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에는 줄탁동시( 啄同時)라는 법어가 전해진다. 새끼 새가 두꺼운 알껍질을 쪼으면 어미새가 그 소리를 듣고 두꺼운 알껍질을 깨주는데 이것이 같은 시간에 이뤄진다는 성어이다. 과거 10여 년 전에 이 글을 벽암록에서 읽으면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치인 J씨가 ‘줄탁동시’를 붓글씨로 즐겨쓰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중요한 의미가 있는 뜻임을 짐작했는데 그 참의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금 필자는 이 글의 참의미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일이 되려면 이러한 경지가 되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은 것이다. 우리의 삶은 누구나 느끼지만 홀로 존재하는 삶이 아니며 누군가에 의해서 끊임없는 줄탁동시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누군가와 의견을 개진하고 누군가와 언쟁을 벌일 때 우리는 줄탁동시의 참의미를 깨닫는다면 정말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한의학은 중대한 기로에 서있으며 한의사를 위시한 한방의료시장을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서로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존하여 줄탁동시를 하고 있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의사는 한의사 홀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익집단과 줄탁동시를 하지 않는다. 다른 이익집단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홀로 자신의 존재만을 위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시장에서 줄탁동시를 하면서 윈윈전략으로 경쟁력을 최고조로 발달시키고 있다. 시장의 구도란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세력이 약한 시장이 세력이 강한 시장에 먹힌다. 한방의료시장은 양방의료시장 혹은 식품 시장, 건기식 시장, 화장품 시장에 먹히고 있으며 이것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회사가 화장품 연구하다가 의약품을 연구하고 식품을 연구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오로지 한방의료시장은 되지도 않는 의약품의 작은 파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한의사는 의약분업이니 의료일원화이니 보험급여한약 문제 등에 대해서 서로간의 이해구도에 따라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 방향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상의 전체적인 구도는 일정한 방향으로 물꼬가 터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변화를 막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한의계는 줄탁동시의 참 의미가 새로운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과 우리의 친구와 어미새와 새끼새의 돈독한 관계와 같이 생명줄을 연계시키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이러한 협력관계는 혈맹과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친구가 어미새일 수 있으며 새끼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한의사는 한약사를 그렇게 대해야 하며 간호조무사를 그렇게 대해야 한다. 한의사가 운영하는 한방의료기관에 각종 물품을 납품하는 모든 업체의 사장님과 그 구성원에 대해서 역시 같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절대로 버려서는 안된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한방산업진흥원 그리고 한방의료시장, 지자체의 한방산업센터 등도 역시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같이 교류하고 대응하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발전할 수 있으며 서로를 보호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을 존재하는 순간에 한방의료시장의 구성원에 의해서 서로가 연결된 고리의 한 영역을 맡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며 이것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