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에 편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세계적 휴양지인 바베이도스에서 한국의 7번째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됨에 따라 한국의 기록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21세기 인류의 치료의학이나 예방의학으로써 자리를 잡게 된 것도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이는 국가적 경사를 넘어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올려주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우리의 한의학이 국제사회에서 중의학의 아류니 일부라는 잘못된 인식을 깬 것은 물론이고 한의학의 정통성과 독자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어 우리의 자존심을 지켰다. 왕실관련 기록을 중심으로 세계유산에 등록되었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의학 관련 서적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의학의 우수성과 보편성을 인증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정통성과 역사성을 자랑하는 문화민족이라는 사실이 세계에 알려져 너무나 대견스럽다. 참으로 축복받은 국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큰 영향을 준 자료’나 ‘세계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지역과 인물, 주제에 대한 정보를 지닌 자료’ 등을 근거로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하고 많은 사람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2년마다 등재 유산이 정해진다.
유네스코로부터 보존관리에 필요한 보조금이나 기술적 지원을 받으며 유네스코를 통해 기록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세계기록유산은 한국인과 세계인 그리고 후세의 공동재산이 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2001년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 2007년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조선왕조의궤에 이어 모두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에 등재가 결정된 동의보감 판본은 보물 제1085호로 지정된 것으로1613년(광해군 5년)에 편찬 총책임자인 허준 자신이 직접 간행에 관여한 초판어제본(初版御製本)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오대산사고본)과 한국학중앙연구원(적상산사고본)에 각각 소장돼 있다.
동의보감은 선조와 광해군의 주치의였던 허준(1539~1615)이 1610년(광해군 2년) 집필했고 1613년 왕실의료기관인 내의원이 목판으로 간행한 백과사전식 의서이며, 내경(內經), 외형(外形), 잡병(雜病), 탕액(湯液), 침구(鍼灸) 등 총 5편 25책으로 구성된 동양의학의 보고(寶庫)다.
국가 주도로 편찬된 동의보감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藥材)와 치료기술을 자세히 싣고 있다. 여기에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한다는 치미병(治未病)사상인 양생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淸虛(청허)한 마음가짐과 욕심을 없애고 계절에 맞는 음식이나 생활 등으로 양생을 하라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같은 삶을 닮아가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동의보감은 역사적으로 17세기 초까지 동아시아의 의학지식과 기술을 집대성해, 현대까지 전해져오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전범(典範)으로써 한의학적 치료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400여년 동안 한국뿐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등지에서도 30여 차례 이상 간행돼 기초 연구서로 활용되어 왔다는 역사적 근거가 이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보건의료에 대한 책무가 국가에 있다는 근대적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史實)이다.
국가의 신성장동력사업인 한의학이 우리 한의사로 하여금 동의보감에 쏠린 국내외 관심을 계기로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이뤄 임상결과를 중시하는 ‘근거중심의학’의 성격을 보완한다면 블루오션의 시장으로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란 전망도 해본다.
지난 2006년부터 복지부는 관련 정부기관 및 한의계와 협력해 동의보감기념사업추진단을 결성하고 동의보감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여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결실을 얻게 되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동의보감의 소장처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9월 한 달 동안 ‘동의보감 특별기획전시회’와 같은 달 3일에는 ‘동의보감 세계기록유산 등재기념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연다고 한다.
또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국제행사인 ‘국제 한의약 엑스포’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사 등을 통해 점차 확대되는 세계 전통의약시장 진출에 필요한 기반과 다양한 산업으로 활용되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물론 국가적 지원뿐만 아니라 국민적 큰사랑이 전제되어야만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