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면좌표에 침을 놓는 것이 아닙니다(1)
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 <한의학당 회장>
우리들이 매일 수도 없이 찌르고 있는 침의 끝은 인체 내의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고민해 보셨습니까?
이 글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한의학의 위치와 그 흘러온 역사, 또 현재의 한의학이 놓치고 있는, 아니 지금의 한의사들이 외면하고 있는 문제점들과 순환구조론의 배경들을 유람해 보았습니다. 한 발작을 더나가기 위한 질문입니다. 우리들이 놓았던 침들은 목표점을 갖고 찔러진 것일까요?
우리들이 찌를 수 있는 것은 피부, 혈관, 신경, 근육, 인대, 건 등등 인체의 구조물 모두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 중에 무엇을 찔렀단 말입니까? 침구학 책을 보면 각 혈자리 마다 혈위, 근육, 신경, 혈관, 자침깊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경혈에 침을 놓고 기혈을 조절하는 한의사에게도 해부학이 중요하긴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까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것들은 무엇이었습니까? 정확한 혈위를 찾는 것,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피부아래에 있는 구조물들에 대해선 도무지 생각조차, 아니 생각의 대상이 되지 조차 못해왔습니다.
어느 날엔가 막 졸업한 신참 한의사와 그의 몇 년 선배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더군요. “곡지가 어디예요?” “나는 여기에 놓는데...”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의원에서 사무장으로 일해 오시던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 분도 그 대화에 참여하셨어요. “나는 세 달 동안 곡지에 뜸을 놓고 있어요, 여기!” 하시면서 팔뚝을 걷어 보이셨습니다. 이 세 분은 모두 정확한 곡지혈이 어디인지 반신반의 하고 있었고, 또한 피부 안쪽의 구조물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한의사와 일반인의 경혈에 대한 사고의 범주가 똑같았습니다.
우리들의 직업은 한의사입니다. 적어도 환자의 몸에 침을 놓는다고 하면 그 피부 이면이 어떠한지, 나는 어떤 구조물을 자극할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배우는 침구학 서적은 오래전 현대와 같은 해부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쓰여진 것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시대에는 피부의 위치나 침의 방향과 깊이 말고는 인체 구조물로 설명할 언어가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방법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곡지를 찌를 때 우리는 인대를 겨냥할 수도, 근육을 겨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혈관이나 신경 자극도 가능하지요.
인체에 침이라는 자극이 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다음의 인용된 단락을 읽어보시면서 이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침을 놓으면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반사 작용을 일으키는 정보는 통증을 유발시키는 물체로부터 신체를 피하는데 사용되는 모든 근육으로 전달된다. 이 때 자극의 일부는 주동근을 수축시키고 일부는 길항근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예로 우리가 날카로운 가시를 밟았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 때 우리는 가시에 찔린 발이 들어올려지는 것과 동시에 무게중심이 다른 다리로 옮겨간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에 대하여 체간, 어깨, 목, 발의 근육들이 균형을 잃게 되는 것을 재빨리 보상하지 못한다면 한쪽 다리로 서있지 못하고 결국 넘어지게 된다.
이처럼 위험에 대처하여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행동에는 뇌간과 소뇌를 연결하는 척수내의 복잡한 회로계가 관여하고 있다. 우리가 발에서 통증을 느끼고 그 원인을 찾기 전에 이미 반사작용은 일어난 것이다. 이상의 반사작용은 대부분 척수 내에서 이루어지며 일부는 상부의 중추신경계와 연관되어 있다. 상부 중추신경계와의 연결은 평형감의 상실을 막는데 필요하다.
즉 근육, 건, 관절 등 심부조직으로부터 감각신경을 따라 척수로 전달된 자극의 일부가 척수소뇌로를 따라 소뇌에 전달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칭자법이나 거자법, 한 때 침법에 트랜드를 만들었던 모모하는 침법 같은 것이 이 반사를 일부 이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