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주 부산 월해한의원장
이번 1주일간의 베트남 의료 봉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뿌듯한 보람과 잔잔한 흥분을 느낀다. 그런데 그 잔잔한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항상 Mr. Teddy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제일 큰 수확이라 하면 테디를 알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중국 태생의 미국인이다. 16세에 단신으로 미국에 가서 고학으로 버클리대학을 나오고 한국과 중국 등지로 사업을 벌여 꽤 성공한 모양이다. 지금은 홍콩과 상해, 하노이에 몇 업체를 갖고 있으면서 아직도 활발한 생활을 하고 있고 在하노이 미국 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처음 필자에게 ‘호텔 숙박료는 반값으로 해 주겠다’고 하고선 실제로는 숙박료뿐 아니라 매일 만찬을 벌이고 차량비까지 모두 공짜로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공짜로 해주어서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만남이지만 그와 마음이 통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누차 필자에게 강조한 말은 ‘한번 사는 인생인데 여태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이제는 사회에 돌려주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인생을 마감해야겠다. 그런 따뜻한 마음을 당신과 내가 같이 가지고 있으니까 같이 힘을 합쳐 좋을 일을 해 보고 싶다’였다.
이번 기회에 뜻 맞는 사람을 모아서 기금을 마련하여 ‘헌신적으로 국제적인 의료봉사를 하는 Dr. Choi를 후원할 기구’를 만들 구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한 바가 있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 점이 필자 마음에 꼭 들었고 또 그는 동갑이다. 자기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란 말을 뿌리칠 수 없어 머지 않아 다시 하노이를 방문해야 할 것 같다.
앞서 쓴 글 가운데 본 해외 의료봉사의 목적이 ‘월해침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려는데 있다’고 하였는데 실제로는 대한민국 한의사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침이란 경락을 따라 놓아야 한다’고 강조해 온지가 이미 15년이 넘었는데도 이 말에 귀 기울이는 한의사가 월해한의원에 직접 와본 몇 사람을 제외하고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비극인 것이다. ‘침술은 곧 경락’이란 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인데 이 진리를 외면하고서는 아무리 달리 발버둥쳐도 침술의 본질과는 멀어질 뿐일 것이다.
이번에 베트남에 같이 간 한의사 네 분은 철저하게 월해침만 하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이번 2005년도 경희대를 졸업했고 한사람은 졸업 후 이제 군복무를 마치고 개업준비 중이며 또 한사람은 개원한지 6년이지만 월해침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터이다. 이렇게 경력은 일천하지만 약침이니 동씨침이니 하는 이상한 짓은 않고 정상적인 침술을 활용하다보니 세상사람들이 깜짝 놀랄 효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작은 호의와 시술에도 흥감스러워서 ‘까멍 까멍’(감사하다는 베트남 말)하며 합장을 하거나 우리의 두 손을 잡고 흔든다. 순박함이 절로 베어나는 모습이다. 김용익 선생은 일 가족 세 명을 치료해준 뒤 고맙다는 인사로 ‘저녁 때 집으로 오시면 죽을 대접하겠다’는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돈으로 따진다면 몇 푼 할까마는 그 마음씨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이면 봉사의 대가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이번 베트남 의료봉사에 참가하고 온 다섯 명의 한의사들은 엄청난 무더위와 악조건 속에서 힘들긴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보람과 자부심을 안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