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배구 관계자들 치료효과에 입 못 다물어
침·테이핑요법 활용…강의 제안 받기도
한의학 우수성 세계에 알리는 역할 ‘톡톡’
지난 4월말 한 장의 팩스가 한의원으로 날라 왔다. 이란 배구협회장인 Mr. Yazdani Khorram씨가 6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는 2006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 예선전의 팀닥터를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란 체육회의 지정 한의원이기도 하면서 작년 이란 배구팀 닥터로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던 연고인 것 같아서 한의원의 다른 staff와 논의하여 제의를 수락했다.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란 배구의 핵인 11번 Torkashvand가 많이 아프다고 전화를 받았다. 그 선수는 한국의 신진식과 같은 정도의 핵심 멤버였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재활훈련을 한다고 보고를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배구선수들이 늘 고생하는 슬개골하쪽의 문제가 아닐까 예상하고 치료준비를 했다.
대부분 슬개골하쪽 부상
이란팀은 몇 년 전부터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아시아의 3용(龍)인 한국, 중국,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중이며, 그 중심에 이탈리아에서 Club팀 감독을 계속 해 왔었던 박기완 감독이 서 있었다. 선수들의 선발, 선수들의 훈련, 그리고 이란 선수들이 나중에 이란 배구를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구를 해석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선수들이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며 다른 Coaching Staff들은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감독이었다.
감독이 많은 권한을 갖고 Master Plan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란에서는 이란배구의 히딩크라고 언급할 정도이다. 이번 초청은 박 감독의 부탁과 이란팀 선수들의 한의학에 대한 매료,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이란 배구 협회의 sponsorship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8시간. 이란 현지 시각으로 밤 12시쯤 도착한 테헤란공항은 여전히 우중충한 분위기와 깨끗하지 못한 상황은 3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박기완 감독의 반가운 마중과 빨리 쉬고 싶은 심정으로 짐을 차에 싣고 호텔로 향했다. 한국 선수들과 찾았을 때 묵었던 아자디호텔보다 훨씬 좋은 시설인 올림픽호텔에 숙박을 하게 되었다. 이 호텔은 이란의 Sports Complex(축구, 배구, 농구, 역도, 태권도 등 여러 종목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여러 경기장이 함께 붙어 있는 곳, 우리나라 잠실 Sports Complex와 비슷한 개념) 옆에 위치해 있으며, 배구협회(배구장도 협회와 함께 있음)와는 차로 3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2002년부터 이란 대표팀과 인연
이란 대표 선수들과의 만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도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 참석차 테헤란에 왔을 때 이곳의 대표팀을 맡은 박기완 감독이 몇몇 선수의 치료를 부탁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부산 아시안게임 때 다시 부탁을 받아 부산에서 선수들을 치료했었고, 2003년 중국 텐진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이란팀도 치료했었고, 작년 아테네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는 이란 팀닥터로 참석을 했었다. 햇수로 벌써 4년째가 되다 보니 선수들의 이름은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아도 그들의 신상명세와 가족사, 그리고 치료했던 병력은 다 기억이 났다.
매일 오전 오후에 각각 한번씩 치료를 하였는데 한방 치료 효과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은 이미 여러 차례 겪어서 침 치료를 두려워하는 새로운 선수들을 이미 치료를 경험한 선수들이 달래서 치료를 받게 하는 우스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침술 등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 많아
이란에서 치료를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스포츠의학에 대한 투자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다음날이나 다음 다음날에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 이때 간단히 몇 알의 약을 주거나 의학적 입장에서 몇 주를 쉬어야 난다고 하는 말은 경기를 하지말고 집으로 가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될 수가 있다.
이란 배구협회가 비행기와 체제비 등을 대면서까지 한국의 한의사를 초빙하는 것은 그만큼의 기대치를 갖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반드시 이뤄야 하는 부담감도 개인적으로는 갖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란에도 의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특히 선수를 치료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지만 배구협회가 한의사를 선택한 것은 이미 몇 번의 치료로 나에 대한 검증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나의 치료를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 협회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주사나 약의 투여, 그리고 기계를 사용한 물리치료(해외 경기일 경우는 기계도 가져가지 못하는 단점도 있음)로는 당장 다음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선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침 치료와 테이핑 치료는 이들의 부상 치료는 물론 경기력 유지와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수술이나 장시간의 재활을 필요로 하는 부상을 제외한 부분에서 양방보다는 한의학적 치료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자국의 의사가 아닌 사람이 자국의 치료와는 다른 치료를 통해서 선수들의 통증 제어와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보고는 두 가지 치료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스포츠의학회 쪽에서 의사가 직접 찾아와 침술에 대한 세미나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기도 했으며, 물리치료사들은 테이핑 치료와 침술을 가르쳐 달라고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닐 정도였다.
이란 팀닥터,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한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낯익은 사람이 있어서 잠시나마 이야기를 하게 되면 쉽게 마음이 열리고 서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란 사람으로는 Ebrahim Abbasi라는 재활센터의 물리치료 실장이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를 통해 아시아 스포츠 의학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나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내가 시술하는 테이핑 치료에 대해서는 다른 스포츠 종목 물리치료사들을 모아서 시술하는 장면을 보게 할 정도로 대단히 열심이었다.
모든 경기가 끝난 다음날 스포츠신문은 이란 배구의 일취월장에 대해서 언급을 하면서 나에 대한 기사도 빼지 않고 실어주었다. 이제 이란도 침술에 대한 인지를 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과거 중국의 한의사들이 잠깐 와서 치료를 하고 가면서 침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었던 것을 한국의 한의사가 새로이 장식하여 배구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켰다는 것과 선수 외에 몇몇 사람을 치료하면서 1, 2회의 치료를 통해서 Mechanical Back Pain이 간단히 해결되었던 것을 치료받은 담당의사에게 전하고 그 담당의사가 어떤 mechanism으로 치료가 되는지 물어보는 일이 발생하면서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까지 침술에 대한 호기심은 하루하루 지나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란을 떠나기 전날에 호텔로 찾아 온 의사까지 있을 정도였다.
40도에 가까운 기온으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나라 이란. 체재기간 동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많은 이란 사람들이 새로운 정권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는 나라. 여성들이 아직 챠도르와 히잡을 입어야 하는 나라. 종교가 사회 곳곳에 묻어있는 나라.
이란을 다시 한번 방문을 하게 되어 기뻤고, 특히 침술이라는 치료수단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게 되어 이번 팀닥터 활동은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언젠가 이란사람들에게 근골격계의 한의학적 치료를 소개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