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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1일 (금)

해부학 교육 및 연구의 현재와 미래(Ⅰ) - 과거를 돌이켜 지금과 미래를 본다

해부학 교육 및 연구의 현재와 미래(Ⅰ) - 과거를 돌이켜 지금과 미래를 본다

해부학 연구, 우리가 처한 시대정신 바탕으로 한의학 전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의학, 인체의 여러가지 기능들을 총체적으로 종합·설명하는 과정 중에 인체구조 지식 결합시켜 그 내용을 신뢰성있고 치밀하게 만드는 노력이 역사적으로 꾸준히 지속돼 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을 바탕으로 근세 이전과 근세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해부학과 관련하여 어떠한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이러한 정리는 앞으로 한의학계에서 해부학 교육 및 연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근세 이전의 역사 속에서 해부학 관련 자료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는데, 첫째는 주요 한의학 문헌에서 실제 인체 구조를 설명하거나 골격, 오장육부 등을 실측한 자료들이며, 둘째는 본격적인 해부 시행을 통하여 관련 기록들을 남긴 경우이며, 셋째는 특수 분야의 기록들로서 외과 치료에 관한 내용들과 법의학 분야의 검시 관련 자료들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분류의 자료들이 두 번째의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본격적인 해부 시행의 기록들이 여전히 한의학 문헌이 아닌 역사서나 기타 저술 속에 기재되어 있어서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해부에 공식적으로 의사가 참여하였고 해부를 통하여 그려진 장부도도 몇몇 의서 가운데 인용되어 내려왔으므로 의학 분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첫 번째 자료에 담긴 지식들은 한의학의 세부 분야인 외과 영역에서 시술을 하는 데에 주로 이용되었고, 한편 藏象論을 바탕으로 한 臟腑의 기능에 그 구조를 결합시켜 더욱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그에 비하여 법의학에서 검시를 할 때 획득하고 사용된 전문 지식들은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의학과 공유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 법의학에서 사용된 Terminology와 인체 구조에 대한 기본 개념들은 어느 정도 동일하였던 것을 보인다.



근세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해부학 지식들이 유입되었을 때, 그것을 수용하는 입장들을 매우 다양하였다. 대체적으로 중국과 한국에서는 유입된 서양의학을 받아들이되, 한의학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그것을 결합시키려 하였다. 단, 이러한 움직임이 당시 전통의학계의 주류는 아니었으며 한국의 경우도 초기에는 주로 실학자들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이에 비하여 일본의 경우는 일부 古方派에서 서양 해부학을 받아들여 실제 해부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서양의학이 급속히 전파되었으며, 그 결과 메이지유신이 단행될 때에는 이미 한방의학이 쇠퇴하는 과정에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 서양의학이 주류로 잡리잡은 이후에 漢方醫學은 오히려 보수적이 되어 동서의학의 융합보다는 전통적인 古方派의 방식을 위주로 고유의 특성을 지켜나가고자 하였다.



중국은 淸末에서 中華民國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자생적으로 나타난 中西匯通派들이 서양의학을 수용하여 한의학에 접목하려 하였으며, 역시 제한적 수용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실학자들이 선도적으로 서양의학을 소개할 당시에는 한의학계에서 이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개항 이후 서양의학이 들어오고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본의와 상관없이 일제에 의하여 서양의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자,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당시 한국에서는 한의학계가 醫生制度로 대표되는 일제의 억압 정책 또는 소위 개량화 정책에 대응하여 전략적으로 서양의학을 수용하고자 하였으며, 한편 순수한 학문적 목적에 의하여 해부학 또는 서양의학의 기본 내용을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후자인 입장의 배경에는 의학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해부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다양한 입장들을 살펴보면, 동양역사 또는 한의학에는 역사적으로 해부는 일부 있었지만 해부학은 없었다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실제 해부 행위는 있었지만 『靈樞』 「骨度」나 「腸胃」에 나오는 기록들이 독립된 학문으로 성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內經』의 내용들이 곧 ‘한의학적 해부학’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실제 해부를 시행한 그룹들이 한의학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였고 해부학 지식들도 일부 외과 시술에 제한적으로 응용되었는데,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 실제 해부가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이유는, 기능적 인체관만을 가지고도 임상에서 치료하는 데에 충분하며 오히려 구조 중심의 인체관이 인체의 여러 기능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보았을 수 있다. 五臟六腑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데에 매우 간략한 해부구조 지식들을 사용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서양 해부학의 수용 과정에서 한의학 내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개방적인 입장, 수용 이후에 동양의학에서 서양의학으로 전향한 입장, 한의학이 주류에서 밀려난 이후 오히려 서양의학을 멀리하고 본연의 색깔을 강조해 나갔던 입장, 서양의학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여 한의학의 지위를 향상시키고자 한 입장, 순수하게 학문적 목적으로 인체 구조 지식을 받아들여 통합하려던 입장 등등, 매우 다양한 태도들이 있었으며 이것은 빠른 변화를 겪은 근현대사 속에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해부를 통하여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였건, 아니면 서양의 해부학을 수용하였건 여부와 상관없이,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여러 가지 기능들을 총체적으로 종합하여 설명하는 과정 중에 인체 구조 지식을 결합시켜 그 내용을 더욱더 신뢰성있고 치밀하게 만들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은 역사적으로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이처럼 기능과 구조를 결합한 해부학 또는 그러한 생리학을 지금은 funtional anatomy, physiological anatomy 또는 morphophysiology라고 부른다.



어떠한 교육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교육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배경으로 한 의미의 전달과 이를 통한 피교육자의 각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또는 미래의 해부학 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할 시점에서 과거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한의학 역사 속에서 해부학을 둘러싸고 전개된 다양한 입장들이 현재 어떻게 정리되었는지를 참고하여 향후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한의학이 어떠한 인체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파악하여 무엇을 교육시켜야 하는지를 결정해 나갈 수 있다.



해부학 연구의 경우에도 우리가 처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의학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교육과의 연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 한의학이 처한 외부 환경이 요구하는 내용을 당연히 교육과 연구에 반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한의학이 나아갈 비전에 맞추어 교육과 연구의 틀이 만들어졌을 때, 외부적으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으며 한의계 스스로도 정체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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