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시체해부법’의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시체해부심의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전반에 걸쳐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을 배제한 것에 대해 한의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이하 시체해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7월6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입법예고안에 대해 한의계가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시행령 제2조(시체해부자의 자격)에서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과 달리 한의과대학을 배제한데 이어 시행규칙 제2조의2(시체해부심의위원회 구성)에서도 해당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의 자격으로 한의사, 한의과대학의 장을 배제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시도지부 및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한의학회 등은 이번 시체해부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령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입법예고안의 즉각적인 수정 내지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가 개정령안을 문제 삼는 것은 이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모법이라 할 수 있는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시체를 해부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의과대학(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포함한다)’의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강사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상위법에서는 ‘한의과대학’을 의과대학의 범주에 분명하게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의 하위법령과 규칙에서 의과대학의 범주에 ‘한의과대학’을 제외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체해부법 제2조의2 제1항은 ‘의과대학 또는 종합병원의 장’이 시체해부심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의과대학’은 제2조 제2호 가목의 괄호 규정에 따라 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 제2조(시체해부자의 자격) 제2항, 시행규칙 개정안 제2조의2(시체해부심의위원회의구성), 제2조의3(시체해부심의위원회의 운영 등) 등은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을 배제하고 있어 상위법에서 부여한 실체적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체 구조 연구를 위한 시체 해부 시 해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시체해부법 제9조 제2항과 달리 시행규칙 개정안은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을 배제함으로써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이 인체 구조 연구를 위한 해부학 교육을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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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가 개정령안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현재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및 1개 한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과정에 해부학 및 실습, 초음파 해부학, 인체의 구조와 기능 실습 등의 교과목이 포함돼 있어 모든 한의대생들이 이 같은 교과 과정을 전공필수로 이수해야만 하는 등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체의 해부(解剖)와 관련해서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한의학 고전에서도 명확히 기록돼 있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靈樞) 제12편의 「경수편(經水篇)」에는 ‘사망한 사람의 몸을 해부하여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고 기록돼 있고, 동의보감(東醫寶鑑) 내경편(內景篇) 첫머리의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에서는 오장·육부·구규·십이경맥·365골절·혈맥·모발·치아 등을 인체 구성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오장육부(五臟六腑)」 항목에서는 ‘의사는 마땅히 오장육부를 알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 등 각 내장의 기능뿐만 아니라 내장의 길이, 수곡의 양 등 측정적 신체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 한의학 임상 분야도 해부학적 인체 이해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의의료기관의 진료와 청구는 의과 및 치과와 마찬가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기반한 상병기호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한의 치료도구 역시 해부학적 구조를 응용해 추나요법, 침, 전침, 온침, 화침, 도침, 매선, 약침 등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한의 진단 영역은 해부학에 기반해 보편화돼 있는데, 전국의 한의과대학에서는 진단학과 영상의학 교육이 필수 이수 과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한의계는 입법예고된 개정령안의 시체해부자의 자격, 시체해부심의위원회의 구성, 시체해부 심의대상기관 등에서 배제된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을 상위법령의 취지에 맞게 일치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은 “상위 모법인 ‘시체해부법’ 제2조에서 명시적으로 의과대학의 범주에 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법령 개정안에서 한의과대학을 배제한 것은 명백한 법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어 “인체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의 임상이 이뤄질 수 없을 정도로 해부학은 한의학 분야의 매우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복지부는 시체해부법의 상·하위 법령 간의 심각한 불일치를 바로잡아 한의과대학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해부학 교육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한 한의계 단체들은 보건복지부가 시체해부법의 상·하위 법령 간의 모순을 인정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개정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면서, 남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개정안 수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