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약안전성 임상연구조사단
간 손상, 약물 이외에 다양한 원인으로 야기
투여기간 등 원인산정법에 근거해 접근해야
필자가 한의대를 다닐 시절만 해도 주위 친지로부터 “한약은 어쨌든 몸에 좋다”, “한약은 천연물이므로 안전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진료실에서 흔한 질문중 하나는 “한약은 간에 해롭지 않은가요?”, “한약 오래 먹어도 괜찮나요?”라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한약은 몸에 좋다는 막연한 기대대신에, 뭔가 의심스럽고 걱정스럽다는 편견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약인성 간손상의 이해
한약이 과연 간에 나쁜가? 우선 약인성 간손상의 정의와 개념을 이해하여야 한다. 약인성 간손상은 경증 간손상(ALT<3배이하)의 비율 0.1~10% 내외이며, 전신증상 발현의 경우가 0.01~1.0%로 알려져 있다. 어떤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간기능이 나빠진 것을 약인성 간손상(DILI;Drug induced liver injury)이라고 하는데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기준은 1989년 6월 파리에서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의견수렴 후 CIMOS(council for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medical science)에서 통일된 Rucam score(Roussel Ucalf Causality Assessment Method) 이다. 이외에도 CDS(Clinical diagnostic Scale1997)방식과 2005년 최근 미국에서 학자들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가동된 Dilin Approach,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DDW-J criteria(Digestive Disease Week-Japan)등이 있다. 이중에서 약인성 간손상의 원인산정법으로 활용되는 Rucam score중에서 한약복용과 관련 있는 것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약물복용과 상관있는 간손상이라고 확증하려면, 신체증상으로는 식욕부진, 소화불량, 황달, 복통, 구토, 피로등 간기능 관련 자각증상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한약복용과 연관하여 발현되었는지 검토해야 한다. 또한, 실제로 혈액검진상 간기능 검사 항목인 ALT, AST, direct bilirubinm, total bilirubin, ALP 중에서 어느 한가지가 정상상한치보다 2배 이상 상승되어야 비로소 ‘간손상(liver injury)’이라고 한다. 만약 1배에서 2배 사이정도의 경미한 상승이라면, 이것은 ‘간손상’이라기보다는 ‘비정상적 간검사결과’라는 표현을 쓴다. 그 외에도 Albumin, protein등은 선행간질환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되나 직접적 약물손상의 지표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2005년 가동된 DILIN(미국 학자들 중심으로 구성된 약인성간손상 네트워크)에서는 ALT, AST, ALP, Total bilirubin항목으로 더 압축시켜서 제시하고 있다.
약인성 간손상과 감별할 질환들
간손상은 단순히 약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간손상이 과연 약물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있었던 선행 간 질환이나 다른 문제에 기인한 검토해야 한다. 간기능 수치가 상승하였더라도 한약 먹기 전에 원래 A형, B형, C형 등 바이러스성 간염이 있었는지, 알콜성 간질환이나 간경화나 간암, 간, 담도질환 등이 있었는지 원인을 따져 보아야 한다. 임상에서 보면, 이러한 간, 담도 관련 질환이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한의사에게 알리지 않고 한약처방을 원했을 경우도 있으므로 문진으로도 신중하게 병력청취를 해야 한다. 특히 성인남자의 경우에는 알콜성 간손상등을 검토해 보아야 하며, 우리나라에 매우 흔한 B형 간염보균 및 가족병력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만약 한약복용전 이러한 간질환의 병력이나 과거력이 의심되면 병·의원에 의뢰하여 자세한 검진을 받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간질환뿐만 아니라 담도, 담관염 등도 살펴야 하고 CMV, EBV, IgM anti-HBC, Ig M anti HAV, anti -HCV등을 검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약물복용의 시기적 연관성
과거에 한약을 먹은 적이 있다면 무조건 약인성 간손상에 해당될 수 있는가? 과거에 한약을 먹은 적이 있더라도 최근에 중단하였다면 약인성 간손상으로 볼 수는 없다. 투약종료일을 기준으로 보통 일반적인 약물의 복용중지일로부터 15일 이후(담즙성의 경우는 30일)후에 간손상증상이 발현되었다면 약물복용과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적은 편으로 본다. 약물 투약 개시일을 고려하면 5일에서 90일전후는 연관성이 높으며, 최근 Dilin에서는 간손상 과거의 6개월간의 약물복용의 검토를 권장한다. 그러므로 과거에 한약을 먹은 적이 있더라도 투약개시일, 재투여 및 투약종료일, 증상발현날짜 등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한다. 한약 투약 중지하였으나 간수치가 계속 증거하거나 쉽게 감소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복용중지후에도 한달 이내에 재 증가가 있을 경우에는 약인성 손상 보다는 다른 간질환의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러므로 간손상의 경우 과거의 ‘한약복용경험’을 원인으로 돌리기 보다는 약인성 간손상의 원인산정법에 근거해서 접근해야 한다. 요약하면, ①약물 투여기간과 간기능 이상과의 출현시점과의 관계 ②중단후 호전유무 및 호전시 까지 기간 ③다른 간손상의 배제 ④재투여시 반응유무 ⑤동반된 전신반응의 유무 ⑥복용약물의 간손상 기존보고의 유무 등이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약복용에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하며 막연히 한약복용을 간손상과 연관하여 왜곡, 과장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한약안전성 임상연구조사활동은 대한한의사협회의 연구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참여문의는 02-3474-3737 빈의협카페; 한약안전성알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