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의보감’과 ‘한의학’에 대한 폄훼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중국의 『동의보감』과 한의학에 대한 폄훼가 도를 넘고 있다. 중국 중의약관리국 소속 기관인 ‘중국중의약보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중국중의약보』 2009년 9월30일자 장링옌(張凌燕) 기자가 쓴 기사 내용은 단순한 시기와 질투를 넘어 한의학을 중의학의 일부로 간주하려는 ‘중의학공정’의 억지스러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동 기사에 의하면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뤄시원(羅希文) 교수가 『동의보감』을 영문으로 번역하였다고 하였는데 그에 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에 대해 뤄시원(羅希文)은 마음이 착잡하다고 하면서 “『동의보감』 90%의 내용이 중의의 저작인데 어떻게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한의’의 보배라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는 또한 “‘동의’ 혹은 ‘한의’는 사실 중의의 일부분이고, 『동의보감』 또한 주로 중의 저작을 종합 정리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의보감』(영역본)의 출판은 ‘한의’가 ‘중의’로부터 비롯됐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하여 『동의보감』의 뿌리가 ‘중의’에 있다고 거들먹거렸다.
이어서 기사는 ‘한의는 중의의 분지(分枝)’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중국의 전문 학자들은 “『동의보감』 90% 이상의 내용이 중의 저작물에서 편집 수록한 것으로 창작물이 아니며, ‘한의학’의 정화(精華)를 총결한 저작이라고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것이고, 한사람의 조선인이 중의학을 학습한 이후에 편찬한 중의집성독본(中醫集成讀本)으로 위치지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중의와 한의는 근원(源)과 흐름(流)의 관계이다”라고 주장한 북경중의약대학 중의약문화연구여전파중심(中醫藥文化硏究與傳播中心)의 주임인 마오쟈링(毛嘉陵)의 “한의의 뿌리가 중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와 중의는 본질상 구별이 없고, 의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의학이론, 임상진료방식 등 방면에서 양자는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중의학자 중 일부는 아예 『동의보감』을 중의 저작으로 단정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민족의약학회 회장 쥬궈뻔(諸國本)은 “『동의보감』은 주로 중의학 이론과 방약의 기초 위에서 조선인민 자신의 의학지식과 작자 본인의 임상경험을 결합하여 형성한 고전의학 저작이다”고 하면서 “중국의학사에서는 시종 『동의보감』을 중국 의학의 일부분으로 다루었고, 이 책이 비록 창조적인 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중의학의 기본적인 저작이다”고 하였다.
기사에서는 또 “『동의보감』과 같은 책은 중국에 수백 수천 권이나 되며, 허준 같은 고명한 중의는 부지기수로 많다”고 하여 허준과 『동의보감』을 폄하하면서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세계가 중국문화와 중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중의 전적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해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중 절대다수는 중국 언어를 알지 못하고, 중국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에도 한계가 있으며, ‘중의’와 ‘한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고, 『동의보감』의 내용의 유래에 대해서는 더더욱 분별할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중국이 이처럼 한의학과 『동의보감』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목적은 너무도 자명하다.
‘중의학’을 무기로 세계 전통의학시장 석권을 노리는 그들에게 『동의보감』을 브랜드로 한 한의학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기사에서는 중의를 세계로 확대하고 세계가 중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뤄시원(羅希文) 교수는 30여년의 노력 끝에 중의학 관련 서적 중 가장 저명한 10대 경전 전체를 영문으로 번역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는 『황제내경』(정화본), 『본초강목』(전문), 『천금방』(정화본), 『상한론』(중영문대조 전문), 『금궤요략』(중영문대조 전문), 『상한론오백의안』, 『금궤요략삼백의안』 등 중의고전은 물론 우리의 『동의보감』(중영문대조 전문), 『의방유취』(정화본)는 물론 일본의 『의심방』(정화본)이 포함되어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전체의 전통의학을 중의학의 범주에 포섭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뤄시원(羅希文)의 『동의보감』영역본은 이미 출판계획이 잡혀 있으며, 2010년에는 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보물이자 세계인의 기록유산인 『동의보감』을 세계에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의학 저작의 일부로 소개된다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허준 선생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선학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