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가 주관하는 한의사 교의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최치호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박람회’에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 강연을 한 바 있다. 청소년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오랜 편견과 한의사로서의 직업적 매력을 강조했다는 그는 감염병 관리에 있어 한의사의 역할 배제 등과 관련해서도 본인의 소신을 피력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춘천시에서 3년차 공중보건의로 활동하고 있는 최치호라고 한다.
Q. 공보의 교의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제가 있는 춘천시보건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유독 노인과 만성 질환에 치우쳐져 있어 아쉬웠었다. 마침 한의협 소아청소년위원회의 교의사업 프로그램 홍보를 보고 한의과 사업의 대상 범위를 넓히고자 지원하게 됐다.
Q. ‘제10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박람회’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 강연을 했다.
초·중·고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중보건한의사의 역할, 한의사와 한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했다. 강연을 하는 내내 제 개인적인 생각이 한의사를 대표하는 의견으로 들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의학, 한의학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널리 알릴 수 있어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Q. 청소년들에게 강조했던 부분은?
한의사가 아직도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청소년들의 질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편견과는 다르게 한의학은 시대와 함께 발전하고 있고, 치료 방법 및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임상의가 아닌 한의사도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료실뿐만 아니라 교원, 연구원, 사업가 등 직업적 선택의 다양한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고, 현직 한의사들의 더욱 다양한 진로를 알고 싶다면 ‘한의원 밖으로 나간 한의사들’이란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했다.
Q.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지금은 보건지소에 있어서 다른 공보의들과 마찬가지로 일과시간에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퇴근 후에는 운동이나 독서 등 여가생활을 즐기거나 학회 활동과 대학원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주말에는 서울로 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Q. 지역사회에서 공보의란 어떤 의미인가?
먼저 공보의의 역할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보건소에서는 공보의의 사업 활동을 환자 교육으로만 제한하고 있어 아쉬운 부분도 많다.
실제 제가 속한 춘천시 보건소에는 보건소가 직접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가 있다. 그래서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침구치료 및 한약치료 프로그램을 제안한 적이 있는데, 보건소에서는 공중보건한의사의 사업을 환자 교육에만 한정한 적이 있어 매우 안타까웠다.
일각에서는 ‘대체복무기 때문에 잠깐 있다 가는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공보의들은 의료취약지역 환자들의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에 헌신하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 돌봄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보다 넓어졌으면 좋겠다.

Q. 공중보건의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의 코로나19 감염관리 정책이 소외돼 왔다.
코로나 초기부터 더운 날씨에도 Level D 방호복을 입고 검체 채취를 하거나 밤낮 없는 역학조사 업무로 고생하신 공중보건한의사 선생님들이 많았다. 사실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니다. 보건소 현장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공무원들도 검체 채취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한 한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허용하지 않는 정부의 방침은 ‘앞뒤가 다르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뤄지는 재택치료 관리에 한의사가 배제됐던 부분과 신속항원검사(RAT) 실시기관에서 한의 의료기관이 빠지게 됐던 부분들이 못내 아쉽다.
Q. 진로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전역 직전에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병원에서 수련과정을 시작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전문 수련 과정까지 받고 이후 전문의로서 활동하고 싶다. 전문의로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학부생 때부터 여러 활동을 해보니 활동을 하기 전에 몰랐던 길들이 이후에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한의대생들의 진로탐색 프로젝트인 ‘대신 만나드립니다’ 소속으로 일을 하면서 여러 한의사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이들 중에 전문의들이 많았다. 전문의 이후에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수험 멘토로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제 수험생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대입을 앞두고 성적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정한다. 그러다 적성과 맞지 않아 자퇴하거나 졸업을 하고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한의대는 6년제이므로 타과에 비해 졸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학과 공부가 본인의 성향과 잘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