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의 가치,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미래창조과학부 한창연 사무관을 만나다 -
“국민의 삶 속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에서 그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을 때 한의학 전문가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때문에 국민이 한의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한의학이 꼭 필요한 학문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국민에 응답하는 연구,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창연 사무관은 공중보건한의사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재직하면서 부터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창부) 연구 성과 확산과에 몸담기 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 만큼 일가견도 있다. 이것이 공직에 몸담아 행정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늘 한의학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연구를 논하는데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주제가 ‘한의학의 과학화’다. 1990년대 한약분쟁 시 등장한 ‘한약의 과학화, 약사가 이루겠다’는 구호는 많은 한의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과학화’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한의계에 던져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과학’을 정의하는데 있어 개인과 집단 간 분분한 의견 차가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특정 집단에서 정의하는 ‘과학’을 절대적인 잣대로 삼아 한의학의 가치를 평가하고 비과학적이라 폄훼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한 사무관의 입장이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과학화는 어찌 보면 한의학의 서양의학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의학의 특성을 담보해 왔던 이론과 방법론도 연구에서 배제되어왔다. 때문에 한의학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를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타벅스 커피를 만드는데 쓰는 원두나 사용하는 기구, 컵 등의 표준화는 이뤄져있다. 하지만 바리스타가 커피를 제조하는 기술, 스타일에 따라서 커피의 풍미는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같이 한의사도 표준화된 체계를 이용하면서도 거시변증, 미시변증으로 질병에 접근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에 맞는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한의사 개개인의 역량존중도 가능한 연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결국 한의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에서 과학화 할 것인가가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았다.
전문성을 겸비한 한의사 보직, 국민의 신뢰서 비롯된다
종전까지의 연구가 임상의 한의사, 한약사에게 어떠한 성과로 기여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문성이 높게 평가되어 국민들의 삶속에 녹아 들어가는 것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기관 보직은 집단 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자리다툼이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한의학을 받아들이고 있고, 또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에 의해서 생겨나야 하는 셈이다. 사실 한의사의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서나 한의학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보직을 늘려야 한다는 항간의 의견은 주객이 전도된 억지일 수도 있다. 한의학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한의의료의 필요성을 국민들 스스로가 요구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한의사출신 공직자를 많이 뽑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의계, 내부반성과 개선으로 미래를 차분히 준비
“실습시절, 모 대학의 한방병원에는 환자가 입원을 하기 위해 대기기간을 가질 정도였다. 요즘은 한방병원을 내원하는 환자 수 자체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한의계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한 사무관이 한의학에 거는 기대가 높은 만큼 그에 도달하지 못한데 대한 서운함도 크다.
사실상 호(好)시절에 다가올 시대에 대한 대비도 했어야했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한의학계 내부적인 반성과 자정작용이 이뤄진다면 머지않아 한의학이 슈퍼스타로 떠오를 수 있다는 장담은 억지스럽지 않다. 이는 한의학의 잠재력과 우수성을 확신하는데서 나온 목소리기 때문이다.
그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힘을 키워나가는 내실화 작업이다”며 “서양의학의 우수한 측면을 인정하는 한편 한의학에 있는 강점을 알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구·개발 분야는 한의학의 부흥을 도모하는데 필수적이다. 특히 철저한 진단과 생산적 방향으로의 전진이 있어야 한다. 서양의학과 비교해 볼 때 한의학에 대한 국내 투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전국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근무하는 교수진들은 연구를 열심히 진행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더욱더 고생을 해줬으면 하는 응원을 보낸다. 나아가 연구와 관련된 부처에서 근무하는 만큼 지원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그 뜻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전문성을 겸비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부분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시절 법의학을 강의한 양방교수가 수업시간에 지적한 내용을 떠올렸다. “고문헌상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은 법의학 부분을 봤는데 이를 현대에 적용해보면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하는 언급이 기억에 남았던 것. 한의학에 대한 정체성을 오롯이 세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교수진이 각각의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학창시절부터 이어온 바람이다.
끝으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연구인력 풀이 넓어질수록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 선배들의 노력으로 일궈진 국립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인 만큼 체계를 가지고 연구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멘토-멘티, 한의학도들에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턴기자는 한의학도들의 성장에 필요한 조언을 구했다. 이에 한 사무관은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의 멘토를 둬라”고 당부했다. 특히나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멘토를 둬 자신의 미래, 인생을 상담할 수 있는 선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낌없는 조언을 위해서 해당자의 위치와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겠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학생들도 졸업한 후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멘티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멘토와 멘티로 맺어진 한의계 선후배 관계를 통해서 과거를 반성하고 한의학의 가치를 인정하기 위한 연구 및 노력이 계속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