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최근 유명무실한 의료광고제한 규정을 무시하였던 의료기관 개설자들이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는 일이 지속되었고, 한 사건을 계기로 헌재에 위헌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2005년 10월27일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위헌의견 6, 반대의견 3).
위 결정으로 인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의거하여 의료법 제46조 제3항 및 제69조는 개선할 여지를 남겨두게 되었으며, 2005년 12월 유필우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이 사실상 의료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의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의료광고 금지조항은 △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비교·비방하는 내용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는 기술 △치료효과를 보장하거나 암시해 소비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내용 △수술 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 등이라고 한다.
의료광고는 다른 재화와 용역 서비스의 광고와는 달리 광고의 주체, 내용, 범위, 목적 및 광고 매체 등에 있어서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여 크게 제한을 받아 왔다.
현행법규는 ‘예외 허용 방식’ 즉 positive 방식의 규제로 의료법 제46조 제3항이 대중광고를 엄격히 규제하여 왔으며, 시대 상황에 따라 초기 의료법에서 금지하였던 부분들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역사를 보여 왔다.
‘국내 일간지에 게재된 보건의료정보의 적절성 연구평가’에서는 국내 일간지들이 정확성이 결여된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총 598편의 기사내용에 과학적 건전성이 인정되는 기사는 전체의 69.1%인 413편이고 나머지 185편(30.9%)이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으로서 이 중 20.4%(122편)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고, 10.5%(63편)는 명백한 오류이거나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주호노. 전국 병원홍보협의회 제 7차 세미나. 2001년 3월 27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미국과는 달리 의료광고에 관한 내용이 허용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금지하는 폐쇄적인 광고 정책으로 규제를 해왔으며, 의료광고와 의료기관의 명칭 표시에 관하여 지나칠 만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스스로의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의료광고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바꾸어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면 의료계가 혼탁해지며, 허위·과대광고로 국민의료비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다만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금지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광고 정책을 표방할 태세이다(박용덕. 의료법 중 의료광고에 관한 설문조사연구, 2003 경희대학교).
미국의 경우 의료광고 규제 법령이나 의사협회의 규정은 없다. 전체 병원의 50%이상이 의료광고 시장에 뛰어 들고 있으며, 개원의의 20%가 광고를 하고 있다.
병원당 광고비용을 24만3100달러로 추산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미국의 의료광고의 문제점은 의약품의 효능과 효과에 대한 허위광고가 많다는 점이다. 미국 한 도시의 ‘라이프케어‘라는 검진센터의 포스터의 예를 보면 미국시장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꺼번에 5개 초음파를 하면 깎아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WTO round 체제 전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약품광고의 제한이 이루어져 왔고, 호주에선 공공약가제도 등 전문의약품의 광고제한이 있었지만, 호주 같은 경우 미국과의 FTA 체결이후에는 미국과 같은 의약품의 광고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서구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독일 같은 경우는 의료행위의 상업적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건의료서비스가 갖는 독특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이 되는 의료광고정보의 양적 팽창은 법적인 규제의 힘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통제·관리되지 않는 의료광고의 질적인 문제가 의료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많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건강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의료광고 및 정보의 평가 가이드라인, 광고실증제와 같은 제도의 도출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본의 광고시장 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의료광고 규제 완화시에 불을 보듯이 뻔한 결과가 생길 것이다.
대자본의 광고시장의 점유율과 투자는 점점 ‘의료기관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광고물에 대한 ‘총액 제한제’ 또는 의료광고 점유에 대한 ‘쿼터제’ 시행의 검토가 필요하다.
네거티브 시스템에서의 정부와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점차 개발되는 ‘신의료서비스’는 고도의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의료광고 부문에 있어서도 비전문인만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실제로 역부족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 심의특별위원회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정부, 개원의, 여성단체, 법제이사, 시민단체 등의 구성인원을 보강하고, 광고규제에 어긋난 병의원에게 처음에 경고, 광고수정, 사과광고 등을 하는 본인 소명절차를 밟고 또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행정처분, 형사고발을 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을 유명무실하지 않게 고발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공중파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은 민간기구인 ‘방송위원회’에서 시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네거티브 시스템(원칙적 허용, 예외금지방법)으로 의료광고가 전환이 되면 이와 유사한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료정보의 질 평가나 의료광고의 공익성 판단 부문에서 전문 인력의 참여와 소비자의 유기적 관계형성을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의료광고의 평가에 대한 공공부문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국립의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건강정보 개발과 제공을 국가의 보증 하에 실행하는 것을 보더라도 비용투자가 막대하기 때문에 국가의 의료광고에 대한 공공적 투자를 하여야 한다.
소비자와 전문가 집단을 연결하는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여야 하며, 여기에 투자된 산출물은 공공의 이익으로서 환수될 것이다.
의료제공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고,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의 질 향상 노력과 바람직한 의료제공행태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학문적으로 검증된 의료광고의 근거정보제공으로 의료체계의 신뢰도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겠다.
결국에는 잘못된 의료비 지출의 감소를 통해 의료소비자는 절감된 의료비를 건전한 경제활동에 재투자함으로서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결과를 보일 수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 및 의료정보의 양적 질적인 변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의료광고의 법적인 허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의료광고심의기구를 설치하고, 감시 및 고발기능을 지닌 자율규제 민간 기구가 활성화 되도록 하여야 하며, 구체적인 소비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