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란 다름과 낯섦을 통해 스스로를 일깨우는 기회”
지구촌 한의학 旅行 - 完
“줄 때는 바라지 않고 주자, 그리고 감사히 받자. 친절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버리고, 보답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소심함도 버리자.”
여행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이국적인 무언가를 접하는 것일 게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낯선 바람이 볼을 스치기 시작하고 색다른 할 것, 볼 것, 입을 것, 먹을 것 등이 당신을 둘러싼다.
그리고 평소에는 접하지 못하던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무한대로 열린다. 이는 다름과 낯섦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상이라는 좁은 울안에 갇혀있는 스스로를 일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빈번한 만남에 있어서 다름이라는 것은 역으로 서로를 기분 나쁘고 힘들게 만들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시쳇말로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그 생각의 뿌리부터 다르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다름을 틀림으로 이해하는 순간 오해는 생기게 되고, 그 오해는 쉽사리 풀리지 않고 스스로 하여금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게 만든다.
사람은 이처럼 서로 ‘코드’라는 다른 파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파장들은 모두 연결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몹시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해 보자. 분위기는 무거워지고 주변 사람들 모두 썩 기분이 좋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런 파장은 연결되어 있는 만큼 순환이라는 성질을 가진다. 내가 일으킨 파장은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와 그에 맞는 주변 환경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 파장은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기(氣) 그 자체이다. 내 몸 안에서 기가 순환하듯 사람들이 살아감에 있어서도 서로 기를 주고 받는다. 눈빛, 몸짓, 목소리 등 그 모두가 기를 내뿜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러한 파장, 파동의 성질과 순환의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받지 않고 주지도 않기’. 서로간에 벽을 쌓고 금을 긋는, 순환에 역행하는 이런 행동을 사람들은 현대인답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상당히 ‘현대인적인’ 여행을 했었다. 다른 여행자나 현지인들에게 어느 것 하나 물어보지 않기 위해 홀로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다녔다.
사람 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귀찮은 배려와 신경을 쓰느니 혼자 해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너무나 고독하고 괴로웠다. 인간은 서로 소통하는 존재라는 것을 실감했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에, 현대에 만연하고 있는 질병들을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이처럼 막히는 것들이 많다.
심혈관계의 협심증과 뇌졸중, 신경계에 관련된 화병 등은 순환의 부재에 의해 일어나는 병들이다. 순환의 부재는 소통의 부재, 그리고 그것은 곧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 자신의 것 그리고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집착하는 태도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파사나 명상을 하면서 필자는 내 스스로가 나타났다 사라져가는 무상한 감각들의 모임, 즉 파동의 일부임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며, 이 파동은 다른 이들과 이어져 있음도 느꼈다. ‘나’라는 고착된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다름을 인정하기도 쉬워지며, 그로 인해 느껴졌던 부정적인 감각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꾸어서 밖으로 내 보낼 수 있음을 알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그 파동은 다른 사람들에 영향을 끼쳐 세상을 더욱 좋게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음도 알았다.
그렇다면 긍정적 에너지를 가장 쉽고도 강하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화두를 잡고 필자는 인도여행을 다녔었다. 그러다 인도의 땅 끝에서 한 호주인 히피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가든 그는 항상 즐거운 인도인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자신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궁금했다. 무엇이 그런 즐거운 삶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그에게 끌어오는지를 알고 싶었다.
우선 그는 항상 상대방을 존중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웃었다. 그 후로 인도여행이 끝날 때까지 필자는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띠워 보냈다. 그 파워는 대단했다.
지난 9개월 동안 나는 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웃지 않고,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지 알고 싶었지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보답을 바라지 않는 미소 하나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필자가 미소를 ‘주면서’ 느꼈던 것은 타인으로부터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보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행위 자체가 나를 충만하게 만들어 스스로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에너지의 거대한 순환체계 안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베풀수록, 즉각적인 보답은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파장이 돌고 돌아 다른 이들을 통해 나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미소를 짓고 다닌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많은 친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대일의 관계를 떠나 조금 더 큰 순환체계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거대한 기의 순환체계를 막으면 전체의 순환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줌은 물론 스스로도 무척이나 괴롭다.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卽痛, 通卽不痛).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기본적 진리이다. 이는 비단 우리 몸 안의 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줄 때는 바라지 않고 주자, 그리고 감사히 받자. 친절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버리고, 보답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친절을 베풀지 못하는 소심함도 버리자. 일단 한 번 해보면 그 놀랄만한 결과에 놀라게 된다. 지극히 자연적인 이 원리는 여느 자연의 힘과 마찬가지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