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주 부산 월해한의원장
12일(금요일)에는 2시간만 진료하고 일찌감치 10시에 끝났다. 3층으로 올라가니 송별의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어제 만찬에서 온갖 치하의 말을 주고받았으면서 또 새삼스럽게 한국의 침술에 대하여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더 방문해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선물도 받고 빗속에 곡예운전으로 하노이를 향해 출발한다.
숙소인 Capital Garden Hotel에 도착한 시간이 2시. 부산 출신으로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권주현 사장이 호텔의 회장 Mr. Teddy Tan과 함께 현관에서 반갑게 맞이한다. Mr. Teddy가 말한다. ‘조금 전 준비된 병원에서 연락이 오길 지금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 한의사들이 도착 즉시 병원으로 와 달라’고 하더란 것이다. 원래 아가페에서 진료를 마치고 내일부터는 하룽베이와 하노이 관광을 계획해 놓았었는데 권 사장의 소개 말을 듣고 Mr. Teddy가 보건장관에게 연락하여 하노이의 여러 종합병원 환자들을 ‘베트남 전통의학 병원’으로 오도록 주선해 놓았다는 것이다.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약 50명. 우리 5명이 1시간 반이면 진료할 걸로 계산하고 시작한다. 아가페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첫날 몇 사람의 환자가 효과가 좋다고 입소문을 내면 다음날부터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곳 병원장이 앞으로 우리를 도와 줄 의사 4명을 소개하며 ‘아가페에서 성황이었다던데 환자를 몇 명이나 보셨습니까’하고 묻는다. 황망 중에 통계를 내어보지 않아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서무실 직원이 와서 780명이란 연락이 왔다고 전한다. 사실 많은 환자를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자를 몇 %나 완치했나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관심사여야 하지 않을까.
하노이에서의 첫 식사는 성대한 만찬으로 시작한다. 베트남 식에 양식을 곁들인데다 김치까지 푸짐하다. 식사 중 호텔에 근무하는 아가씨가 목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게 되었다. 당장 그 자리에 불러와서 물어보기로 했다.
23세의 Miss Rang이란 아가씨. 1년 전부터 음식을 삼킬 때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없던 중에 정밀 검사를 해 보니 목에 조그만 종양이 있다고 하여 두 달 후에 수술을 받기로 예약을 해 놓은 상태란 것이다. “침 며칠 맞으면 완치 될 것이요”라고 필자가 큰 소리를 하니 아가씨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胃經과 腎經에 오전 오후 合이 다섯 번 맞고 완치되었다).
이 자리에는 이 호텔에 장기 투숙 중인 40대의 김동옥이란 기업인도 합석하게 되었다. 김 사장은 베트남에 진출하여 선체 수리와 도장업을 하는 중소기업인으로 마침 얼마 전에 경남 마산에서 베트남 청년을 채용하여 통역 겸 기술자로 데리고 왔다(35세의 이 청년은 한국 이름을 정수라 하고 거제도 조선소 등지에서 10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한국말을 꽤 잘한다).
우리 입장에는 유능한 통역을 한 사람 구한 셈인데 정수가 하는 말이 ‘장인이 중풍으로 쓰러진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합디다. 한국 한의사가 온다는 말을 듣고 어제 100Km 멀리 있는 처가에 가서 하노이로 모시고 왔으니까. 내일 제일 먼저 봐 주십시오’해 물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