 이곳저곳에 체류하면서 필자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가깝게 보고자 노력했다. 현지인들의 찻집·밥집에도 들어가 보고, 때로는 관광지화 되지 않은 마을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유럽 여행 때와는 다른, 현지인들에 대한 우월감이라는 불편한 마음이 내 안에 느껴졌다. 은연 중에 필자는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손을 내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더러운 것이 내 옷에 묻지나 않을까, 돈을 요구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필자는 스스로 이번 여행에서 인간은 모두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 사는 사람에 한정된 생각이었나 보다. 마을을 지나치면서 허름한 집에 초대받아 점심을 얻어먹기도 했고 트레킹을 하며 네팔 친구와 친해지기도 했지만, 나는 그들의 손을 잡을 용기가 없었다.



진심으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섞이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아마도 더럽고 못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보다 ‘약자’라고 생각되는 모두에게 필자는 그렇게 벽을 쌓을 것이다. 환자도 어떤 의미에서는 약자이다. 나는 과연 진료실에서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지금 이들의 손을 잡을 수 없다면, 아마도 진료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곧 네팔을 떠나게 되지만, 이번 여행에서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이 보이지 않는 벽은 나를 계속 따라 다닐 것 같다. 고민해 볼 만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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