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근 정부는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주목하면서 보건의료서비스부문의 산업화·국제화를 정책방향의 큰 틀로 표방함과 동시에 동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정책 추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정책과제 중 영리법인병원의 허용여부가 주요 의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의 정책판단의 문제는 또한 WTO/DDA 보건의료서비스부문 협상,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 유치 추진, 국내 병원 경영상의 문제와 같은 국내외 문제와 결부되는 등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이다.
영리법인병원의 수용성 여부는 의료를 상품(commodity)으로 보는 견해와 공공의 과제(public work)로 보는 시각차, 그리고 자유와 형평이라는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영리법인병원의 허용여부에 대한 정책판단을 위해서는 영리법인병원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본 고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영리법인병원이 도입됨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효과를 논의하고 정책 방향 설정시 고려해야 할 부분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리법인병원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이론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경쟁원리와 이윤추구 동기가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원리가 적용되는 의료시장은 이윤추구와 경쟁으로 의료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의료공급체계의 효율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장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왜냐하면 영리병원의 활동으로 인한 경쟁으로 비영리기관이나 공공부문의 의료 공급자들로 하여금 효율성 증진을 위한 전략을 도입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시장의 상업화에 따른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영리병원의 cream skimming 가설을 들 수 있다. cream skimming이란 이윤창출을 최대목표로 하는 영리추구 병원이 지불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필요와 고수익 의료서비스 분야에 그들의 노력을 집중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리병원은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영리병원의 cream skimming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빈도수가 적은 서비스를 기피하거나,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환자를 기피하기도 하고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방향제시가 요구된다.
따라서 영리추구 민간병원을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생산해 내도록 하는 한편, 사회적 요구에 따른 분배문제, 즉 형평성의 제고와 지불능력에 관련 없이 모든 국민에게 의료의 접근도를 높이는 문제 등의 규제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영리의료기관이 비영리의료기관에 비해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기존의 실증분석결과에서는 영리병원과 비영리 병원간의 비용-효율성의 차이는 적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영리와 비영리간의 질적 측면에서의 성과분석을 수행한 실증분석결과들도 다양한 자료 및 방법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영리법인화와 관련된 경제적 평가는 실증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워 아직도 영리추구 의료기관을 정책적으로 지지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할만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화로 자본투자가 부족한 의료부문의 자본량 충족, 즉 정부의 조세 등을 통한 자본조달의 필요성을 감소시켜주거나 부실병원 인수로 인수병원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경쟁, 혁신 및 변화를 의료계에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영리병원의 성장에 따른 장점 및 단점을 비교하여 현재와 미래의 의료체계에 대해 부여할 가치와 의료환경의 변화에 적합한 방향설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