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주 부산 월해한의원장
13일(토요일) 7시30분 일찍 베트남 전통의학병원에 도착하니 엄청난 수의 환자들이 마당에 서성이고 있고 복도를 꽉 메우고 있어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그 열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병원 직원들도 당황되는지 질서를 잡느라 고함을 질러대지만 우리 한의사들은 며칠간 진료에 이력이 나서 차분하게 임하고 있다. 필자는 약속대로 정수 장인을 먼저 치료하고(右側 마비니까 右 肺經과 膀胱經) 정수의 통역으로 환자를 보고 있을 때 VTN 취재진이 닥쳤다.
먼저 방금 침을 맞고 침대를 내려오는 정수 장인에게 마이크를 갖다 댄다. ‘어디 아파서 침을 맞았느냐’고 묻는 모양이다. 시술한 사람도 결과를 확인 못한 순간인데 취재진이 먼저 인터뷰부터 하려는 것이다. ‘중풍 온지 한 달이 되어 오른쪽 팔다리를 못 쓰는데 방금 침을 맞고 팔이 이렇게 어깨까지 올라오고 부축하지 않아도 이렇게 걷습니다.’ 시술한 필자는 누구보다도 속으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아니! 중풍이 침 한번으로 효과가 즉석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병인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러려니 하겠지만 말이다.
어제 저녁 Miss Capital Garden 건도 있어서인지 담당 PD는 흥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한의사 한 사람마다 일일이 인터뷰를 하고 열심히 화면을 담는다. PD의 요구에 의하여 정수 장인에게 다시 한번 침을 놓고 그 장면을 화면에 담게 되었다.
이날의 진료는 이렇게 흥분 속에서 끝났는데 이 중 누구보다도 신이 난 분들은 하노이 전통병원의 진료를 주선한 Mr. Teddy와 권 사장이다. 호텔로 돌아오자 Capital Garden Hotel 직원을 진료하게 되었다. Mr. Teddy의 말 ‘직원들이 아픈 데가 있다고 하면 해고될까봐 숨기니까. 모두 침술로 치료해야겠다’고.
14일은 일요일인데도 아침부터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했다(일요일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란다). 일찍이 병원장이 와서 우리 한의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타지방으로 출장을 가기 때문에 끝까지 같이 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말을 한다. 11시까지만 진료를 하고 2층에서 부원장 주관의 송별식이 있었다. 송별시 후 병원장의 지시로 아주 큰 요정에서 병원 예산으로 오찬을 하게 되었다. 이 요정에서 다같이 어제 촬영한 VTN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12시 뉴스 시간에 ‘한국에서 온 한의사들이 의료 봉사를 하였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는 코멘트와 함께 약 10분 간 방영되었다(국제 뉴스에도 영어로 재방송되는 등 다섯 차례 방송되었다고 함).
이 자리에서 부원장이 하는 말이 ‘우리 전통의학 병원에도 잘 하는 분이 몇 분계시지만 한국 한의사들이 치료하는 것을 관찰해 보니 분명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옆에서 도와준 사람들이 전부 베트남 의사들로 한결 같이 치료가 잘 되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의 허준 드라마를(한 달 전에 끝났다고 함) 감명 깊게 봤는데 그와 같은 훌륭한 의술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경외심이 일어납니다.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이 의술교류를 계속 하기를 바랍니다’라며 극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베트남의 열기를 만끽하며 밤 9시에 호텔을 출발 11시 20분 비행기로 귀국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