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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07일 (화)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⑬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⑬

맛도 효능도 다른 딸기·산딸기·복분자
허한 신장에 좋은 ‘복분자’… 몸이 찬 여성의 임신에 도움
복분자, 구기자 등과 배합해 ‘오자연종환’ 한약 만들기도

권해진1.jpg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9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벌써 산딸기가 나올 때인가! 사셨어요?” 제가 산딸기를 한 봉투 들고 들어오시는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모습은 밭에 다녀오신 것 같았지만 저희 밭에선 산딸기가 나올 리 없으니 어디선가 사오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우리 텃밭 농장에, 저 구석에 산딸기나무가 있잖아. 농장주 거라 신경 안 썼는데 오늘 아이들 가져다주라며 한 봉투 따주셨어.”

 

[권해진4]산딸기 나무 1.jpg

 

◇ 6월에 만날 수 있는 딸기와 산딸기, 복분자

“와, 산딸기 오래 간만이다. 옛날에 할머니댁 가면 얼려서 주셨는데!” 아들이 산딸기를 보며 돌아가신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냅니다.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여름에 시댁에 가면 산딸기가 항상 냉동실에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깻잎을 키우시던 밭 한쪽에 나지막하게 산딸기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산 아래 밭이어서 다른 이들의 손을 타지 않는 곳이었죠. 그 밭에 가실 때마다 따오신 산딸기에 설탕을 살살 뿌려 얼려두셨습니다. 그러다 휴가 때 오는 손주들이 아이스크림이라도 찾으면 얼려둔 산딸기를 내어주셨습니다. 벌써 5년이 지난 일인데 큰아이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산딸기를 기억하고 있네요.

 

딸기, 산딸기, 복분자 이 세 가지는 모두 장미과에 속하는 과일입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파는 시기는 조금씩 다릅니다. 딸기는 이른 봄에 나오고, 산딸기는 6월에 나오며 복분자는 6월~8월에 나오는데 한약재로 말려 팝니다. 그럼, 이 세 가지는 모두 자라는 시기가 다를까요? 그렇지 않아요. 셋 다 자라는 시기는 비슷합니다. 

 

딸기는 겨울을 견디고 봄에 잎을 내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하우스 시설이 아닌 땅에서만 키우면 4월 초순에 꽃망울이 나오고 중순부터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면서 딸기가 자라는데 5월의 따뜻한 햇살에 빨간색을 띠게 됩니다. 6월말 더워지기 전까지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열매를 맺지 않고 새로운 줄기를 길러냅니다. 여러해살이 풀이다 보니 첫해 모종을 심으면 겨울을 난 다음 해에 열매를 맺습니다.

 

[권해진2]텃밭 일반 딸기.jpg

 

그리고 한 해 한 해 덩굴이 번져서 가지를 정리하지 않으면 점점 자라는 곳이 넓어집니다. 시장에서 파는,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딸기와 비슷할 거라 기대하고 키우면 안 됩니다. 비료를  따로 주는 것이 아니어서 달지 않고 새콤합니다. 크기도 작고 비가 오면 땅에 닿았던 부위가 쉽게 상합니다. 그런데도 키우는 이유는 호미로 풀을 매다가 딸기 하나 따서 입에 넣으면 그 상큼함에 미소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딸기와 산딸기, 복분자는 같으면서 달라

‘산딸기’는 전국 산과 들에서 작은 나무 형태로 자라는 낙엽 관목입니다. 산딸기는 일반 딸기와 달리 재배 농가가 많지 않습니다. 짧은 기간에 열매를 맺고 하우스 재배를 거의 하지 않으니 제철 과일을 찾는 분이라면 꼭 초여름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산딸기를 먹으면서 복분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산딸기는 장미과 ‘산딸기나무’의 열매이고, 복분자는 같은 장미과의 ‘복분자딸기’의 열매로 둘 다 땅에서 덩굴로 자라는 일반 딸기와 달리 나무에서 열매가 달리는 ‘나무딸기’의 일종입니다. 두 나무의 구분이 쉽지 않고 열매의 맛이 조금 차이가 있으나 열매 모양이 비슷해서 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먹으면 요강이 뒤집어질 정도로 소변 줄기가 세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복분자(覆盆子)’는 열매가 다 익으면 검붉은색을 띱니다. 붉은빛으로 익은 복분자는 앞서 말했듯 산딸기와 구분이 쉽지 않지만 꽃빛깔은 약한 핑크로 산딸기의 흰색과는 달라서 꽃이 피는 시기에 오히려 구분이 잘 됩니다. 빨간 열매를 먹어보고 단맛이 강하면 산딸기, 시큼하면서 씁쓸하면 복분자라고 판단하는 분도 있더군요.


◇ 오자연동환, 신(腎)이 허한 증상에 좋아

한의학에서 ‘복분자’는 녹색이나 녹황색으로 덜 익은 것을 끓는 물에 살짝 익혀 건조시켜 사용합니다, 『동의보감』에 복분자는 신(腎)이 허해서 생기는 증상에 사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차전자 등과 배합하여 ‘오자연종환’이라는 약을 만드는데, 이는 남자로 인해 임신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마치 그 약이 정력을 강하게 해준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권해진3]다 익은 복분자.jpg

 

엎을 ‘복(覆)’에 동이 ‘분(盆)’ 한자를 쓰는 복분자 이름 또한 그런 오해를 부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복분자는 성질이 따뜻하여 양(陽)기가 강한데 더욱 강해지고자 하여 드시면 오히려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미 요강이 뒤집어지는 분들은 삼가시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몸이 찬 여자의 임신을 돕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텃밭 한쪽에는 일반 딸기가 자라고, 농장주는 산딸기나무를 키우시고, 한의원 약장에는 복분자가 신정(腎精)이 약한 환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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