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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영우 원장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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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 인테리어를 손보다



최근 병원 인테리어를 조금 손보았다. 2년 전 지금의 병원을 인수하면서, 나름 잘 꾸며진 시설이라 여겼었고 환자진료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듯해서, 이전의 원장님이 꾸며놓으신 시설을 아무 불만없이 사용하여 왔던 참이었는데 말이다. 병원분위기를 조금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는 지인의 권유로 직원들과는 별다른 상의도 없이 혼자만의 꿍꿍이로 한번 변화를 갖자는 욕심을 부려본 것이다.



처음에는 일이 순조로운 듯하였다. 쓸모없어진 공간은 헐어버리고 대기실과 약재실을 조금 넓혀서 도배와 페인트로 마감을 하면 되겠다는 궁리 끝에, 시공자를 물색하여 내역과 비용을 조정하고 속성으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사실 며칠간의 진료공백이 부담스러웠지만 휴가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면서, 여기저기 보완해야할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내친김에 평소에 갖추고 싶었던 장비들도 좀 더 들여왔고 환기시설도 손보았다. 덕분에 애초에 생각했던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좀 더 큰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공사 중에 흔히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그동안의 타성에 젖은 병원 운영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공사기일은 정해놓은 바이니, 작업 중 알게 된 새로운 일거리들이야 야간작업과 얼마간의 금전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사실은 그 뒷감당이 더 큰일 이었다.



병원 안의 소소한 사정이라 글로 쓰기에도 부끄럽지만, 며칠에 걸쳐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사건들이 계속 생겨났다. 뒷정리가 힘들다는 직원들의 하소연과 협의 없이 만든 구조 변화로 인한 활동의 불편감들로 괜한 일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새로운 변화에 직원들은 일단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마도 업무량과 활동량이 예전보다 늘어난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한 눈치였다. 한마디 상의없이 공사를 하고서, 엄청나게 남은 뒷청소와 늘어난 공간에 새롭게 들여 놓아야 할 이런저런 물품들을 장만하느라 고생도 많았을 터이니 그 점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보람은 생각보다 일찍 드러났다. 공간을 넓히고 시설을 조금 손보고 나니 병원 안이 일단 환해졌다는 상쾌감이 들었다. 환자들도 예전보다 밝아진 모습에 좋아하는 반응이다. 병원분위기가 활기차지니 그전에는 무료하게만 느껴졌던 일과들도 새로운 의욕으로 맞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왜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나?’라는 반성까지 해볼 정도였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늦깍기로 한의대에 다시 입학한 이른바 예비역인 탓에 나이에 비해 임상이 늦어 이제 겨우 8년차를 맞이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니 딱히 매듭지어놓은 결실도 없이 매일매일을 좁은 틀 안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약재실 약장을 바라보며 처방해본지 오래되어 이제는 오히려 낯설게까지 여겨지는 약재들과 뜯어보지도 않은 채 수북히 쌓아 놓은 약재봉투들을 보면서 앞으로 더 편협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지금 느껴지는 좁은 틀이란 것이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스스로 좁혀왔던 것이 아닐까하는 무거운 자책감이 들었다. 오래 쌓여진 먼지는 무심결에 바라볼 때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닦아내야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동안 물들은 타성도 비로소 변화를 맞아본 후에야 느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서 겨우겨우 감당해야 할 업무나 보면서, 참으로 오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었을까?



흔히들 경륜이 쌓이면 생각과 행동이 보다 넓어진다고들 말한다. 물론 배우고 성장하는 면도 있겠으나, 항상 변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자칫 오히려 좁아지는 생활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조그마한 규모나마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일들도 겪으며 점차 넓은 세상을 배우게 될터인데 나에게 이런 일들이 생긴 것을 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듯하다. 일상의 업무가 내 심적인 에너지를 고갈시키는건가? 의술을 행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감당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바이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금은 다른 방향의 노력도 하여야 했다고 반성해본다. ‘원장실에 갇힌 인생’이란 우스개 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하겠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부터 원로 한의사 한 분을 만나 뵙고 있다. 고희가 훨씬 넘으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병원을 운영하시면서 주야로 원전과 본초학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시고 계신다. 일평생 그런 노력을 멈추지 않으셨을 그 분의 모습에서 나는 종종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그 분은 매일 새롭게 변화하시는 중인 것이다.



변화와 발전은 인테리어나 장비처럼 외부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원로 한의사분의 모습처럼 내부로부터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학자의 모습에서도, 혹은 훌륭한 임상가로 발전하려는 꾸준한 노력에서도 그러한 힘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변화가 능사는 아닐지 모르나, 쳇바퀴를 도는 타성 역시 능사일 수는 없을 것이다.



변화와 발전에 반드시 새로운 인테리어나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항상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갑작스레 단번에 이루어 낼 수도 없을 것이다. 의욕이 앞서면 무리가 따른다는 점도 이번에 배웠다. 늘어난 일거리에 힘들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눈앞에 놓인 이 청구서들을 어떻게 감당해야하나…. 공연히 히죽히죽 헛웃음만 나온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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