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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1일 (금)

한의사 팀닥터, 침·뜸 등 한의약 치료 적절하게 활용

한의사 팀닥터, 침·뜸 등 한의약 치료 적절하게 활용



2015 페루 세계여자U18배구선수권대회 팀닥터를 다녀와서

선수가 제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무지원 수행





무제 유난히도 무더웠던 8월.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 위치한 잉카의 나라 페루를 다녀왔다. 작년 태국에서 아시아예선 4위를 기록한 여자배구 U18(18세 이하) 한국 대표팀은 올해 페루에서 열린 8월 7일부터 16일까지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이는 2007년 멕시코대회 이후 8년만의 세계선수권 진출로 이번 대회에서는 홈팀 페루를 예선조별리그에서 3:2로 이기는 등 3승 1패의 좋은 성적으로 A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세르비아에게 발목 잡히고 아르헨티나에 패했으나, 결선라운드토너먼트에서 페루와 이집트를 상대로 다시 3:0 완승 거머쥐며 1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미국 텍사스의 달라스 공항까지 비행기로 13시간, 다시 환승하여 페루 수도 리마까지 7시간. 환승대기시간 빼고도 비행시간만 2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다.



유스 팀닥터, 테라피스트·트레이너 역할까지 맡아

대표팀 의무파트는 팀닥터, 테라피스트, 의무트레이너가 진단, 투약, 치료, 도핑테스트, 마사지, 테이핑, 아이싱, 체력 및 재활훈련 등을 각자의 영역에 맞게 분담한다. 그러나 주니어 팀에는 보통 테라피스트와 팀닥터를 모두 보내지는 않는다. 일본이나 태국처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나라들과 다르게, 한국의 주니어, 유스 팀닥터는 테라피스트는 물론 트레이너 역할까지 맡게 된다.



2010년 AVC(아시아배구연맹)남자청소년 태국 첫 출장 때도 의무파트는 혼자였다. 이번 출장은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산책부터 몸풀기, 스트레칭, 런닝, 볼연습, 심지어 전력분석 미팅에까지 항상 함께 했다. 선수들과 모든 일상을 같이 하다 보면 신뢰가 쌓이고, 팀닥터라는 위치가 선수에게 도움 주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는 언어적인 문제나 영양섭취, 재활 상담, 심리적인 조언까지 포함된다.



재활상담,심리적 조언까지 수행

한의사 팀닥터는 침, 뜸, 전침, 부항, 약침, 추나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선수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무지원을 추구한다. 한의사로서 배구선수들의 슬개건염, 사두근건염, 발목염좌에 침과 뜸, 봉침, 테이핑은 필수다. 특히 시합 전 테이핑의 경우는 원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키네시오 탄력 테이핑이 아닌, 언더랩과 비탄력 고정테이핑을 활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해야 한다.



팀닥터는 감독과 함께 전체미팅에 참가해야 하고, 별도로 메디컬미팅에도 참가한다. M-10이라고 불리는 특정 양식의 injury report도 매 경기를 마치고 보고하여 국제배구연맹에서는 이를 근거로 통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의 메디컬 미팅은 인상적이었던 게 여자팀닥터가 많았다는 것과, 20개국의 팀닥터가 한 방에 모여 앉아 짝지어서 injury report 작성법을 서로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던 점이다. 고대하던 한일전은 없었지만 미팅에서 만난 일본의 여성 팀닥터는 올해 3년차 출장이라고 하는데, 6년차인 나로서도 보통 나라별로 짧은 인사 후 간단한 질의 응답만 마치고 해산했던 이전의 미팅보다 훨씬 정감 있었다.



injury report도 매 경기 마치고 보고

메디컬 미팅이 길어진 것은 푸에트리코 출신의 메디컬 슈퍼바이저(의무 감독관)의 꼼꼼함 때문이었는데, 경기 마지막 날 도핑검사를 받을 선수를 뽑기 할 때도 팀닥터를 불러 12명의 선수번호가 적힌 패를 일일이 확인시켜 가며 팀닥터가 직접 주머니에 넣게끔 하는 강박적 세심함을 보여줬다.



도핑검사는 보통 경기 직후에 하는데 선수가 소변채취를 빨리 못 하면, 선수단 전체가 기다려야 하거나 팀닥터와 검사받는 선수만 따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뽑기 운이 좋았던지 땀을 덜 흘린 후보 선수가 걸려 상대였던 이집트 팀보다 먼저 도핑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집트는 한국과의 두 번의 시합에서 3:0으로 완패하고 도핑검사 빨리 마치기 기 싸움도 패했다.



페루에는 국민영웅으로 추앙받는 한국인 배구 지도자 박만복 선생님이 계신다. 1974년 페루여자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페루여자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판아메리칸대회 금메달, 남미선수권대회 우승, 1988 서울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내어 페루 스포츠 역사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하고 배구를 페루의 인기종목으로 만드신 분이다.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선교하던 한국 수녀들이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적이 있었는데 ‘맘보(만복) 박’의 나라에서 왔다고 하여 풀려났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라니 말 다했다. 한국나이로 팔순의 선생님은 공항까지 직접 마중 나오시고, 체류했던 2주 동안 선수단이 매일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도록 한인회의 식사제공을 도맡아 주선하셨다.



대 페루 전에서 18세 소녀들이 얻어낸 한국팀의 승리가 선생님의 수십 년간 이방인으로서 겪은 서러움과 회한을 씻어주는 듯 했다고. 나를 위해 잘 싸워준 것 같아 고마웠다고. 너희가 신혼여행으로라도 페루를 다시 찾았을 때 나는 이곳에 없겠지만, 이 할아버지는 너희들이 늘 보고 싶을 거라며 떠나는 마지막 날 저녁 식당에서 털어놓으시는 선생님의 가슴 속 얘기에, 어린 선수들은 흐느껴 울었고 나도 눈시울을 붉혔다.



동경올림픽에서 뛰게 될 지도 모르는 배구 국가대표 유망주들을 앉혀두고 고령의 배구지도자는 정말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배구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배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명심하라고. 마치 지금 그 길이 전부인 양 닫혀 살지 말라는 의미셨을 선생님 말씀이 나는 비단 선수들에게만 하는 얘기로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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