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 <한의학당 회장>
한의사라면 모두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한의원에서도 감기치료해요?’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의원하면 보약만 생각하지 감기를 서양의학보다 부작용 없이 치료하고, 항생제에 대한 내성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더군요. 의외로 한의원에서 쉽게 치료되는 질병들은 감기뿐만 아니라 소화기질환과 운동기질환 등등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있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지 않고 발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의원에 내원한다면 쉽게 나을 수 있는 질환들이 많다는 것을 한의사라면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환자들이 알기 쉽게 정리하여 널리 알리고, 양방의 치료율과 한방의 치료율을 비교 연구하여 한의학의 우수한 점들을 계속 홍보해야 합니다. 이러한 치료율 비교와 대국민 홍보는 개인이 하기에는 힘든 일입니다. 대학병원이나 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의료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일선의 임상한의사들에게는 보수교육의 일환으로 치료법을 교육시키면 일정한 치료율을 공통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쉽게 고치고 다룰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나간다면 시장점유율이나 한의사의 미래가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여겨집니다.
앞으로 한의사들이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공식적인 의료보험시장의 점유율의 확대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의료서비스의 기여도는 공식적으로 통계가 가능한 의료시장점유율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의사가 아무리 한의학은 민족의학이며 이것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여도 의료계 전체를 놓고 보면 한의학은 사회적인 위치나 공헌도가 매우 미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을 수호해야한다는 구호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수한 질환에 대한 개인적인 노력과 시도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좀더 중요한 일은 일반적인 질환에 대한 조직적인 대국민 홍보와 치료통계치의 제시가 한의사 전체를 살리는 비방이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서양의학의 기초에 속하는 생리학, 해부학, 병태생리학 등등의 최신의 의학적 사실들을 한의학 속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한의학은 외부에서 연구되어진 인체지식들을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왔고, 이런 지식들이 한의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근세에 들어서 이런 노력들이 시도는 되었지만 한방과 양방이라는 대립적인 의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한의사들은 서양의학이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한국의 서양의학도 수입의학에 불과합니다. 어차피 외부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지식이라면 한의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현재의 한의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서양의학 역시 의학입니다. 한의학을 허준시대에는 한의학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의학으로 불려졌습니다. 현재의 한의사들이 불편한 것은 서양의학의 기술이 한의학을 압도한다는 잠재된 피해의식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한의학이 추구하는 의학적인 체계와 서양의학이 추구하는 의학적인 체계의 구분을 깊이 연구하지 않은 결과일 뿐입니다.
서양의학은 서양의학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술하는 기술, 항생제와 진통제, 수액제 등은 정말 우수한 의술입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입니다. 항생제의 내성,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제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들이 좋은 예입니다. 한의사들이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한의학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다면 결코 서양의학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며, 또한 타도되어야 하는 대상도 아닙니다. 단지 지금 우리가 극복해야할 하나의 대상일 뿐입니다.
일반적 질환의 홍보·임상 통계치 제시 ‘시급’
생리학·해부학 등 서양의학 장점 적극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