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한의학당 회장>
소아질환, 구조 특징·순환 관찰 ‘필수조건’
‘변증론치’입각 증상따라 처방 달리해야
요즘 한의원을 내원하는 아이들이 앓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비염 중이염 편도선염 등 감기와 관련된 증상, 아토피 등의 피부와 관련된 증상, 프란차이즈 한의원들의 홍보에 힘입은 성장과 관련한 문의, 가끔은 소아비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꼭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약을 먹여도 되나요?’라고.
따라서 소아질환을 다루는 첫 번째 단서는 약물의 장기 복용에 의한 약 중독과 보호자를 설득하는 일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질환의 치료(보통은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함)를 위한 장기적인 약물의 투여는 소아들의 신체구조의 특징에 영향을 주게 되고, 거의 반드시 한두가지 증상을 드러내게 됩니다. 식욕저하, 복부팽만, 복통, 설사 등은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대부분의 증상이 소화기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아질환은 소화기관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소아들의 내부 장기의 성장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신생아부터 늦으면 10세까지 간의 크기가 크고 위와 소대장의 발달이 미약합니다. 특히 성장하면서 위의 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복강 내 장기의 미성숙은 약물과 익숙하지 않은 음식물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약물의 장기복용 등이 성장단계에 있는 장기를 자극하면 당연히 소화장애를 일으키게 됩니다. 소화장애는 영양(후천지기 혹은 수곡지기)의 흡수부족으로 이어지고, 감기 등의 질환을 방어하는 면역기능(정기)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소화장애에서 비롯된 소화기의 순환장애는 다른 장기에 비해 큰 간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간의 기능저하는 영양장애와 감기 등의 질환이 남긴 면역부산물(바이러스와 면역체들의 사체와 병리조직부산물들)의 처리속도를 떨어트리게 됩니다.
이들이 간의 순환정체를 일으키면 결과적으로 간과 연관된 해부학적인 구조물(간문맥순환계통)에 영향을 주어 소화장애를 악화시킵니다. 한의학이론에서 아이들의 몸을 ‘소양지체’라 하는 것은 아마 해부학적으로 다른 장기에 비해 간이 큰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한의학적인 방법은 잘 알고 있는 ‘변증론치’의 기술입니다. 소화장애를 한가지 처방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과 증상의 연결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증상과 b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X라는 처방이었다면, a증상과 c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는 Y라는 처방을 투여하는 것입니다. 감기라는 질환을 앓더라도 증상의 변화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들이 감기에 이환되어 오래도록 나아지지 않을 때에는 당연히 소화기의 변화를 살펴야합니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였으면 우선 소화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해독할 수 있는 처방을 구상해야할 것입니다. 흔히 소화제라고 이름 붙여진 처방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 역시 ‘변증론치’의 방법에 따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감기증상(표증)도 있고 소화장애증상(이증)도 있으면 ‘곽향정기산’을 처방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기증상(표증)이 사라져서 감기약을 중단하면 다시 감기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약을 끊을 수 없다고 하는데 식욕이 떨어지고 대변이 묽으면서 자주 본다면 ‘시평탕’이나 ‘인삼양위탕’ 등을 처방할 수 있고, 이 경우 대변이 굳어지면 ‘시함탕’이나 ‘보음익기전’ 등을 선택해 볼만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기 힘들기 때문에 진단은 대부분 보호자의 말을 들어보고 의심이 가는 것들을 보호자를 통해서 알아내야합니다.
특히 식욕부진이나 대변의 형태 등은 보호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다음에 내원할 때는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주시시키는 것도 아이들의 질환을 쉽게 다루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순환구조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모든 진단과 치료는 구조를 통한 순환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아과도 이러한 생각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소아들이 갖는 구조의 특징과 그 구조를 타고 흐르는 순환을 관찰하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