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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송미연 교수

송미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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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기기 없는 정통의학이 가능한가?

진단기기는 의사 전유물 아닌 현대과학기술 산물

X-ray도 활용 못하는데 어떻게 치료 결과 평가하나



개원 초부터 ‘동서의학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한 신의학 창출’이라는 비전 하에 협진병원을 표방하며 설립된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5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과연 협진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져 왔는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신의학 창출’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아니면 보다 근본적으로 과연 협진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것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이다.



개인적으로는 협진센터에 소속되어 있지도, 협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못했지만 나름 협진센터를 만들어 보고자 노력도 해보고, 그 가운데서 뜻하지 않게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들은 과연 한의학이라는 것이 지금 어디에 어떻게 있는 것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던져주었다.



협진센터를 만들기 위해 양방선생님들과 수차례 미팅을 거듭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과연 한의학에서의 진단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망문문절과 한방진단기기들만으로 우리는 과연 객관적인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서양의 진단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방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진단은 어디까지이며 과연 진단 없는 독립된 치료의학이 가능할까 하는 부분이다. 한방병원은 양의사 없이 과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재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임이 맞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독립적 치료의학’이라는 개념 정립이 가능한 것일까?



경희의료원 재직당시 존스홉킨스대학 의료진들이 경희의료원 협진센터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척추센터에서 정형외과 선생님과 마주 앉아 환자 한 명을 놓고 진료를 하고 있었고 당연히 정형외과 선생님의 진단이 우선시 되고 그 이후에 침 치료나 한약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환자를 보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가장 궁금해 하면서 질문한 것은 “두 명의 서양의사가 같이 진료를 해도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진료가 쉽지 않을 텐데 과연 양의사와 한의사가 한 명의 환자를 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부분이었다. 또한 한방에서의 치료라는 것은 결국 양의사의 진단에 따라 기본 질환들을 배제한 후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속된 진료가 아니냐는 점이었다. 물론 핑계를 대자면, 당시에는 같이 협진을 하던 정형외과 선생님보다 연배도 10년은 어렸었고 발령 초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진료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을 때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 다시 협진을 한다면 어떨까? 지금 협진을 하고 있는 한방병원의 위상은 어떠한가? 협진센터를 만들고자 몇 개월을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만들지 못하고 만 것은 결국은 우리가 우위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하지만 우위가 되지 않고서는, 아니, 최소한 동등해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진료를 하지 못할 것 같은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또한 한의학을 치료의학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단순히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치부하고 싶어 하는 양의사들의 무지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의 양의사들도 보완대체의학이라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교과과정에도 포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한의학이 아니라 보완대체의학인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서양에서는 정통의학(Conventional Medicine) 외의 다양한 치료들은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 NIH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의 정의를 ‘현행 정통의학에 포함되지 못한 채 시행되고 있는 일련의 건강의료체계시술 및 그 산물’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The Cochrane collaboration에서는 ‘한 나라의 정통의학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그 내용은 다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한국에서는 이러한 보완대체의학의 정의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 한의학의 침과 약을 비롯한 서양의학이 아닌 모든 것을 보완대체의학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제외한 부분을 보완대체의학이라 명명함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즉, 의료체계가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 정통의학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될 것이고 그 외의 민간요법을 포함하는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보완대체의학이라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한의학이 동등한 정통의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단기기의 확보는 필수적이라 하겠다. 진단기기는 의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일 뿐이다. 한의사가 x-ray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과연 치료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양의사와 한의사의 상호고용이 허용되면서 한방병원에서 의사를 고용하는 방법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고용은 단지 진단을 위한 고용일 뿐 진정한 협진 또는 대등한 위치에서 진료라는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서구의 많은 대학과 병원에서도 침과 약을 포함하는 한의학적 치료법들에 대한 다양한 임상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의 임상연구를 함에 있어서조차 검사와 평가의 부분에 있어 양의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침 치료나 한약 치료 후의 호전을 보는 데 있어 혈액검사나 x-ray 등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한의사들만으로 이루어진 연구그룹에서는 임상연구가 불가능하며 IRB 통과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종속적인 집단으로 남아야 하는 것일까.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한국에서 독립적인 정통의학으로 남기 위해서 진단기기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물론 일각에서 주장되고 있는 의료일원화는 그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접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한의학의 정통성을 살리면서 현대과학의 산물인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것, 더 나아가서는 한의사의 의료기사의 고용이 가능해지는 것이야 말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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