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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02일 (월)

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10]

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10]

이 글을 쓰는 현재 또 다른 턴(수련과 변경)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몸담고 있던 과가 심계내과라서인지 중풍환자들을 꽤 보았다.

입소문이 많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환자들만 해도 입원할 때는 아예 팔다리를 전혀 못 썼는데 얼마 되지 않아 다들 움직임을 보여 환자분과 보호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특히 입원 때부터 봐온 한 환자는 오른 쪽 팔다리를 전혀 쓰지 못할뿐더러 운동성 언어장애가 있었는데, 놀랍게도 얼마 전부터 혼자 걸어서 병동을 몇 바퀴씩 돌곤 했다. 이 환자는 다른 모든 환자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인과 함께 열심히 재활의지를 불태우더니 요즘은 곧잘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언어연습도 열심히 한다. 비록 중풍에 걸리긴 했지만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는 모습에서 중년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이 느껴졌다.



또 다른 환자는 정신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편이었다. 그 환자를 볼때마다 늘 물어보는 것이 “여기가 어디에요?”와 “제가 누구에요?”였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병원이라고 하지만 식사시간이 되면 곧잘 여기서 밥을 먹으니 식당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찌할지 난감해진다.



다른 환자들을 웃음바다로 만든 부분은 바로 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제가 뭐하는 사람이에요?”하고 물으면 ‘식모’ 또는 ‘아줌마’라고 대답할 때도 있다. 환자분 상태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모든 환자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마냥 웃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어떤 날은 한참 말을 돌리더니 ‘예쁜이’라며 대답을 회피한다. 가끔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듯 다른 말을 하곤 했는데,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계속 생각해 보세요”라고 졸랐더니 드디어 “한의사선생님이요”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바로 고된 인턴수련의 생활을 한 번에 잊게 했던 감격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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