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 한의대 신경정신과교실 김종우
다학제간 연구로 시너지 효과 창출 바람직
이론·연구방법 등 새로운 연구모델 제시를
8월22일부터 26일까지 일본 고베에서 열린 제18차 세계심신의학회(World Congress of Psychosomatic Medicine)는 한방신경정신과를 담당하는 학자로서도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또한 이 경험을 심신의학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들과 공유하고 싶어 학회를 정리해 본다.
한국에서 심신의학회에 지속적으로 참석하는 멤버들은 대한스트레스학회 회원들로 이번 세계 학회에도 회장을 비롯하여 40여명이 참석을 하였다. 대한스트레스학회는 의사, 한의사, 간호사, 심리학자 등 스트레스에 대하여 연구하는 대학교수 및 대학원생, 임상가들로 결성된 학회로 2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한의사도 한방신경정신과를 중심으로 20여명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많은 참여를 환영한다. 이 학회에서는 국내 학회 외에 격년마다 아시아심신의학회(ACPM)에 참여를 해 왔는데, 이번에는 세계 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세계심신의학회에는 초청 발표, 심포지엄, 연제 발표, 포스터 발표 등 1주일간 진행되면서 수백편의 논문이 발표되어, 심신의학의 세계적인 연구 추세와 연구 성과를 알 수 있었다.
심신의학은 비록 생소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한의학의 기본 사상인 ‘심신일여’라는 관점에서는 한의학과 매우 유사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학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었던 바도 바로 심신의학이 통합의학에서의 주요한 학문적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신의학의 연구 방법론과 임상에서의 활용에 대해 많은 발표가 이뤄졌다.
특히 차기 심신의학회 회장인 심리학자 Sensky 박사의 발표는 한의학 연구 방법론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즉 case study를 통하여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가설을 만들고, open trial을 통하여 효과를 검토하여 임상에 활용하고, controlled trial을 통하여 유효성을 확인한 후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과정을 제시하였다.
학회의 주제가 심신의학이고 또 일본에서 열린 관계로 자연스럽게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이 주요 의제였는데. 본인도 심포지엄의 연자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서의 한의학과 문화관련증후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본인의 내용은 한의학이 심신의학적 배경을 가지고 통합의학의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견해였는데, 동서양의 많은 학자들이 한국에서의 한의학 교육의 실제에 대하여 공감을 하고, 또한 한의학이 통합의학의 한 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또한 그러한 내용에 기반을 둔 통합의학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심포지엄 후의 토론도 이어졌다.
그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심포지엄의 주제는 통합적인 건강관리, 심신장애에 대한 비약물 요법, 보완대체의학, 자율훈련법, 일본에서의 한약 치료, 일본 전통의 정신치료, 분노 조절 프로그램 등 20여 가지의 내용이어서 임상의학을 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결국, 한의학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다학제간의 연구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만난 중의학 심신의학회장인 Zhao Zhifu, 차기심신의학회장이면서 심리학자인 Tom Sensky, 일본 통합의학 및 대체의학회 회장인 공학박사 출신의 Kazuhiko Atsumi, Mind-Body Medicine의 James Gorden 등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어울러져 만들어가는 심신의학의 분야에 한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리의학의 장점을 의학연구방법론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타 학문분야와의 교류를 통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학회에서 볼 때, 심신의학이라는 학문분야에 대한 한의학에서의 접근이 요망된다. 한의학의 배경이 심신의학이라는 이론적 접근뿐만이 아닌, 심신의학의 연구 방법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한의학 연구 방법론의 새로운 접근 모델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통합의학의 한 축으로써 한의학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