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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호철 교수

김호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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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알코올로 추출하면 고형추출물이 줄어든다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11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하였듯이 한약으로 간편한 알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고형추출물 양이 적어야 한다. 십전대보탕 한첩 분량으로 알약 100개를 복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형추출물 양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추출 용매를 물 대신 알코올이나 다른 용매로 바꾸는 것이다. 에탄올 외에도 아세톤,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의 용매도 쓰일 수 있다. 로컬한의원에서는 어렵겠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과립제나 정제로 제형을 바꾸려고 한다면 반드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



한약을 알코올로 추출하면 왜 고형추출물이 줄어드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물질의 극성과 비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한약재에 들어있는 수많은 한약성분들은 공유결합의 특성에 따라 극성 성분과 비극성 성분으로 나열할 수 있다. 이는 한약 성분들이 대부분 원자들 사이의 공유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원자들은 결합하고 있는 공유 전자쌍을 서로 당기려 하기 때문에 만약 그 당기는 힘의 세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분자 전체적으로 전자들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이렇게 분자 내의 전자들은 전기음성도가 큰 원자 쪽으로 끌리게 되는데 그 전자의 쏠림 현상이 분자 전체적으로 볼 때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극성분자라고 한다.



극성분자는 분자 내 전자들이 편중되기 때문에 분자간의 인력이 커서 분자량이 비슷한 비극성 분자에 비해 녹는점과 끓는점이 높으며 극성 용매에 잘 녹는다. 반면 공유 전자쌍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 비극성분자는 분자 내에 이동하고 있는 전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쌍극자에 의한 반데르발스힘이 분자들 사이의 인력으로 작용한다.



한약성분의 용해도에 관한 확실한 규칙은 없으나 우선 극성과 비극성이 중요한 요인이다. 극성인 물질은 극성인 용매에 잘 녹아 든다. 비극성은 비극성끼리 분자 사이로 용매가 끼어들어 녹여 낼 수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극성물질은 극성용매에 녹고 비극성물질은 비극성용매에 녹는다.



가장 극성용매인 물로 추출하면 비극성 성분들도 일부 추출되기는 하지만 극성 성분들이 주로 추출된다. 그런데 물보다는 극성이 낮은 알코올로 추출하면 비극성 성분이 더 많이 추출되는 반면 극성 성분은 덜 추출된다. 그래서 알코올 추출하면 물에 추출되는 점액질, 전분, 단백질 등 극성 성분들은 거의 추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약 고형추출물에서 이 성분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물로 추출하면 한약재 건조중량 30% 정도의 고형추출물이 얻어진다면 알코올로 추출하면 고형추출물이 10% 정도로 줄어든다.



고형추출물의 양이 줄어들었다고 효능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점액질, 전분, 단백질 등은 대개 한약의 효능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60g의 십전대보탕을 알코올로 추출하면 고형추출물이 물추출시 15g 정도인 것이 5g 정도로 줄어든다. 이를 가지고 정제로 만들면 첨가제 역시 5g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에 모두 10g이 되어 500mg 정제 20개를 일회 용량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로 추출하였을 때는 100개를 복용해야 하지만 에탄올로 추출한 고형추출물로 만들면 20개로 줄어드는 것이다.



알약 20개도 여전히 많은 양이기 때문에 더 줄이려면 물추출에탄올정제법이나 부탄올 등의 추출 분획을 사용하면 이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어 10개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물론 고형추출물의 부피를 줄이면서 효능이 줄어들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



고형추출물의 양을 이보다 더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한약재의 특성에 따른 용량을 고려하는 것이다.



한약재에 따라 유효용량이 다르고 어떤 한약재는 적은 용량에서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면 한약 한첩 분량을 한 두개의 알약으로까지 만들 수 있다.



용매에 따른 고려사항이나 한약의 용량에 대해서는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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