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적 색채 살린 치료모델 정착으로 세계시장 공략
객관화된 마인드·자료·논문 등 글로벌 시각 ‘확립’
“국내 화교(華僑) 한의사가 3백여명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한의학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이들과 친구가 돼야 한다.”
지난달 10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8차 세계화상(華商)대회 원국동 조직위원장(한국중화총상회 회장)은 한의학이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을 짚어냈다.
세계화상대회는 전 세계 화교 기업인들이 인적 네트워크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제8회 한국대회는 30개국에서 3,098명의 화상들이 참여했으며, 친목적인 성향보다는 한·화상 라운드포럼, 벤처캐피탈 포럼, 1:1 상담, 투자설명회 등 사업적 측면이 강화됐다.
원 위원장은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한 화교한의사. 한의사 최초로 북경중의약대학에서 신경내과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렇게 10여년간 한의원을 개업하다가 사업에 뜻을 두고 중국에 진출, 현재는 연간 총매출 100억 규모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바이오벤처기업 ‘해생당(海生堂)’의 CEO로 자리매김했다.
화교와 교류, 중국 진출 도움
그는 “향후 5년 안에 한의원 시장은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들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화교들과의 교류는 생소한 중국시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무기로 작용된다는 것.
이같은 원 위원장의 글로벌적 시각은 한국의 화상대회 유치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번 대회의 개최 유력지는 일본이었지만, 원 위원장은 동남아를 아홉 번이나 방문하면서 개최장소 결정권을 가진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3개국 중화총상회에서 한국 화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자는 공감대를 끌어냈다.
그는 “화상들은 그동안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를 한국에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화교들은 사업을 하기 전에 친구를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화교를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국내풍토가 한 몫 더했다. 지난 20년간 약 10만명에 달하던 한국화교의 숫자가 2만명으로 줄어든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반면 일본의 경우는 10년 사이에 화교인구가 5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세계 각국의 화상들은 BT와 IT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원 위원장은 “국내에서 BT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한의사들이 제도적인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중국에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합당한 근거로 그는 한의학은 세계유일의 자산임을 추켜세웠다.
“오랜 학문(한의학)이 옛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는 것은 가공할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적인 한의학 모델을 하루빨리 정착시켜 세계시장을 공략할 다각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편 8회 대회에서 싱가포르 국영 기업 아센다스사가 5억달러, 미국계 화교 기업인 하퍼그룹이 3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행사기간에 8억3000만달러의 화교 자본이 유치됐고 연인원 1만여명이 수출 상담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화상대회, 100억달러 경제적 파급 효과
원 위장은 “대회 이후의 파급효과는 100억 달러를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지난 97년 화상대회 유치한 후에 100억 달러의 경제이익을, 호주는 50만 명의 화교인들의 은행구좌를 따냈다.
그는 “전세계 화상의 자본은 2조달러(2000조)를 넘어서고 있다”며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춘 집단만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함께 원 위원장은 “한의협차원에서 회원들의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북돋아야 한다”며 “특히 한의학 기술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객관화된 자료와 논문은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지난해부터 가열된 한·양방 문제의 해법은 글로벌적인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를 망각하고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머문다면, 선진국들은 첨단기술력을 동원해 가까운 미래에 동양의학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