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알레르기 호흡기내과 정희재 교수
가족과 함께 꽃구경을 가고 싶은 좋은 계절이 됐지만 외출 후 콧물, 재채기, 기침, 눈 가려움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꽃가루 알레르기는 20~40대에서 많이 생기지만 최근에는 어린 아이부터 중년층 이후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꽃을 직접 만지거나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꽃가루가 피부에 닿으면 눈 주위, 얼굴, 목, 손, 팔 등 노출 부위의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 가려워지게 된다. 이는 꽃가루가 몸 속에 들어가면 면역세포가 과잉반응을 일으켜 가려움과 염증 등을 유발하는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레르기질환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여러가지 물질이나 생물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증상 자체가 생명에 치명적일 때는 드물지만 최근에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2월 중순부터 증상이 나기 시작하는데, 주위에 꽃이 없어도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금방 증상을 보인다. 대개 봄에는 나무 꽃가루가 원인이 되는데 2~3월에는 오리나무·개암나무, 4~5월에는 자작나무·참나무·떡갈나무·단풍나무·밤나무·느릅나무·아카시아·삼나무·버드나무 등이 잘 일으킨다. 이중 입자가 작은 편인 자작나무·참나무·오리나무의 꽃가루는 대표적인 알레르기 원인물질이다.
오리나무는 가장 먼저 날리는 꽃가루로 2월말부터 3월말까지가 제일 심한데, 서울 근처 산에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남쪽 지방에는 삼나무의 꽃가루가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으나 도시 도로변에 솜털같은 꽃씨를 날리는 사시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씨털은 실제 꽃가루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성 질환과도 거의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는 병이 아니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병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 증상과 비슷해 꽃가루 알레르기를 감기로 착각할 수 있다.
이처럼 알레르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며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닿게 되면 눈이 가렵거나 붓고 충혈되며 콧물, 재채기, 코 막힘, 귀 가려움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하며, 기관지로 들어가게 되면 기침, 가래, 숨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해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심하게는 천식 등이 유발된다. 특히 꽃가루는 해가 뜬 직후부터 오전 9시까지 가장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은 오전에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알레르기 질환은 공통적으로 외부의 항원에 의해 증상이 심해지므로, 알레르기 항원이 있는 곳에서는 항원에 대한 접촉을 줄이는 회피요법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잔디가 난 땅, 나무들과 꽃은 피해야 하고, 차와 침실 창문은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동안 반드시 닫아야 하며, 환자들은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실내에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꽃가루를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인체의 精氣를 補하면서 임상증상을 개선시키는 한의학의 치료방법이 추천된다.
외부의 자극인자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임상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이 서양의학적인 접근 방식이라면, 내부 환경에 더 많은 주안점을 두고 임상증상을 개선하면서 치료하는 것은 한의학적인 접근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脾土의 역할을 중요시 여겼는데, 중앙에 위치하는 土氣는 계절이 바뀔 때 인체가 외계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운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中氣가 부족해지면 외계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나게 된다고 보고 있다. 봄철의 알레르기 비염에 補中益氣湯을 이용한 치료법이 시행되는 것도 이러한 치료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에는 通竅湯, 補中益氣湯, 小靑龍湯이 응용되고, 알레르기성 피부염에는 防風通聖散, 消風散 龍膽瀉肝湯이, 알레르기성 결막염에는 黃連解毒湯이, 기관지 천식에는 定喘湯, 淸上補下湯 등이 응용되고 있다.
正氣를 돕고 邪氣를 제거하는 扶正祛邪법은 알레르기와 면역장애에 따른 질환을 치료하는 韓醫學의 중요한 치료법이다. 그리고 알레르기 질환 초기에는 국소적인 혈액순환의 정체가 심하며, 점차적으로 조직의 변형이 일어날 정도의 만성이 되면서 혈액순환의 장애가 또한 훨씬 심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알레르기질환과 瘀血에 대한 병리적 시각은 대중화 되고 있지 않지만 임상에서는 어혈을 제거하는 活血祛瘀법이 증상개선과 치료에 많은 효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瘀血을 제거하고 氣血의 순환을 개선하는 치료법은 韓醫學만이 가지는 치료 장점으로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에 새로운 방법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