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유 화 승 교수
암환자 삶의질 지표인 EORTC 항목 중요도 높아져
복합물질 세포독성 해결방법·추출방식 등 ‘관건’
다음은 보완대체의학의 암치료에 대한 연구방법론 심포지엄이 있었다.
여기서는 “왜 틀렸는가? 무엇이 틀렸는가? 어떻게 틀린 것이 스스로를 표현하는가? 어떻게 틀린 것을 옳게 만들 것인가?”라는 4단계의 보건연구원칙에 따라 기존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을 비교하고 그 연구방법이 기존의학이 실험에서 임상으로 가는 것과는 달리 임상내용들에 대한 자료수집 및 이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연구라는 역행적 방법론을 제시하였고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째의 학회는 EORTC(유럽 암 연구 및 치료기구)의 ‘삶의 질과 통합의학연구에서의 그 평가’라는 주제의 특강으로 시작하였다.
보완대체의학의 삶의 질 평가에 있어서는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기능을 중심으로 한 HRQOL(건강 관련 삶의 질)을 기본으로 하며 이는 PRO(환자가 기술한 결과)의 일부분으로 특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필자도 현재 EORTC 항목을 암환자의 삶의 질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 이에 관련한 입원환자의 삶의 질 평가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어서 더 반가웠다.
세션 4의 주제는 ‘약용식물과 자연물질에 대한 전임상연구’로 좌장을 맡은 뉴만이 단일 자연물질 추출물과 복합처방과의 연구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작되었다.
결국 향후 극복해야 할 문제는 복합물질의 세포독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추출방식과 품질관리, 표준화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귀결된다는 동감가는 주장이었다.
세션의 첫 번째 논문은 ‘아유르베다에서 사용하는 아무라닌이라는 약물의 대장암에 대한 실험연구’였다.
대부분의 주제들이 약물 추출물보다는 약물의 주요 성분을 추출하여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국내 한의학적 실험방식이 대부분 전초 또는 전탕 추출물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 번 깊게 고민해 볼 내용인 듯하였다.
다음은 콩 추출물질인 GCP(Genistein Combined PolysaccharideR)의 방광암세포에 대한 P53 유전자 발현상태를 관찰하는 논문이었다. 물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으며 chemoprevention(화학적 암예방) 제제로서의 콩성분인 isoflavones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를 엿볼 수 있는 발표였다.
다음은 열대아프리카 관목이고 인디안족들이 과거부터 많이 써왔던 Rauwolfia vomitoria 추출물의 전립선암 억제효과였다.
주성분은 β-carboline alkaloid인 alstonine인데 이는 인간전립선세포인 LNCaP를 유의성있게 억제시켰고 또 alstonine의 고용량 투여는 전립선암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결과를 나타내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역시 결론은 전립선암에 대한 화학적 암예방 제제로서의 활용으로 귀결되었다.
다음은 예전 필자가 중국 연수시절부터 주의 깊게 관찰해오던 華蟾 (두꺼비껍질 추출물)에 대한 실험논문이었다.
결국 가장 효과 좋은 항암물질들은 제약화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천지산이 임상시험을 통해 제약화되어지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한의사의 진료영역의 확대가 절실함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세션 5는 ‘통합의학의 임상시험’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논문은 ‘은행잎의 방사선 치료를 받은 뇌종양환자에 대한 Ⅱ상 임상시험’으로 삶의 질 평가로는 KPS와 FACT, 인지능력은 MMSE, 언어는 Verbal fluency(FAS test)를 cross-over하여 측정하였다.
개인적으로는 washout 기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COLD-fX2?(Panax Quinquefolius(미국인삼)의 특허된 정제물)의 감기에 잘 걸리는 대상에 대한 상기도감염 예방효과였는데 특히 면역기능 향상을 목표로 암환자에게 쓰는 보조제에 대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임상시험이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탈락환자에 대한 유해반응에 대해 하나하나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세하게 서술한 기법으로 “withdrawal”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한 발표였다. 다음으로는 “비통상 항암물질의 임상시험 계통적 고찰에 대한 최종보고”라는 제목의 발표가 있었다. 필자가 “서구 대체의학의 암치료에 대한 고찰(Yoo HS. et al, 2000)”을 발표한 바 있고 또 “보완대체의학의 암치료법을 찾는 환자들에 대한 조언(Weiger. et al, 2002)” 등 관련 논문들을 고찰해 본 적이 있던 터라 무척 흥미로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결과적으로 어떤 경향인가를 보는 것 보다는 한의학적 암치료기술에 대한 계통고찰(systemic review) 논문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이 더 관심사였다. 문제는 한의학 논문의 통합 검색엔진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또 잘 설계된 논문이 별로 없다는 점이며 우선적으로 메타분석법 등을 통해 접근해나가면서 많은 잘 설계된 임상연구논문을 써야만 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강연 순서에서는 홍콩 중의학대학의 학장인 렁 교수의 “한약의 암치료 보조제로의 사용 - 홍콩의 세가지 다른 접근(보조, 완화 및 예방) 경험” 발표가 있었다. 그는 변증시치 및 개별화된 한방치료의 무작위 임상시험에 대한 설계를 제안하였고 또 실제로 그가 운지와 단삼 복합처방으로 시행한 임상시험의 예 및 한약의 항암효과검색에 대한 실험연구 방안을 발표하였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한 “아직까지 우리는 많은 결합(예를 들면 서양과 동양)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가슴 속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또 특별 강연으로 “식이와 암 생존률”이라는 주제의 발표가 있었다. 여기서는 에너지 균형(비만)과 유방암 및 대장암 발생률, 그리고 생존률과의 높은 관련성을 제시하였고 운동과 체중관리가 암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우리는 단순한 식이요법이 아닌 한의학적 약선(藥膳)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향후 이에 대한 프로토콜 개발 또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세션 6은 “통합종양학의 연구도전”에 대한 발표였다. 우선 “방사선치료를 받은 여성 유방암환자들에 대한 요가의 무작위시험” 발표가 있었다. 그 정신적, 육체적 삶의 질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었으며 다음 연구계획은 요가와 단순운동과의 비교로 잡혀있었다.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의 주류의학으로 접근하고자하는 노력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으로는 “탐구적 메타분석을 이용한 침치료 평가도구-계획된 임상시험에의 훌륭한 접근”이라는 주제의 발표가 이어졌다. 즉 IARF(International Acupuncture Research Forum)에 근거하여 항암제로 인한 호중구 감소증에 어떤 경혈이 가장 많이 연구되었는가를 메타분석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고전과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선혈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수준은 좀 떨어졌지만 나름대로 침구학의 객관적 척도 및 전문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노력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은 NCI(국립암연구소)의 OCCAM(보완대체의학 암사무소)에서 나와 보완대체의학에 따른 암연구자 및 시술자들이 어떤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분야는 기치료와 수기요법 분야로 이에 대한 많은 재정투자가 필요하며, 영양치료와 약리생물치료 등에 대한 시술자와 연구자 간의 연계를 강화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OCCAM은 또한 최상 증례 프로그램(Best Case Series Programme)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의 아침강의는 암의 항산화치료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되었다. 1999년 발표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베타카로틴 섭취가 오히려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을 늘일 수 있다는 발표 이외에도 항산화요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는 분야이다. 최근까지도 비타민 C 대량주입에 대한 많은 시도 및 논쟁이 있을 만큼 항산화제의 암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논란이 많은 분야이다. 이 논문에서는 적어도 항산화제제가 최소한 암의 예방차원에서는 유효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항암치료 중 항산화제 공급의 임상적 근거에 대한 주제발표도 있었는데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항산화제가 암을 예방하고 병용시 효과증진작용을 한다는 근거는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세션은 대표적인 통합의학센터 3곳(DFCI, MSKCC, MDACC)의 소개 및 통합의학센터 모델 발표였다. MD 앤더슨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문해 본적이 있는 터라 매우 친숙했으며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은 마지막으로 발표한 MD 앤더슨의 코헨이 본인들의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크게 임상, 연구, 교육방면으로 나누어 한 장으로 요약한 지도였다. 특히 CIMER(Complementary/Integrative Medicine Education Resources)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계획과 실현내용을 너무도 잘 표현하였다는 느낌과 함께 필자가 속해있는 동서암센터 역시 현재의 홈페이지를 CIMER 수준까지 업그레이드 해야만 하겠다는 욕심도 들었다. 필자는 “동충하초의 종양면역기전” 및 “암환자의 설진분석”이라는 주제로 논문발표를 했는데 1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실험연구보다는 임상연구에 많은 관심들을 표명하였고 결국은 “핵심기술”을 가지고 접근해야만 win-win할 수 있다는 판단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현재 보완대체의학 암치료 분야의 최첨단을 가고 있는 통합의학 암학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험연구 부분에서 화학적 암예방 분야의 두드러짐이었다. 일부 몇몇 약물을 제외하고는 정확한 품질관리 및 표준화, 그리고 첨단 실험기법을 통해 자연물 및 그 성분을 검색하고 이에 대한 효과의 초점을 철저히 전이재발의 억제 및 암예방 가능성에 맞추고 있었으며 이는 향후 실험디자인에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둘째, 임상연구 부분에서 무작위 위약대조 시험의 대중화였다. 침구분야는 이미 프로토콜 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있었고 한약을 이용한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의 부작용 감소 등에 대한 임상시험 분야에 있어서도 연구방법론(methodology)에 대한 많은 고민 및 발전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한방종양학”은 설 자리를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셋째, 통합의학센터 모델 부분에서 어떻게 이를 임상화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보를 관찰할 수 있었다. 결국은 근거중심의학을 통해 통상의학과의 결합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보험수가화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환자를 확보하고 대중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한의학적 암치료기술이 현재 임상에서 시술되고 있는 국가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세계한의학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이 있고 또 비교적 세력은 약하지만 대만이나 일본도 있다. 범위를 확대하면 인도 또한 강력한 잠재력을 선보이며 통합의학 시장에서 아유르베다를 통해 약진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우수한 인력풀이다. 우수한 실험 및 임상연구결과를 통해 한국의 암치료기술에 대한 결과를 세계적으로 알려야 하며 이와 함께 미국 등의 유수한 통합의학기관과의 연대를 모색해야만 향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비근한 예로 MD 앤더슨은 상해의 복단대학 종양과와 연계하여 많은 연구주제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는 상대적으로 많은 러브콜을 받는 반면 한국은 그다지 매력 있는 존재가 아님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를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엄격히 설계된 임상시험 논문을 통해 효과를 입증해 보이는 방법 밖에 없다. 향후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에 의해 이러한 학문적 진보 및 한의학의 세계화를 통해 한국한의학의 암치료기술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자리매김을 해나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동행한 경희대 윤성우 교수와 함께
쿠쿠민의 항암효과를 발표한 이스라엘의 샤하르 레브아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