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새로 끼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단순 자본논리 입각한 의료개방, 의료질서 붕괴 초래
적극적 의견 제시 등 올바른 의료체계 확립 앞장서야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가면서 올 한해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서 기사화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아직도 이곳 제주에서 진행 중인 뉴스가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른 의료·교육 시장 개방에 대한 논란입니다.
최근 법안 심의를 위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찬반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기만 하고,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였습니다. 추진하는 쪽의 입장은 해외 자본을 유치하여야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기반 조성으로서 의료 및 교육시장을 개방하여, 외국인들이 본국에서와 같은 대우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논리입니다. 저 또한 제주도한의사회의 일원으로서 또한 임원으로서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 과정 및 현애자 의원 개최 토론회 등에 참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한테 의료개방에 대한 원고 청탁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됩니다.
특별자치라고 한다면, 자치라는 요란한 구호를 더욱 발전시킨 형태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가 이루어지게끔 하자고 들고 나온 상황입니다. 이러한 자치에 대한 방법과 방향을 결정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개방 논의는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전면 취소되어야 마땅하고, 충분한 논의를 위한 첫 단추를 새로 끼우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본다면, 우선 특별자치의 방법으로 거론된 개방의 방향이 단순한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어, 국민의 보건에 다가올 위해를 간과하고 있고, 둘째로 자치를 위한 정당한 절차를 밟지 못하고 대통령 자문기구 등에 의하여 결정되고 호도되고 있는 상태로, 이해당사자인 주민이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자치라는 점입니다.
우선 근본적으로 자치에 대한 법률을 논의하면서 그 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재원 확보 방법으로 시장 개방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리상 주객이 전도된 상태입니다. 즉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누구나 공감할 타당성을 갖지 못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겠습니다.
정책의 입안 과정에는 불가피하게 전문가집단의 연구와 개발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를 집행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 일차 설정된 모델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여 이해를 구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여, 정책의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될 주민과의 합의하에 결정하여야 함이 순리입니다만, 현재의 의료개방의 논리는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일관하여, 전문가집단이라 할 보건의료 연구자 및 단체의 의견은 무시되고, 주민의 의견은 취사선택하여 유리한 부분만 받아들이는, 진행을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모습입니다.
보건경제의 논리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는 일반 경제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보건경제학의 기본 명제입니다. 의료 개방이 사보험 도입 등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단순히 이를 장밋빛 환상으로만 포장하여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선진화된 고급의료를 도입할 수 있고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료는 낙후된 것이고, 많은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실제로 현재 보건의료체제에서의 문제는 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빈부격차 심화로 인한 양극화로, 이로 인한 보건의료재정을 확보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공적보험의 부실화, 과중한 의료비용의 부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개인파산 등 서구 의료에서 나타나고 있는 폐해들의 조짐만이 보일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시장 개방이 선진화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끝을 맺으면서, 특별자치를 빙자한 의료 개방 시도는 결국 자본의 논리에 휘말린 소수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시도로 보아야할 것이며, 자본의 이익 획득 수단에 의료를 추가하여 주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무문별한 개방 확대로 인한 보건의료질서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점부터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변의 선후배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차피 그렇게 갈 상황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의료 개방의 본질과 정책의 결정 과정에 대하여는 너무 무관심한 상태로, 우리가 휘말려 왔던 수많은 논쟁과 투쟁이 재현될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의 수많은 어려움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 발등만 빼려했던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여 올바른 의료체계를 발전시키고, 자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감히 당부드리면서 글을 맺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