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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6일 (월)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⑩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⑩

22-1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허준이 다시 돌아온다면







벌써 3년이 흘렀다. 교내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필자는 학우들과의 소통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 한의대 학생들의 언론기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언론기구가 있다면 전국의 한의대에 똑같은 정보가 주어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멀리 있다 할지라도 학생 교류가 활발해 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전국의 각 한의과대학 편집위원장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한 명씩 연락을 취해 소개와 함께 이러한 취지를 설명했고, 결국 모든 편집위원장들이 의기투합하여 서울에서 회의를 거쳐 ‘전국 한의과대학 편집위원회 연합(전편련)’이 결성되었다.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했던 작업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촉구하는 공동 대자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자료 조사를 했으며 각자가 분량을 맡아 글을 썼고 공동으로 교차 검수를 거쳐 대자보가 나오게 되었다. 현재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는 무엇이 있으며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할 때 무엇이 논란이 되는지, 의협과 한의협의 입장 차이는 어떠한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았다.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다른 학교와 다른 학년의 학생들이 하나의 목표를 정해, 시간을 쪼개어 나름 열심히 준비한 결과물이었기에, 서로 약속한 날 동시에 전국 한의과대학에 대자보를 게시하며 감격스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한의사협회가 주축이 되어 줄기차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요구했으며 예비 의료인인 한의대 학생들까지 이렇게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답보상태에 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역시 교육 문제이다. 주로 의사협회에서 주장하기로는 한의대에서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진이 많아질 수 있으므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현재 한의대에서 이뤄지는 의료 진단기기 관련 교육은 의대에서 하는 교육에 비해 매우 부실한가? 그렇지 않다. 한의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의대 본과 4년간 평균 54학점으로 1567시간 동안 해부학, 진단학, 영상의학 및 유관 과목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준이 아닌, 6년제 의과대학에서의 교육과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이 부족하다면 보수 교육이나 추가 교육으로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정말 교육이 문제라면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한의대의 커리큘럼을 개편하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하면 된다. 현재보다 훨씬 밀도 있는 교육을 한다면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찬성으로 돌아설 것인가. 그렇다면 그 교육의 양적, 질적 기준은 무엇으로 잡아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한의계의 자체 검증은 믿을 수 없으니 의사협회가 참여할 것인가. 그러한 검증을 통과한다면 의사와 한의사가 같이 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찬성할 것인가. 점점 우스운 가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이 문제에 있어서 교육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요즘 하는 말로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기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도구이다. X-ray와 초음파 기기들이 갈수록 소형화되고 휴대용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는 추세에서 특정 의료 직역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스럽다.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규명하며 연구 성과를 배출하는 것은 한의학의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혜택이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하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본다. 만약 허준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려는 한의사들을 한심하게 생각할까? 정말 이런 기기들의 사용은 한의학이 아니라며 싫어할까? 아니면 望,聞,問,切의 四診에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체 안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적극 활용하여 진료하고 연구할까? 반대로, 조선시대에 X-ray, 초음파 기기가 있었어도 굳이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맥만 짚었을까?



쓸데없는 생각인줄 알기에 더욱 쓴웃음이 나온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 기요틴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결방안 없이 양의계와 한의계의 갈등만 반복, 지속되고 있다. 여러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연합하여 대자보를 작성하던 그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보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작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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