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전통의학의 현대화된 진단체계에 따른 질병 분류와 치료법 공유
한의학은 해부학에 근거해 발전해온 학문
시대변화 맞춰 과학기술 활용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 한의학의 정체성 지키는 길
한의협, 한․중 진단체계 세미나 개최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중국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보편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써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접목한 독창적인 연구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4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와 중국 중화중의약학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진흥재단이 후원한 한․중 진단체계 세미나가 여의도 켄싱턴호텔 센트럴파크홀에서 열렸다.
현대화 된 전통의학의 진단체계를 주제로 한․중 양국의 전통의학이 이뤄온 현대화된 진단체계에 따른 질병 분류와 치료법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당뇨병 표본허실 변증의규범화 방안 및 연구(북경중의약대학교 조진희 교수) △한의학에서의 진단기구 활용에 대한 실례(상지한의대 백태현 교수) △기본 証의 정량화된 진단 및 변증에 따른 양약 응용에서의 작용(북경주의약대학교 가해충 교수)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남동현 상지한의대교수와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조진희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의사들은 당뇨 진단에 있어 양방적인 검사와 더불어 맥상이나 설상에 대한 진단기기, 설표면 진액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기 등을 활용해 진단하고 여러 지표들을 활용해 치료효과를 판단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설상 등 사진에 대한 객관적 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했기에 가능했으며 현재 맥상기, 설상을 측정하는 기기, 그 외 맥상의 정보를 채집하고 체질과 매칭하는 여러 프로그램들도 개발돼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조 교수는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이 진단체계에 있어 의료기기와 양방 이학적 지표를 보편적으로 참작하고 있다”며 “이는 치료 전․후 효과를 평가하는데 의미가 크고 세계적으로 한의약의 유효성 전파 및 양의사들과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태현 상지한의대 교수는 한의학이 해부학을 근거로 하고 있는 학문임을 강조하며 초음파, X-ray 같은 관찰 도구를 활용해 환자들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수천년 전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에 ‘해부’라는 용어가 나오고 여기에는 세부적인 해부학적인 내용들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다시말해 양의계가 'Anatomy'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해부’라는 용어를 가져다 사용한 것으로 오히려 양의계가 말하는 식으로 표현하자면 ‘도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예수가 태어나기 전부터 동양의학에서는 해부학적 사실들을 이해하고 해부학적관을 근거로 발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닐스보어의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류를 위한 것이라면 과학기술은 독점적으로 소유해서는 않되고 인류가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명언을 언급한 백 교수는 “한의사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관찰하기 위한 도구인 영상기기를 당연히 사용해야 하고 그러한 권리를 갖고 있다”며 “한의원 임상현장 진료 현장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현실감 있는 기기가 초음파”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를 지키는 것을 정체성이라고 규정해 버리면 퇴보의 길로 가는 것이며 시대변화에 맞춰 과학기술을 활용해 발전해 나가는 것이 한의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가해충 교수는 중의진단의 객관화 방법으로 35개의 변증을 구분, 이에 기초한 임상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제시하고 변증 체계를 전통의학적 진단시스템 하에서 아스피린을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중의학의 진단학을 논할 때 질병에 대한 정보를 채집하는 과정과 이에대한 분석을 통해 최종적인 변증진단을 하게 되는데 질병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중의사는 이학적 검사와 임상검사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검사는 이학적 검사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얻어 진단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검사법을 말하며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뇌파검사, 초음파검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어진 토론에서 남동현 상지한의대 교수는 “중국에서 이뤄지는 연구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임상에 있어 한의사의 전통적인 진단방법의 장점(정확성)을 살리면서 약점(신뢰도)을 진단용 의료기기 활용으로 보완하면 보다 정확하고 유효한 진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영섭 선임연구원은 “연구자 입장에서 현재 한의학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들을 현대의 도구를 활용해 정량화시키고 IT기술을 활용해 현대에 걸맞게 재구성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신뢰도 있는 타당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지호 이사는 “발표된 중국의 연구사례를 보면 의료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한의학이 얼마나 유의미하고 독특한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며 현재 국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제한받고 있는 국내 현실이 한의학 발전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편 세미나에 앞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전통의학이 현대의학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풍부한 임상경험을 현대화, 객관화 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시발점이 바로 21세기에 어울리는 진단체계와 이를 통한 질병 분류라 할 수 있다”며 “현대 과학발전의 흐름에 발맞춰 합리적인 진단체계 확립을 위한 양국의 사례를 공유하고 한의학과 중의학의 진단체계 원리를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이 자랑할 수 있는 것 중 특히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은 대단한 자랑이며 그 중심에 한의학이 있다”며 “하지만 양방 국립의료원은 많지만 국립한방의료원은 한군데도 없는 현실에서 허준 선생이 태어나고 동의보감을 집필한 강서구에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남점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은 “보건의료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으로 어떻게 하면 진단에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국민건강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의학은 앞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혜정 원장은 “전통의학은 환자의임상 증상과 징후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의사들 간에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진단기준이 미흡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진단체계의 객관적인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중 양국이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시켜온 진단체계와 원리를 공유하고 나아가 현대 과학발전의 흐름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진단체계 확립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