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 <한의학당 회장>
이제 글을 끝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지금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허락해주신 한의신문에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연재한 글들을 저의 이름으로 투고해 주신 한의학당 회원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글들을 저의 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신 분들에게는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위 글들에서 여러 한의사들이 한의학이론을 순환구조론이라는 틀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해부생리학이었습니다.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역사에는 인체를 이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가 해부학의 이해일 것입니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몸속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를 극복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인류는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질병이 사람의 몸과 분리되어 있는 어떤 것이라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 물질적인 몸에 기생하거나 붙어있는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면 사람의 몸은 그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의학은 해부학적인 사실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21세기의 해부학은 과거 한의학이 융성했던 시기의 해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해졌고, 인체의 구조적인 형상은 거의 다 드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의 한의학은 새롭게 성장 발전한 해부학 속으로 영역을 확장해야할 것입니다.
그 두 번째는 한의학을 설명하고 있는 고유의 언어(전문용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해부학적인 사실이 부족했던 시기에 인체의 기능을 설명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설명하는 용어에는 구조적인 사실의 뒷받침이 허약합니다.
물론 한의학의 많은 이론적인 용어들이 반드시 구조적인 뒷받침을 가져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인체에 나타난 어떤 현상의 이면에는 인체의 구조적인 변화들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현대의 해부학과 생리학 속으로 한의학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면 어떤 현상에 붙여준 한의학의 전문용어들은 좀더 구체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의학의 전문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한의학의 전체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고, 과거 한의학이 인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세 번째 이야기는 순환구조론이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의 조건을 인체에 적용하고 한의학의 이론을 해석하면 인체에 접근하는 한의학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이론을 형성하고 있는 많은 용어들은 인체의 구조물을 설명하기 보다는 그 구조물을 타고 흐르는 체액을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조물의 역할과 구조물의 변화가 일으키는 체액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으면 한의학의 전문용어가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질병이 일으키는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이야기가 순환구조론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의학의 미래입니다. 과거의 한의학은 미래로 가는 한의학의 이정표입니다. 순환구조론은 과거의 한의학을 많은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미래의 한의학은 주변의 학문, 특히 서양의학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한의사가 주도하는 한의학의 미래를 보장받는 것은 한의사의 몫입니다. 끝으로 순환구조론의 각론에 대한 대강의 글은 기회가 되면 기고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