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발주하고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이 추진한 한약제제 제형 현대화 사업이 5년 만에 정제와 연조엑스 등 다양화된 한약제제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31일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회관에서 전은영 보험이사를 만나 그간의 추진과정과 소회를 들어봤다.
5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한약제제 다양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시작은 지난 2012년이다. 현재의 김필건 한의협회장이 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복지부 고시 제2016-44호에 명시돼 있는 ‘단미엑스산제’, ‘혼합엑스산제’ 등 가루약에 한정돼 있는 제제를 다양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때부터 시작됐다.
추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한약제제 원가 자체가 27년 동안 동결되다보니 제약사에서 동력을 못 받고 있더라. 그래서 협회가 주도적으로 지난 2014년도에 한약제제 원가 현실화를 먼저 이뤄냈다.
원가 현실화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한약제제 다양화를 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 후 한약 품질 개선, 제약사의 협조를 이끌어 냈고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약사법의 품목 허가, 복지부의 용어 변경 등의 개정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부 측에서 사실상 한약제제 다양화가 30년 만에 이뤄진 거라고 했을 땐 감격스러웠다.
원래 1월중 보험 적용 하는 거 아니었나. 지난해 복지부가 내년부터 달라지는 의료관련 제도로 소개한 걸로 기억한다.
제약회사들이 가격에 불만을 제기해 재조정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복지부에서 내부적으로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다양화된 한약제제의 가격은 산제를 기준으로 하되 차후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양방의 반발이 심했던 걸로 알고 있다.
보험급여가 되는 약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복지부에서 고시를 해야 하는데 고시하느냐를 두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양방 쪽이 서면으로 반대를 했다. 23인 중 약사회와 의협이 포함된 3명이 반대를 했지만 나머지 20명이 찬성을 해서 통과가 됐다.
국민들의 한약 복용 편의성 향상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인데 직역 간 갈등의 관점에서 반대하는 걸 보고 조금은 실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보류시키는 등 적잖이 반대를 한 걸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박완수 수석부회장이 식약처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56종의 건강보험용 단미엑스산혼합제 중 7개 품목이 개발돼 품목신청 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기다렸는데 식약처가 일방적으로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산제가 보험용으로 허가되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산제 이외의 제형에 대해서는 허가가 불가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복지부에서는 이미 제형이 변경된 한약제제를 ‘한의건강보험용’으로 허가해 한의의료기관에 공급돼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식약처에 전달했는데도 찬물을 끼얹어 애를 먹긴 했지만 결국은 잘 해결이 됐다.
정제랑 연조엑스 외 향후 개발될 한약제제 형태는?
이번에 보험 적용이 된 두 제제는 1차 연구 결과이고 2,3차 연구결과는 다양한 형태로 속속 개발될 것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약제제 다양화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쓴 약을 싫어하는 영유아, 어린이들에게는 연조엑스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약을 간편히 들고 다니고 싶어하는 바쁜 직장인들은 알약인 정제 형태를 선호할 거라고 본다.
어쨌든 더 많은 환자들이 한약을 좀 더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제약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정우, 한풍, 함소아제약 등 지금은 세 군데지만 새로운 길이 열렸기 때문에 향후 다른 제약사들도 속속 등재할 거라 본다. 자체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제약사들도 있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연구과제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다 판단하면 더 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은 과제는?
계속 개선은 되고 있는데 시장이 더 커져야 한다. 사실 한약제제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고착된 부분이 있다. 한약제제 형태가 한정돼 있어서 회원들은 안 쓰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약사에서는 생산을 안 하는 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진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운 길을 열어 이 문제를 깬 것이다.
회원들의 인식도 바뀌어가고 있으니 한의사들이 국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환자들이 언제부터 복용이 편리한 한약을 먹을 수 있나.
제약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빠르면 이달 중후반부터 한의원에서 처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