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 <한의학당 회장>
방어치중 경영 한의학 입지만 약화
조직적 노력 등 건보시장 적극 진출을
앞으로 한의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우리의 현 상황을 한번 살펴봅시다. 의료보험시장에서 한방의 점유율은 수년 동안 5%이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의사의 수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이 점유율은 요지부동입니다. 한의원의 증가를 생각하면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하나의 치료수단인 한방의 첩약시장은 다른 이익집단의 계속적인 도전으로 인하여 시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해결내지 응전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전략 때문에 한의학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한의사들의 한약에 대한 고유권한을 90년대 초에 일어난 한약파동을 통하여 약사들에게 일부 넘겨주게 되었고, 이는 직접적으로 한의사들의 첩약시장에 대한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한 한약은 방송을 통한 대단위 홍보와 부담없는 가격이란 제목하에 한약시장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서양의사들은 침구학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기술을 IMS라 포장하고 이를 신의료기술이라는 미명하에 침구의료보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전체한의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으며, 희망적인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을까요? 이는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의료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의 부재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다른 이익집단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대하여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한의사의 성향, 다른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기대심리,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지금의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지요. 그럼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을 거꾸로 바꾸어보죠! 의료보험시장 점유율이 낮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점유율 5%이하라는 것을 거대한 시장의 초입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앞에 95%나 되는 광활한 의료보험시장이 손짓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직적인 노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런 점유율은 쉽게 상향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몇 년 전의 통계이지만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시장규모가 연1조2천억원 정도였고, 의료보험공단에서 감기치료에 지불한 비용이 연1조5천억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감기치료에 지불되는 비용이 전체의료보험의 10%이상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의사들이 점유하는 의료보험시장의 두 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얼마 전 양방의 내과학회가 보인 과민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첩약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처럼 감기시장을 잠식당하는 것에 대한 양의사들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시장은 첩약시장과는 달리 매우 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안정된 시스템에 의해 보장된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술과 전략만 만들어 낸다면 한의사들의 미래는 밝아질 것입니다.
지금의 한의사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기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한의학은 멋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