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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1일 (목)

내과 진료 톺아보기⑫

내과 진료 톺아보기⑫

“해가 바뀌고 체력이 떨어져 자주 피로감을 느껴요”
한의사의 내과 진료는 약물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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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약물 치료는 인간 중심의 치료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고려될 수 있다.”, “당뇨 치료의 목표는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고, 삶의 질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미국당뇨협회(ADA)의 당뇨 치료 표준 지침(Standards of Care in Diabetes-2024)에 나오는 내용이다. 

“복부비만이 있고요, 해가 바뀐 후 체력이 확 떨어져 자주 피로감을 느낍니다.”

60대 후반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피로(疲勞, fatigue), 진료실에서 흔히 접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증상 중 하나다. 피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피로의 원인을 찾기 위한 임상 추론을 시작했다. 환자는 약 30년 전에 고혈압과 당뇨를 진단받아 지금까지 계속 화학합성약물을 복용해 왔다고 했다. 약 25년 전에는 고지혈증을 추가로 진단받아 약물이 더해졌고, 그렇게 화학합성약물을 30년 넘게 복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원 2주 전 시행한 검사에서 Hb A1c 수치가 오히려 상승하여 당뇨 관련 약물이 증량되었다고 했다. 


환자의 약물 복용력을 살펴보았다. 환자는 고혈압에 대하여 텔미사르탄을, 당뇨에 대하여 글리클라지드, 알로글립틴, 메트포르민을, 고지혈증에 대하여 아토르바스타틴,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 중이었다. 그 외에도 아스피린, 덱스란소프라졸과 함께 비뇨기계 증상에 사용하는 약물까지 총 11종류의 화학합성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당뇨와 관련된 글리클라지드, 알로글립틴, 메트포르민이 2주 전 모두 증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는 피로 외에 소화불량, 갈증, 빈뇨 등의 증상도 호소했다. 무엇보다 환자는 1주일에 5회 이상 음주를 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음에도 식습관이 매우 좋지 않았다. 


환자의 체질량지수(BMI)는 31.2㎏/㎡ 에 달했고, 본원에서 시행한 진단의학적 검사에서 Cholesterol, total 133㎎/dL, HDL-Cholesterol 36㎎/dL, Hb A1c 7.6% 등의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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舌質은 榮•紅, 舌苔는 白•厚•燥하였고, 脈象은 沈•遲•虛•滑했다. 

환자의 병력, 약물 복용, 식습관 및 알코올 소비 패턴 등을 감안할 때, 피로 증상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비만 상태와 깊게 관련 있었다. 특히, 이들 질환에 대한 화학합성약물을 30년 넘게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b A1c가 7.6%로 높게 유지되고, 피로, 소화불량, 갈증, 빈뇨 등의 증상으로 삶의 질이 감소하는 것은 환자의 치료 계획과 목표에 대한 재평가와 수정이 필요함을 의미했다. 


이에 병력, 약물, 식습관 및 알코올 소비 패턴뿐만 아니라, 나이, 직장 환경, 신체 활동, 사회적 상황, 재정 상태, 건강 우선순위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환자에 맞춘 개별화된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계획된 치료 기간은 7개월이었으며, 이 기간에 東醫寶鑑 消渴門에 나오는 桑白皮湯과 黃芪湯에 麻黃, 石膏, 大黃, 芒硝 등을 加한 첩약을 사용했다. 


첩약 복용과 동시에 화학합성약물 중 아토르바스타틴, 페노피브레이트, 아스피린, 덱스란소프라졸과 비뇨기계에 사용하는 약물은 즉각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에 대한 약물인 텔미사르탄, 글리클라지드, 알로글립틴, 메트포르민은 치료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저혈압 및 저혈당을 감안하여 첫 1주일 동안 복용을 멈췄다. 그 대신 혈압과 혈당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2주차에 다시 복용을 재개한 후 치료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감량(tapering off)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첩약을 기반으로 한 한의학적 치료에 반응이 매우 좋았고, 치료를 시작함과 함께 혈당 및 혈압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30년 넘게 복용했던 화학합성약물을 다시 복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원 시 호소했던 피로, 소화불량, 갈증, 빈뇨 등의 증상, 복부 비만도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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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계획된 치료가 종료된 후 첩약 또는 화학합성약물 등 혈당 강하 요법 없이 6.5% 미만의 Hb A1c를 3개월 이상 유지했고, 이에 당뇨 완화(remission)로 판정할 수 있었다(표1). 당뇨 완화 상태 유지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검사(CGM)를 시행했다(그림1). 이를 통해 식습관 및 생활 습관과 혈당 변화의 상관관계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환자는 “30년 동안 먹었던 약을 더 이상 먹지 않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치료 과정을 요약했다. 

한의사든 양의사든 의사는 반복적인 약물 처방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의사가 질병의 내면을 탐구하고 그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의 삶의 질을 최적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약물은 이러한 인간 중심의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의사는 환자와 함께 질병의 치료 및 관리가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필요에 따라 재평가를 통해 치료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 중심적 치료에 탁월한 한의사의 내과 진료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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