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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1일 (목)

“재난 현장의 한의약, 인간 존엄 지켜내는 공공자원”

“재난 현장의 한의약, 인간 존엄 지켜내는 공공자원”

㈔약침학회 굿닥터스나눔단원으로 경북 산불 한의진료소 참여
이수민 학생(세명대 한의대 본과 4학년)

약침 기고문.jpg

이수민 학생(세명대 한의대 본과 4학년)

 

“불이 난 줄도 몰랐어요. 옆집 청년이 문을 두드려서야 알았죠.”

 

영덕 산불 피해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한 마디는 그동안 책으로 배운 수많은 이론보다 강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지난 4월, 경북 영덕 산불 재난지역에서 열린 한의 의료봉사에 참여했다. 급히 꾸려진 일정이었으나 함께 뜻을 모은 본과 4학년 동기들과 ㈔약침학회 굿닥터스나눔단의 일원으로서 현장에 발을 디뎠다.

 

굿닥터스나눔단과의 인연은 2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한의 진료를 제공하는 활동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한의약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재난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잿더미로 변한 집터, 검게 그을린 산비탈, 여전히 남아 있는 매캐한 냄새, 도로 옆 나무들은 절반쯤 타버린 채 멈춰 있었다.

 

4칸 복사.jpg

 

대피소로 지정된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도착하자 수백명의 이재민들이 텐트 속에서 일상을 지내고 계셨다. 그들의 눈빛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참혹함과 불안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경상북도한의사회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의진료소는 굿닥터스나눔단이 전날부터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었다. 침 치료와 초음파진단기기를 활용한 약침 술기 등으로 이재민들의 통증을 비롯한 심신 치유가 진행됐으며, 이와 함께 혈액분석기 등을 통해 만성질환에 대한 진단·관리도 이뤄졌다.

 

영덕으로 출발할 당시 자신에게 ‘재난 속에서 한의약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었는데 근골격계 통증, 호흡기 이상,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과 불면 등 다양한 증상에 대응하는 한의진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생필품이나 주거 복구가 우선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이재민들의 목소리는 내 판단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를 일깨워줬다. 대피소의 딱딱한 바닥에서 허리를 다친 어르신은 치료를 받은 뒤 “한결 편안하다”며 고마움을 전하셨고, 피로와 긴장 속에 기침이 잦아진 아주머니는 “이렇게 진료 받을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히시기도 하셨다.

 

약침 기고문2.jpg

 

재난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닥친다. 이는 의료인이 될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현장 중에는 이처럼 극한의 상황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번 봉사를 통해 의료는 단지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닌 절망 속에서 회복을 이끄는 연대의 손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바로 의료인이라는 사실도 함께 배웠다.

이 경험은 한의사로서 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환자들을 마주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현장에서의 실천은 단순한 임상 경험을 넘어, 공감과 나눔의 가치를 직접 체득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함께한 동기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문승재 학우는 “필요한 곳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고, 이재연 학우는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들의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약침 기고문4.jpg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굿닥터스나눔단이 추구하는 ‘나누는 기쁨, 행복한 사회’라는 이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으며, 한의약이 일상적 치료를 넘어 재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깊이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봉사활동과 기고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굿닥터스나눔단과 경상북도한의사회에 깊이 감사드리며, 함께 현장을 지킨 본과 4학년 동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함께 현장을 지켜준 본과 4학년 동기들에게도 고마움과 함께 앞으로도 한의약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길에 함께할 뜻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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