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를 일으켰던 곳에는 가시덤불만이”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故善者果而己, 不敢以取强, 果而勿矜, 果而勿伐, 果而勿驕, 果而不得己, 果而勿强.
物壯則老, 是謂不道, 不道早己.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력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다. 무력으로 세상을 제압(制壓)하려 들지 말고, 국가간의 관계에서 평화주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도(道)로써 임금을 돕는 사람은 군대를 강하게 함으로써 임금을 돕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반드시 되갚음을 받는다. 여기서 ‘좌(佐)’는 춘추전국시대의 군주(君主)를 일컫는 말이다.
‘불이병강천하(不以兵强天下)’는 군대[兵]를 강하게 해서 즉 군사력을 길러서 임금을 보필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한 일[其事]은 반드시 되갚음을 받게 된다[好還]. 여기서 ‘호(好)’는 반드시, 꼭과 같이 강조하는 뜻으로 쓰였고, ‘환(還)’은 ‘돌아올 환’자로 되갚음의 뜻으로 해석된다. 즉 이쪽에서 군대를 강하게 하면 저쪽 상대방에서도 군대를 강하게 하여 되받아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싸움이 벌어져 전쟁터에는 가시덤불이 생겨나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들게 마련이다.
6.25사변 이후 휴전선이 어떠한가? 잡초만 무성하고 가시덤불로 뒤엉켜 있지 않는가. 전쟁 후 우리는 식량난과 전염병 창궐로 많은 인명을 잃었다. 이라크 전쟁 또한 그러하다. 결국 전쟁으로 얻는 것[還]은 가시넝쿨의 폐허와 흉년의 굶주림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다고 노자는 전쟁자체를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길, 휘고 굽어짐의 길이 더욱 확실한 길이기는 하지만 당장 이웃나라가 침략해올 경우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이처럼 ‘할 수 없어서[不得已]’하는 방어전은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물론 이런 방어전에 서로 부드러움의 길, 휘고 굽어짐의 길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니 용병을 잘하는 사람[善者]은 목적만 달하고 그것으로 그치고 구태여 강함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과(果)’는 할 수 없어서 하는 방어전에서 적을 물리쳐 목적을 이룬 것을 말한다. ‘이(已)’는 ‘그칠 이’자로 그만둔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찌 할 수 없어서 방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나라를 방어하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목적만 달성되었으면 거기서 끝나야 한다는 말이다.
무슨 큰일을 이룬 것처럼 승전고를 울리면서 사열식을 하고, 전승기념탑이니 영웅추대식이니 하면서 그것을 자랑[矜]하거나 뽐내[伐]거나 그것으로 교만[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불가피해서 된 일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지 그런 식으로 부산을 떨어서는 안 되고, 더구나 이제 방어전에서 힘을 길렀으니 그 여세를 몰아 한 번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나아가 주위 국가나 천하를 제패(制覇)해 보겠다는 등의 허황한 야망을 품는다든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자는 여기서 ‘강(强)’하지 말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강(强)’이란 ‘유(柔)’의 반대 개념으로 도(道)의 원리에 어긋난 것이다. ‘강(强)’으로만 치달으면 결국 쉬이 쇠망하고 만다. 이것이 ‘물장즉노(物壯則老)’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도가 아니기 때문이다(是謂不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