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의학교육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혁신적인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다름 아닌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절대평가 제도 도입이었다.
현재 학부와 대학원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성취도의 공정성’의 이유로 상대평가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다른 곳도 아닌 의대에서 절대평가의 도입은 교육학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과연 성공적으로 도입이 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 하면서 주목해왔다.
작년 이맘때쯤 분석된 결과는 놀라웠다. 연세대 의대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학생들 성적이 전반적으로 더 향상된 것이다. 상대평가로 과열된 경쟁을 시키지 않아도 성취도가 오른다는 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최예나. 2016-04-07. 절대평가 도입한 연세대 의대의 성공… “성적도 협동심도 쑥쑥” 참고)
이와 같은 교육제도의 혁신이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 맥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의대나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충분히 학업적으로 우수한 자질을 검증받았지만 그 안에서의 비교경쟁 때문에 자신의 성적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학생이 돼가기 일쑤였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장에서 자연스레 그 안에서 낙오자가 속출되고, 그 낙오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항시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는 의대생의 삶을 살고 버텨왔던 것이다.
그와 같은 문제들이 누적되고 지속되면서 21세기에 국가나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상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자성적 성찰이 의학교육계에서 논의됐고, 이 같은 방식으로는 협력하는 의사, 의사소통을 잘하는 의사,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없음을 자각했다.
그래서 성취도 평가 방식을 과감하게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했고, 내부적으로 수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도입을 실시해 결과적으로 환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는 의사를 갖출 수 있는 여건에 가깝게 만들게 됐다. 물론 절대평가라고 해서 낙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절대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재시험을 통해 충분한 학습기회가 부여가 돼 재평가를 실시한다. 교육목표는 변함이 없으나 평가방식이 바뀜에 따라 학생들이 동료를 협력자로 인식하고, 오히려 모르는 부분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좀 더 인간적인 의사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의대 학생중심 교육은 의사 역량 향상 의미
근본적으로 이 같은 고민은 학생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식이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인본주의 교육철학과 맞닿아 있다. 2016년에 개최된 의학교육학회에서는 ‘학생중심의 의학교육’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시도는 ‘예전처럼 했는데 결과가 왜 그러한가?’ 라는 매우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으며 그 결과 교수 외에 모든 것이 변한 것임을 인정했다. 학습자의 정보 습득량, 정보습득방법, 학습 환경의 변화 등의 변수를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 중에 ‘다양한 교수방법을 활용해 수업을 구성하라’는 기준이 있다. 최근의 다양한 교육학적 방법론 등을 통해 최대한 학생의 특성에 맞춘 교수방법을 강구하라는 취지이다. 왜? 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나코와 마틴(2007)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최근 들어오는 밀레니엄 세대 학생들의 특징은 지금까지와 다른 학생들의 특성을 갖는다.
즉, 밀레니엄 세대 참여에 대한 보상을 중시하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원하며, 멀티미디어에 정통하며, 평가가 있을 때 수행하는 등 다양한 특성이 있으며 그에 따른 개인적 피드백 제공, 스스로 보상하도록 가르침, 멀티미디어 활용 수업, 수업 참여, 협력 및 공동학습 등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단순히 ‘요즘 애들은 말이야’…혹은 ‘나 땐 안 그랬다’고 치부하고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라 할 수 없다. 결국 의사로서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일이 대학에서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에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의계도 학생 중심 교육에 초점 맞춰야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도 물론 중요하다. 어쩌면 향후 변화되는 의학지식의 양과 속도는 지금까지 축적하고 배워온 지식을 넘어설지도 모른다.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기반의 인공지능 의사 왓슨(Watson)과 원격진료 장비의 등장은 지식기반의 의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만약 학생들이 의대에서 배운 교육에 질려 자발적인 학습을 하지 않는다면 의사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해볼 문제다.
요컨대 한의계 내부에서도 학생의 관점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교육이라는 행위를 재점검해보고 반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 및 한의대 교수와 학생이 함께 소통하는 공론의 장이 자주 열리기를 바라며 한의학교육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