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보호 위한 법·제도적 근거 마련 ‘시급’
의료인 의료행위 대한 평가·인증 근거 필요
의료기술 역동적 장려책 마련 등 효과 기대
전국민 건강보험시대,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한 의료지식의 확대 등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의료에 대해 접근성이 아주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의료기술인지 아닌지, 의료기술이라면 안전한 것인지를 평가하고 인증해줄 법 제도가 요구된다.
의약품은 약사법에, 치료재료는 의료기기법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평가근거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평가 없이 의료시장에 도입되고 있으며 또,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국가가 이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전과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의료인이 행하는 기술인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는 의료법에 의해 판단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현 의료법상 관련조항(제54조의2)이 사문화됨에 따라 건강보험법규에 의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행위 판단에 대한 법적인 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신의료기술이 개발된 근본 취지와 다르게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소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은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인정이 단순히 ‘있다·없다’의 개념 외에 체계적인 문헌고찰 및 평가, 참여 및 공개 등으로 의료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영향받는 모든 것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 및 신의료기술의 조속한 시장진입을 통한 의료기술의 발전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 개개인이 이를 평가하고 근거를 증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국가가 시행하여 의료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에 국민의 건강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국가 개입의 최소조치로서 의료기술평가를 규정하고,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현재 이 의료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견을 일치하고 상임위로 회부할 예정이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후 본회의를 거치면 내년부터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되는 의료기술평가제도를 살펴보면, 평가대상은 이미 임상시험이 완료되어 의료시장에 도입되는 시점에 있는 의료기술이며, 평가의 범위는 해당 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다.
평가의 모든 과정은 해당 분야의 전문의료인력(세부전문위원회)과 함께 합의된 평가계획서에 의해 투명하게 수행되며, 모든 정보가 평가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공유되는 특징을 가진다. 초안에서는 의료기술 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의료인에게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된 의료기술만을 시행하도록 의무화 조항을 도입하였으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실제 평가받은 의료기술만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으로 이 조항은 삭제하였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의료인과 공무원, 학계 등이 참여하고, 분야별 전문평가위원회에서 실제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의료계가 지적했던 또 다른 규제라는 인식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의료기술평가는 기존 정부와 의료계간에 있는 불신과 오해를 합리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상호 파트너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의학의 경우 분석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 서양의학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술평가가 또 다른 규제, 한의학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한의학의 과학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로 인한 고유한 의료기술발전의 밑거름을 위해서도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도입은 의료계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 의학적 근거에 의한 신중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게 되고, 안전성·유효성이 확보된 의료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가능하게 되어 의료기술에 대한 역동적인 장려책 마련으로 바람직한 의료산업의 발전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술은 환자의 질병예방과 진단, 치료 등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국민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적인 행위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번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한 평가절차를 통해 그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