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중심 통합치료의 시작과 끝에는 ‘환자’ 있어
통합암학회 제12회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에서 주최하는 제 12회 국제학술대회가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렸다. SIO는 미국 내 3대 암센터인 엠디엔더슨,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다나파버를 중심으로 2003년에 설립되었으며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거중심의 포괄적, 통합적 치료의 발전에 그 설립 목표를 두고 있다.
2004년 첫 학술대회가 뉴욕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 12회를 맞고 있는 이번 대회는 “통합적 창조(Integrative Innovation)”라는 주제를 가지고 종양학 분야의 전세계 통합의학 관련 의료인과 관계자들이 모여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첫 날 일정은 하버드내 medical school에서 진행되었는데 규모를 뛰어 넘는 열의와 집중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세계 통합관련 의료인 한자리에
첫날 학회 일정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MD인 개리등(Gary Deng)의 통합종양학에 대한 개요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통합종양학의 의미와 필요성, 임상에서의 적용과 그 흐름에 대한 내용을 필두로 하여 암성 피로(cancer fatigue) 및 암성 통증(cancer pain)에 대한 침의 효과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또한 첫날은 학회 최초로 FRS (Fascia Research Society)와 SAR(Society of Acpuncture Research)의 연합으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그 이유에서 인지 tissue, ECM (extracellular matrix) 및 Fascia의 stiffness와 cancer growth의 관련성에 대한 내용이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졌다. 스트레칭이 암환자에게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필자에게 스트레칭 여부에 따라 inflammation marker의 변화를 보여주는 잘 디자인된 동물 실험과 세포의 미세환경에 대한 강조는 manual therapy와 운동에 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개별 세션에서 다양한 형태 침구치료 발표
또한 그동안 한의사가 침구치료를 할 때 신중을 기해야 했던 암과 연관된 이차성 림프부종 치료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림프액의 면역 기능과 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림프관 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체계적 고찰 및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림프액 순환에 관한 manual therapy의 의의와 효과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었다.
또한 침치료의 감염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레이저침을 비롯한 다양한 경혈 활용에 대한 내용도 제안되었다. 암으로 인한 이차성 임파부종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환우들을 생각할 때 필자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식사시간과 학회 쉬는 시간에는 따로 마련된 포스터 발표회장에서 시간대 별로 다양한 주제로 개별 토론들이 격의 없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침 치료와 뜸 치료에 대한 내용 이외에도 심신의학의 활용 특히 요가나 기공 및 명상에 대한 randomized controlled trial 관련 내용이 많았고 영양 및 음식 관리, 생활 방식의 변화, 다양한 약재를 통한 암환자의 증상 관리, 지압이나 추나 등 대체의학 활용에 관한 폭넓은 주제로 포스터가 발표되었다.
두번째 날과 세 번째 날 학회의 공통 세션은 크게 “환자 중심의 치료” “심신의학” “영양과 음식”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학술대회 전반을 통해 Mind-Body Therapy에 대한 내용이 매우 강조되었는데 그 한 예로, 암환자의 체중 조절에 관한 pilot study가 발표되었다.
암환자의 체중조절에 대한 RCT에서 mindfulness training을 겸하여 운동과 영양관리를 한 그룹이 운동과 영양관리만 하고 mindfulness training을 겸하지 않은 그룹보다 유의미한 체중조절의 효과를 보였다. 이는 mindfulness training이 식욕과 동기 부여를 조절하여 체중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암환자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세션에서도 “Natural product”, “다양한 형태의 침구치료”, “심신의학의 기전과 적용”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다루어졌다. 한국 연자인 대전대학교 유화승 교수는 개별 세션에서 “갑상선 암환자에게서 방사선요오드 요법 후 나타나는 식욕부진에 대한 침의 효과”를 주제로 발표하였는데, 1회 학회부터 12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논문과 포스터 발표, 좌장 역할로 참여하였다고 하니 대단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향후에는 더욱 많은 한의사와 연구자가 참여하여 한국 한의학에서의 종양 진료 및 연구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근거 창출과 연구에서 한국이 역할을 담당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세계 통합암치료의 최근 흐름 제시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통합암치료의 가장 최근의 흐름과 근거중심의 연구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으나 몇가지 필요성을 절실히 체험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학술대회 speaker로 나선 연구자들의 주축이 실제 임상의 현장에 있는 의료인 또는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분이 아니고 오랜 시간 다양한 연구의 현장에 있는 PhD 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직 종사자들이 한의학 분야에 진출하여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 모델을 디자인하고, 여기에 임상에 임하는 의료인들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결합될 때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필자는 통합적, 포괄적 치료라는 관점이 일종의 한의학에 대한 일탈 행위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고, 환자중심의 통합적 치료를 지향하면서도 지압, 맛사지, 요가 등의 행위에 대해서 배타적인 시선을 가지던 때도 있었다. 이번 학회를 마치면서 다시 한 번 근거중심의 통합적, 포괄적 치료라는 관점의 시작과 끝에는 오로지 환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