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회 교육으로 전문가 양성… 한의학 치료술 위상 격하
내년 경희대·고덕병원서 한방음악치료 임상에 도입
“의술에 있어 치료기술은 교육, 연구, 임상을 통한 학문적 바탕을 뒀을 때만이 비로소 하나의 치료기술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한방주치의이자 한방음악치료학회 회장인 신현대 교수. 최근 그는 ‘한방음악치료 전문가 자격증’을 준다는 황당한(?) 대한음악치료학회 광고를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방음악치료. 이것은 한의학은 물론 서양음악, 국악을 망라한 종합적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두 개의 학문을 접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충분한 학문적 토대를 갖추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치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방음악치료 전문가 과정을 단 3번의 교육으로 끝낼 뿐 아니라 단지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한방음악치료 전문가’라는 자격증을 준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양 음악치료학이 대부분으로 굳이 자격증을 주려면 ‘음악치료 전문가’ 자격증을 줘야 함에도 내용이 다른 ‘한방음악치료 전문가’ 자격증을 준다는 것은 음악치료와 한방음악치료의 서로 다른 이론적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신현대 교수.
그는 “학문적 토대는 물론 이론적 배경도 이해못한 개인 치료술을 강의하고 자격증을 난무해 학문을 가볍게 치부해 버리는 행위는 한의계 치료술에 큰 혼란을 야기시킬 뿐 아니라 학문 자체를 왜곡시켜 한의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한방음악치료는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는 한의학 이론에 입각해 인체의 조직구조, 생리기능, 병리변화, 진단, 치법에 맞는 기를 발하는 음악을 사용해 음양실조를 조절하는 것으로 기존의 약물치료나 침구치료와 더불어 시행할 수 있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포함하는 심신균형적 치료정신에 입각한 개념이다.
다시말해 단순히 자폐아나 사회부적응자의 심리적·정신적 이상상태를 복원해 사회적응자로 향상시킬 것을 주요 연구대상으로 삼아 음악을 매개로 한 행동주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발전돼 온 서양 음악치료와는 근본적으로 이론적 배경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과 서양음악, 국악에 대한 공부가 그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접목해 한방음악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경희대에서는 교육대학원 내 1년 과정의 한방음악치료 전문가과정에서 한방음악치료학을 가르치지만 이 과정을 이수했다는 수료증만을 줄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신현대 교수는 “서양의학과 행동주의 심리학을 결합한 서양 음악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대한음악치료학회가 과연 ‘한방음악치료 전문가’ 자격증을 줄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한의사들의 새로운 치료기술로 한방음악치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한번 인식시켜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며 “한의계 발전을 위해서는 소위 양의학에서 말하는 대체의학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기술에 대해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한 치법들을 개발, 학문적 토대를 갖춤으로써 임상 치료의 다양화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대 교수는 내년 경희대 본원과 고덕병원에 한방음악치료 센터를 설립, 한방음악치료를 임상에 본격 도입할 방침이다.
“그동안 자연의학에 한의학적 원리를 적용한 학문적 토대를 갖추는데 경주해 왔으며 이에 대한 강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들이 한의학의 치료 영역을 넓혀가는데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며 그는 말을 맺었다.
한편 2003년에 창립한 한방음악치료학회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논문 발표를 통해 한방음악치료의 효과를 입증해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전통 국악을 중심으로 개최한 오행음악 연주회는 연주와 함께 장단에 따라 바뀌는 전통 악기들의 음색에 대한 음악적, 한의학적 설명을 곁들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